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하원, 법안 발의 2년 만에 관련 토론 시작

우파 정권, 합법화 반대 여전…여론은 "허용해야"

아르헨티나 상원 건물 밖 낙태 합법화 법안 통과에 환호하는 사람들. ⓒAP·뉴시스
아르헨티나 상원 건물 밖 낙태 합법화 법안 통과에 환호하는 사람들. ⓒAP·뉴시스

남미 가톨릭 국가 아르헨티나가 최근 임신 초기 임신 중지를 합법화한 것에 이어 이웃 국가 칠레에서도 관련 논의가 시작됐다.

칠레 하원의 여성·양성평등위원회는 현지시간 13일 임신 14주 이내의 임신 중지를 '비범죄화'하는 법안에 대한 토론을 개시했다. 이 법안은 2018년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발의됐으나 2년 넘게 잠들어 있었다.

가톨릭 국가인 칠레 역시 중남미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임신 중지에 엄격하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독재 정권 말기인 1989년부터 전면 금지됐다.

2017년에서야 성폭행에 의한 임신일 경우, 임신부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 태아 생존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소아과 의사 출신인 미첼 바첼레트 당시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추진해 이뤄진 변화였다.

전면 금지에서 부분 허용으로 완화되긴 했지만 이후에도 원치 않는 임신을 한 많은 여성이 위험한 음성적으로 시술을 받아 왔다.

칠레 야당 의원 마이테 오르시니는 트위터에 "임신 중지는 존재하고 있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라며 "의료기관에 갈 여유도 없는 여성들에 대한 처벌을 멈출지는 우리 손에 달렸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상원 건물 밖 낙태 합법화 법안 통과에 환호하는 사람들. ⓒAP·뉴시스
아르헨티나 상원 건물 밖 낙태 합법화 법안 통과에 환호하는 사람들. ⓒAP·뉴시스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말 임신 14주 이내 임신 중지를 합법화하는 역사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로 인해 칠레 여성단체 등의 기대감도 높아졌다. 그러나 칠레가 아르헨티나의 선례를 따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좌파 여당이 주도적으로 합법화를 추진한 아르헨티나와 달리 칠레의 세바스티안 피녜라 우파 정부는 합법화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오르시니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칠레에서 추진된 법안은 아르헨티나와 같은 임신 초기 임신 중지 '합법화'가 아니고, '비범죄화'다. 칠레 헌법상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정책의 법안은 대통령만이 발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법안이 통과돼도 시술을 한 여성이 처벌받지 않는 것에 그칠 뿐, 아르헨티나처럼 정부가 의료기관을 통한 합법적인 시술을 보장하거나 지원하지 않는다.

한편, 이번 법안이 의회에서 논의되는 동안 칠레 내 합법화 찬반 논란도 한층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칠레 조사기관 카뎀의 최근 조사에서 응답자의 56%는 "일부 상황에서"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모든 경우에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27%, 어떤 경우에도 허용해선 안된다는 답은 1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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