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정인이가 스웨덴에서 태어났다면?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정인이가 스웨덴에서 태어났다면?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21.01.15 07:50
  • 수정 2021-01-14 2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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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모 학대로 사망한 3살 에스메랄다
지난해 1월 친부모 학대로 사망한 3살 에스메랄다. 에스메랄다 친부모는 출산 직후 양육권을 포기했으나 2년이 지난 뒤 친자양육권을 내세워 보모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다. 법원은 친부모의 손을 들어줬고, 보모 품을 떠나 친부모집으로 간 에스메랄다는 9개월 만에 사망했다. 사진=아프톤블라데트
지난해 1월 친부모 학대로 사망한 3살 에스메랄다. 에스메랄다 친부모는 출산 직후 양육권을 포기했으나 2년이 지난 뒤 친자양육권을 내세워 보모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다. 법원은 친부모의 손을 들어줬고, 보모 품을 떠나 친부모집으로 간 에스메랄다는 9개월 만에 사망했다. 사진=아프톤블라데트

 

2020년 12월 10일 스웨덴 의회에서 중요한 법이 통과됐다. 일명 ‘작은 심장법’이라고 알려진 이 법은 작년 1월 사망한 에스메랄다(Esmeralda Gustafsson)라는 3살 아이와 같은 비극을 예방하기 위해 제정됐다.

에스메랄다는 2016년 3월 생으로 모터사이클 갱단에 소속된 아버지와 마약에 의존해 살고 있던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다. 출산을 위해 입원한 병원에서 ‘아이를 낳으면 바로 살해하겠다’는 아버지는 바로 쫓겨났고 마약중독과 정신질환까지 앓고 있던 엄마는 출산하자마자 양육권을 포기하고 핏덩이 아이를 남겨 놓은 채 비정하게 병원을 떠났다.

태아나자마자 부모로부터 버려진 아이의 수유와 양육을 위해 병원은 시보육시설에 등록된 보모 집에 아이를 맡겼다. 입양부모가 선정되기 전까지 일반 가정에서 아이를 자식처럼 키울 수 있는 보모를 선별해 시사회복지과에서 특별히 선정해 운영하기 때문에 보모는 친자식처럼 온 정성을 다해 사회에서 버림받은 아이들을 돌본다. 에스메랄다는 보모를 2년 동안 친엄마로 알고 자랐고 보모는 아이를 자신의 자식보다 더 한 사랑으로 품어주었다. 보모는 아이를 ‘작은 심장(Lilla hjärtat, 뜨거운 가슴과 마음으로 사랑하는 귀한 보배라는 스웨덴식 표현)’이라 부르며 따듯하게 정성으로 보살폈다.

마약과 폭력조직에서 활동하던 친부는 갑자기 친모를 부추겨 양육권을 주장하면서 이 아이의 운명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친부모는 시의 사회복지과를 상대로 친자양육권을 주장하며 보모로부터 아이를 되찾아 오기 위한 소송을 시작했다. 1심인 지방행정법원에서 친부모가 아직 마약에 의존하고 있고 사회적 범죄조직에 소속되어 고정적 수입이 없으며 친모는 마약 의존과 정신질환까지 앓고 있어 친자양육권을 발탁한다고 판결했다.

아동이 안전하고 행복할 권리보다
친자양육권 우선한 스웨덴 법원

친부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고등법원에 항소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부모의 상태는 예전과 다르지 않았지만 고등행정법원에서는 장기적으로 자녀의 정서 안정과 정상적 성장은 친부모와 함께 생활할 때 가장 긍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친부모의 자녀양육권에 손을 들어 주었다. 3살 생일을 며칠 남겨둔 채 보모의 따뜻한 품을 떠난 에스메랄다는 이웃집 신고로 찾아간 경찰에 의해 보모의 품을 떠난 지 9개월만에 차가운 주검이 되어 발견됐다. 온 몸에서 피멍이 발견됐고 부검 결과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실조가 걸려 머리털은 빠져 있었고, 울음을 멈추기 위해서였는지 마약을 놓은 자국이 온몸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부검결과 아이의 몸은 100여 군데 구타 흔적과 오른쪽 팔이 골절되어 있는 끔직한 상태였다. 친부모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목욕탕에서 떨어져 생긴 상처라고 둘러 댔다. 경찰은 친부모를 살인죄와 사체유기죄를 적용해 구속해 재판에 회부했다. 이 기간 동안 친부는 마약과다복용으로 사망했고, 친모는 징역 1년9개월 형의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몇 개월 복역하다 마약으로 인한 정신병 증세로 풀려나 치료를 받고 있다.

스웨덴은 어느 나라보다도 아동복지가 잘 갖춰져 있는 국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유엔(UN)의 아동헌장을 그대로 아동법으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할 정도로 아동권리 실천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던 나라였기에 충격은 더 크게 느껴진다. 아동의 복지와 권리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스웨덴이 아동의 안전과 행복할 권리보다 부모의 친자양육권에 손을 들어 주어 이 같은 비극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스웨덴 국민들은 에스메랄다를 2년 동안 친딸처럼 돌보던 보모의 일간지 인터뷰를 보고 분개했다.

태어나자마자 병원에서 데려와 키워준 엄마였던 멜린다 야콥(Melinda Jacob)은 자신의 작은 심장과도 같았던 아이가 가지고 놀던 인형, 즐겨 입던 옷, 놀던 장난감, 마지막으로 찍었던 사진을 눈물로 바라보며 능력도 없고, 애초부터 사랑도 없었으며, 아이를 단순히 양육보조금을 위한 대상으로만 여겼던 친부모에게 양육권을 넘겨준 법체계와 아동보호제도의 맹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여론은 재발방지와 아동권리의 보장을 위해 제대로 된 법을 제정하라고 들끓기 시작했다.

‘자녀는 나의 소유물’ 인식 문제
아이 행복과 생존권 담은 ‘작은심장법’

12월 10일 작은심장법(Lilla hjärtat-lag)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이 법은 지방정부의 사회복지기관과 법원이 행정 및 사법적 판단을 할 때 친부모의 양육권보다 핵심적으로 아이의 행복과 생존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지방정부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관리, 감독, 양육의무 이행 등의 심사수칙을 명확히 했다.

정인이가 스웨덴에서 태어났다면 까다로운 선발절차와 심사기준으로 좋은 양부모 밑에서 국가가 주는 아동수당, 학업수당, 무상교육, 무상의료, 무상치과진료, 무상안경, 무상대학교육과 유학지원금 등의 다양한 복지혜택을 받으며 남부럽지 않게 자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행복하게 끝까지 잘 성장할 수 있었을까에 대한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마약, 알코올, 범죄, 폭력, 총격살인도 빠르게 늘고 있는 스웨덴 사회의 부정적 변화상을 목격하고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한국이나 스웨덴 모두 아이를 낳거나 입양해 책임 있게 양육할 수 있는 준비가 된 부모의 인성교육과 자녀가 소유의 대상이 아닌 한 생명체로서 살 권리 인정과 이를 뒷받침할 법체계를 꼼꼼히 갖추는 것이 더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하겠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박선이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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