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20년] “응답하라, 여성가족부”
[여성가족부 20년] “응답하라, 여성가족부”
  •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21.01.27 10:50
  • 수정 2021-01-27 2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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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20년] ④

 

디지털 기술 발전과 코로나 19로 인해 우리 여성들의 지위가 더욱 불안정하게 되고 있는 오늘,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이 문제에 어떻게 응답하는가는 20년 후의 여성들과 여가부 모습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여성부 출범 20년을 맞는 2021년은 새롭게 시작하는 여가부 시즌 2의 첫 페이지가 되길 희망해 본다.

“여성부 신설은 역사의 흐름이며 여성이 남성과 대등하게 국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 2000년 2월 21일).

그 로부터 1년 후인 2001년 1월 29일 여성부가 탄생했다. 여성부는 성차별적 관념과 제도 등에 맞서 싸워 온 우리 여성들의 분노와 눈물이 빚어낸 열매임과 동시에 여성 시민권 보장을 위한 국가 의지의 표현으로 탄생했다.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한 여성정책은 국가정책으로 의제화됐고, 그동안 부처별로 추진돼 온 여성정책을 종합적·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여성부 장관이 갖는 국무회의 의결권·법안제안권·부령제정권 등은 행정부 내에서 여성의 삶을 법과 제도를 통해 변화시킬 수 있는 주체가 변화됐음을 보여줬다.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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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성주류화의 제도화 이뤄

2001년 당시, 정부의 18번째 부(部)로 탄생한 여성부는 정원 102명, 2880억 예산, 소관법률 5개를 가진 부에서 2021년 현재 정원 267명으로 두 배 이상 커졌다. 예산은 2001년 288억원에서 2021년 1조2325억원으로 38배 이상 늘어났다. 소관 법률은 5개 법률에서 25개가 됐다. 소관업무도 ‘여성정책의 기획·종합, 가정폭력·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윤락 행위 방지, 남녀 차별의 금지·구제 등 여성의 지위 향상’에서 ‘여성정책의 기획·종합, 여성의 권익증진 등 지위향상, 가족과 다문화가족정책의 수립·조정·지원, 건강가정사업을 위한 아동업무 및 청소년의 육성·복지·보호’로 확대됐다. 이처럼 여성부는 외형의 확대와 함께 여러 번의 부침(2001년 여성부, 2015년 여성가족부, 2008년 여성부, 2010년~현재)을 거쳐 청소년, 가족업무를 포함한 여성가족부가 됐다.

‘여성정책의 기획·종합, 여성의 권익증진 등 지위향상’이라는 본연의 기능에도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 2014년에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면 개정되면서 여성발전이라는 패러다임은 사라졌다. 여가부의 기능도 여성정책의 기획·종합 등에서 모든 사회정책을 성평등 관점에서 기획, 시행, 점검, 평가하는 성주류화로 그 전략을 이동했다. 성주류화의 3대 도구라고 불리는 성별영향평가, 성인지예산, 성인지통계도 제도화 됐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성주류화의 제도화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경력단절여성법 제정을 통해 여성의 경력단절을 개인의 선택이 아닌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로 의제화하고, 정책적 개입의 필요성을 가시화했다. 이로 인해 여성노동정책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경력단절여성을 정책 대상으로 포섭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정책적 지원이 가능해졌다.

미투(Metoo·나도 말한다) 운동이 만들어낸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여가부를 젠더에 기반한 폭력정책의 컨트롤타워로서 그 기능을 강화시켰다. 여성폭력방지를 위한 젠더거버넌스가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했다.

한편, 2019년에는 정부 정책의 성주류화와 분야별(영역별) 성희롱․성폭력 방지 및 성차별적 구조와 문화 개선을 지속적·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교육부 비롯한 8개 부처에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을 신설해 성평등정책 추진체계를 강화했다. 

부처 존재 이유부터 성찰해야

그러나 여가부만큼 논쟁적인 행정조직도 없을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존폐가 문제가 되고, 급기야 2020년에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여가부 폐지’가 등장하고 나흘 만에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 청원은 항상 등장했던 남성들의 역차별에 대한 불만뿐 아니라 여성들의 지지와 공감까지도 잃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줬다. 그동안 보여준 여가부의 엇박자와 특정 사건에 대한 미숙하고 부적절한 대응 등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가부라는 기능이 아닌 대상 중심의 행정조직이 갖는 근원적 문제와 부처 간의 칸막이가 높은 행정시스템에서 성주류화 전략이 갖는 어려움, 미니 부처라는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정책은 “내가” “체감”할 수 있을 때 지지를 받을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다.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변화된 상황과 여가부 존재 이유에 대한 성찰이 우선돼야 한다. 세상을 변화하고, 여성들은 늘 그 변화에 중심에 있다. 2018년 미투에서, 2019년 n번방 사건에서, 2020년 코로나 위기에서 여가부가 보인 초기 모습을 회상해본다. 보다 적극적으로 여성들의 목소리에 대답했다면 하는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여성부 출범 20년을 맞는 오늘, 성평등 민주주의를 희망하는 우리는 성평등정책 추진기구로서 여가부가 여성부 출범 당시의 목적인 ‘성평등’과 성평등 정책의 ‘총괄·조정 기능’ 강화를 위해 성차별 시정 기능을 어떻게 강화할지, 성주류화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 별도의 추진체계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합의제 행정기구로서 성평등위원회가 필요한지, 아니면 대통령 소속 성평등위원회가 필요한지 등 오래 된 질문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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