노혜경 산문집 <천천히 또박또박 그러나 악랄하게>

~b5-1.jpg

시인이자 아웃사이더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인 노혜경(46)씨가 산문집을 냈다. <천천히 또박또박 그러나 악랄하게>(아웃사이더 간). 제목만큼이나 도발적이고 명쾌하면서 통렬한 비판으로 가득 찬 이 책은 일단 손에 잡으면 놓기 힘들 만큼 '잘', 그리고 설득력 있게 읽힌다. 세상의 차별과 소외, 불합리함을 '꼭꼭 씹어' 비판하는 저자의 필력은 익히 알려진 바다. 책 제목은 안티조선 사이트인 '우리모두'의 슬로건에서 따왔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여성과 소수자에 특히 주목한다. 첫 장 '여성이라는 전율'에서는 시인의 길에 들어 설 무렵 저자가 경험했던 남성 문인들의 언어 폭력과 여성에 대한 문단의 이중 잣대를 지적하고 있다. 당시의 문제의식이 교수로 활동하는 지금까지도 이어져 학내와 문단에서 벌어지는 성차별, 성희롱 사건들을 간과할 수 없게 만들었다. 특히 성폭력에 관한 날카로운 분석은 무릎을 치게 만든다.

“여성의 성에 대한 폭력적인 지배를 용인하거나 조장함으로써 남성들은 단지 남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자신보다 약한 자를 발견해 왔다. 성폭력은 여성이 태생적으로 약자라는 것을 여성에게 가르치기 위한 수단이다.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용납되는 한, 지금 우리 사회의 지배 질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가장 다수의 약자들에게 만족을 주는 차별이 여성차별”이고, 이는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무화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 된다.

“남성들이 분배해 주는 여성의 이미지를 받아들여 여성의 역할에 안주하는 것은 여성 문학 전체를 남성 문학으로 만드는 데에 복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여성문인들의 강력한 발언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 누구보다 먼저 말해야 할 문학과 여성문인들의 침묵은 직무 유기다”. 저자는 언어를 가진 이들에게, 나아가 문학으로 하여금 성차별에 대항하고 여성현실을 말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금껏 여성이 침묵해왔다면, 또는 죽이겠다는 위협 앞에 예쁘게 치장하고 꽃병에 꽂힌 채 살아왔다면 이제는 입을 열어 말해야 할 차례다. 이제는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오히려 죽는다. 내가 말하지 않으면 내 딸이, 내 딸의 자매가 될 모든 딸들이 여성으로서, 이 사회에 첫발을 디디면서 여성이기 때문에 억압받는 경험을 되풀이 할 것이다.”

치열하게 고민해온 현실, 여성문제와 소수자 문제에 대한 저자의 관심은 게이 담론에 대한 사회 일반의 반응에 대한 분석에서 흥미롭게 드러난다.

“동성애자들에 대한 차별로 가장 심각한 것은 게이에 대한 남성 일반의 공격성이다. 그것은 '남자를 추행할지도 모를 남자'라는 이미지다. 이 이미지가 게이에 대한 공격성을 유발하는 이유는 남성 자신이 성의 주체로부터 성적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공포다.”

우리 사회가 '비정상'으로 규정한 것들에 갖는 이중성은 비하와 공포감이다. 특히 동성애자들을 지나치게 성애화(sexual)시켜 바라보는 인식은 저자에 따르면 “단순히 호모포비아의 현상이라기 보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사랑 개념에 대한 오해-사랑이란 대상을 성적으로 소유하는 권력 지향적 섹스와 동의어-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상”이다.

두 번째 장 '아버지와의 전쟁'은 문학이 가진 가부장성, 사회 전반의 가부장제 문화에 대한 비판적 해독이다. 조만간 나올 저자의 세 번째 시집의 첫 연시 <엄마와의 전쟁>을 의식한 제목이기도 하다. 네 번째 장인 '텍스트에서 행동으로'는 노사모 활동을 하는 동안의 생각과 변화들을 글로 풀어냈다. 저자 스스로는 “무시간적이고 절대적 차원에서의 독립된 개인으로서의 한 사람이 '나'라는 감옥을 빠져나와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하여 했던 일들에 대한 기록”이라 말하고 있다. 마지막 장 '이미지와 사유'는 그간의 작품들을 묶은 저자의 자서전이다.

임인숙 기자isim123@womennews.co.kr

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