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사형 집행 재개로
여성 사형수 리사 몽고메리도 형 집행 대상
성학대 피해 알려지며 동정론 일어...감형 요구도
사형 반대 입장 밝혀온 바이든 당선인, 집행 무효화 가능성

미국 내 뜨거운 사형 찬반 논란을 일으켰던 리사 몽고메리(52) 사형 집행이 연기됐다. 이번 주로 예정된 다른 두 건의 사형 집행도 연기됐다.

12일(현지시각) 사형 집행 예정인 리사 몽고메리. ⓒWikipedia
12일(현지시각) 사형 집행 예정인 리사 몽고메리. ⓒWikipedia

미 연방정부는 지난 17년간 중단했던 연방정부 관할 재소자에 대한 사형 집행을 지난해 7월 재개했다. 지금까지 10건의 사형을 집행했다. 몽고메리는 남은 형 집행 대상자 3명 중 한 명이다. 그는 살인 및 납치 혐의로 사형 선고 후 복역 중이다. 

몽고메리의 사형 집행 예정일은 12일(이하 현지 시간) 밤이었다. 사형 집행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일(20일) 직전이다. 연방 사형수 중 유일한 여성인 그가 처형될 경우 1953년 이후 연방정부가 최초로 여성을 처형한 사건이 된다.

몽고메리는 어린 시절 끔찍한 성학대 등을 들어 무기징역형 감형을 요구했으나, 연방대법원 판사는 11일 사형 집행 유지를 밝혔다. 그러나 BBC, NBC뉴스 등 미 언론 속보에 따르면 항소법원에서 12일 저녁 형 집행을 막아 무기한 연기됐다. 

 

잔혹한 범죄 저질러 사형 선고됐지만
“몽고메리도 피해자” 사형 반대 움직임도

리사 몽고메리 사건은 미국 내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다. 몽고메리의 범죄는 잔혹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가 오랜 기간 지속된 성학대와 고문의 희생자라며 선처를 요구했다. 피고인의 평생 경험이 선고에 반영돼야 하는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2004년 12월, 당시 36세였던 몽고메리는 달렌 피셔라는 가칭을 써서 미주리주 스키드모어에서 강아지 분양 사업을 운영하는 보비 조 스티넷(당시 23세)에게 연락해 가게로 갔다. 그러다 임산부이던 스티넷을 목 졸라 죽이고 8달 된 태아를 꺼내 달아났다. 다행히 아기는 목숨을 건졌고 아버지에게 돌아갔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의 남편 젭 스티넷은 몽고메리가 전혀 반성과 후회를 보이지 않는다며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사형 집행을 못 보게 됐으나 “나는 (몽고메리가 처형되는 장면을) 꼭 보고 싶다”고 말했다. 

리사 몽고메리에 살해당한 보비 조 스티넷 추모비 ⓒWikipedia
리사 몽고메리에 살해당한 보비 조 스티넷 추모비 ⓒWikipedia

한편 몽고메리 변호인단은 몽고메리가 성폭력 피해자이자,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이 실패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몽고메리는 유년 시절부터 학대당했다. 몽고메리의 어머니는 몽고메리가 처음 말한 완전한 문장이 “날 때리지 마세요, 아파요”였다고 증언했다. 몽고메리는 11살 때부터 이복 아버지 등 여러 남성에게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고 15살 때부터는 강제 성매매에 내몰렸다. 성인이 된 뒤 결혼을 했지만, 남편의 폭력에 시달렸다. 전담 심리학자는 몽고메리가 평생 트라우마를 견뎠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말 7000페이지에 가까운 선처 호소 청원이 트럼프 행정부 측에 전달됐다. 스칼렛 요한슨 등 유명 인사들도 동참했다. 선처 호소 청원에서 변호인단은 이제 대통령이 “어린 시절 강간과 인신매매의 피해자가 된 수천 명의 여성들에게 그들의 고통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몽고메리를 석방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무기징역형으로 감형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엔(UN)도 몽고메리 구명운동에 나섰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작년 12월 3일 미국 정부에 인권전문가들의 입장을 전달하며 “그 역시 일평생 끔찍한 신체적·성적 학대를 겪었지만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던 피해자"라며 "미 정부가 몽고메리를 사형에 처한다면 그것은 국가가 그녀를 또다시 배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형 반대 입장 밝혀온 바이든 당선인...집행 무효화 가능성도

몽고메리 사형 집행이 추진된 것은 지난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권력 이양기에 사형 집행을 미뤄오던 전통을 130년 만에 깨뜨리고 지금까지 10건의 사형을 집행했다. 몽고메리의 기존 집행 예정일은 12월 8일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됐었다.   

KMBC 등 미 언론은 이번 형 집행 연기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는 20일까지는 미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바이든 당선인은 사형 집행 반대를 이미 표명했기에 형 집행이 아예 집행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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