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로 본 여성의 역할과 지위

부부도 등 얼굴크기 서열 잣대

남편보다 지위 높은 적도 있어

같은 시대도 지역별 차이 보여

@b8-1.jpg

고구려 벽화 오회분 4호묘 〈해신과 달신〉. (이 벽화는 현재 중국 지린성 기안시에 위치)▶

~b8-2.jpg

◀평양지역 4세기 중반의 안악3호분 남주인공. (전실 서측실 서벽에 그려져 있음)

@b8-3.jpg

평양지역 4세기 중반의 안악3호분 여주인공. (전실 서측실 남벽에 그려져 있음)▶

“집안지역(현 중국 지린성 기안시 지역)에서는 여성의 지위가 남성보다 조금 낮거나 별 차이가 없이 비슷하다. 반면 평양지역에서는 여성의 지위가 처음부터 현저하게 낮았는데 5세기 후반경에는 아들보다 낮아졌음을 보여준다.”

고구려 벽화에 그려진 여성의 모습을 통해 여성 지위와 변화를 살펴보는 논문이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강영경 숙명여대 교수는 지난달 24일 (사)고구려연구회(회장 서길수)가 주최하는 국제학술대회에서 '벽화를 통해서 본 고구려 여성의 역할과 지위'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발표했다.

강교수는 “대상 비중의 법칙에 따라 부녀도(夫婦圖) 속 남녀 크기를 먼저 비교해보고자 한다”며 “한정된 자료로 살펴보는 게 무리가 있지만 같은 고구려 시대에도 평양과 집안지역에 따라 여성의 지위가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안지역에 있는 5세기 중엽의 삼실총에는 제1실 동(東)벽에 부부가 같은 크기로 그려졌다”며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적으로 키가 작은 것을 감안한다면 여성이 실제보다 더 크게 그려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5세기 중엽의 장천1호분에는 부부의 크기가 차이가 없다. 연화 화생도에도 남녀가 나란히 그려져 있고 관대(관의 받침)도 크기가 같은 1인용 관대 2개가 나란히 설치됐다”며 “이는 남녀의 차별이 없는 대등한 지위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반면 “평양지역에 있는 4세기 중반의 안악3호분(사진)에 등장하는 부부는 각기 다른 벽면에 다른 장방에 앉아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며 “남주인공은 정면상이며 크기도 크고 여주인공은 주인 쪽을 향해 무릎을 꿇은 채 작게 그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강교수는 “평양지역에서는 4세기 중반에 이미 남녀가 유별”하며 “남존여비와 여필종부적인 유교관념이 벽화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5세기 후반의 수산리 고분에는 남주인공의 뒤에 조금 작게 아들이 그려지고 그 뒤에 조금 더 작게 여주인이 그려져 있다”며 “이는 아들보다 낮은 지위에 있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강교수는 부부도상의 크기뿐 아니라 벽화에 그려진 부부의 위치도 지위 변화와 관련된 것으로 보았다.

그는 “집안지역에서는 남녀의 지위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부인이 남편의 좌측에 위치했다”며 “반면에 평양지역에서는 여성이 남성의 좌측에 위치하다 5세기 후반경 우측에 위치하는 것으로 변했다”고 분석했다.

강교수는 “평양지역이 일찍부터 접한 유교문화적인 관념을 반영하고 있다”며 “427년에 단행된 장수왕의 평양천도 역시 이런 정서와 관련 있다고 본다. 유교적 위계질서가 강한 평양이 왕권을 강화시키기 위해 유리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며 이런 분위기가 벽화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추론했다.

그는 “여성의 위치변화와 관련해 주목되는 벽화는 수산리 벽화”라며 “이 벽화에는 부부 사이에 젊은 남성(아들)이 그려져 있다. 부인은 아들보다도 뒤에 작게 그려짐으로써 여성의 지위가 아들보다 낮아졌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현숙 경북대 교수는 “평양지역과 집안지역의 부부도를 통해 부부 사이의 지위 우열을 살펴본 것은 참신한 접근방법”이라며 “안악3호분이 동수무덤이라고 본다면 평양 지역에서는 원래부터 중국적 관념 즉 유교적 관념이 많이 작용했다. 뒷시기로 갈수록 고구려 전체적으로 유교적 관념이 확산돼 집안지역도 결국 그런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동김성혜 기자dong@womennews.co.kr

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