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클렌징티슈 기업 광고 논란
불성실 사과했다가 사태 더 키워

중국의 클렌징티슈 기업 광고가 논란이 됐다. 여성 대상 성범죄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릴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업체가 광고를 삭제하고 사과했지만 오히려 불매운동이 번졌다. 

해당 광고는 최근 중국 여성들을 들끓게 한 퍼코튼(Purcotton)이라는 중국 브랜드의 클렌징티슈 광고다. ‘더우인’(틱톡 중국 버전)에 올라온 26초 분량의 영상 광고다. 한밤중 치한으로 의심되는 남성이 젊은 여성을 뒤쫓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불안에 떨던 여성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듯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가방 안에서 무언가를 재빠르게 꺼낸다. 이후 남성이 여성의 어깨를 확 잡아 뒤돌게 하자 “형, 무슨 일 있어?”라고 묻는다. 이때 영상에는 여성이 아닌 남성이 등장한다. 치한은 ‘민낯’을 보고 도리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간다.

광고 속에는 화장한 얼굴과 화장을 지운 모습이 등장한다. ⓒ신경보
광고 속에는 화장한 얼굴과 화장을 지운 모습이 등장한다. ⓒ신경보

여성이 해당 회사의 클렌징티슈로 빠르게 화장을 지우자 남자 같은 모습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다. 정확한 공개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웨이보 등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며 논란이 됐다.

온라인상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야간에 여성을 상대로 이뤄지는 범죄를 연상시키는 데다 그 책임이 화장을 한 여성에게 있는 것처럼 비칠 수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이 광고가 여성의 안전을 외모와 연관시켰으며 성폭력은 피해자에 잘못이 있다는 관점을 드러낸 것이란 비난이 제기됐다.

퍼코튼 측은 8일 웨이보를 통해 “티슈의 청결 세척 효능이 좋다는 걸 부각하기 위한 아이디어 차원이었다”고 해명했으나 거센 항의가 지속되자 광고를 삭제했다. 사과문을 내놨지만 오히려 사태를 더 키웠다.

퍼코튼이 내놓은 사과문에 도입부 2단락만 사과문으로 표시한 온라인 게시물. ⓒ신경보
퍼코튼이 내놓은 사과문에 도입부 2단락만 사과문으로 표시한 온라인 게시물. ⓒ신경보

이 업체는 2장 분량의 사과문 첫 부분에 "죄송하다. 우리가 잘못했다"며 "다시는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의 뜻을 밝히기는 했지만, 사과문의 대부분은 자사를 추켜세우는 내용으로 채웠다.

많은 누리꾼은 이같은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밝혔으며 일부는 “여혐 회사는 불매가 답이다”며 보이콧 움직임을 보였다. CNN 베이징지부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 산하 중국여성연맹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차이나 우먼스 뉴스’는 퍼코튼 뉴스가 올린 광고가 “피해자를 악마화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성을 모욕하는 ‘창의적인’ 광고가 대중의 비판을 받는 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신경보 등에 따르면 광저우의 여성단체 회원인 뤄루이쉐는 "해당 광고는 화장에 대한 편견과 여성에 대한 악의, 심각한 이슈를 흥밋거리로 이용한 것 등 논란 소지가 많다"면서 "진지하지 않은 사과는 문제를 더 키웠는데 이는 이번 일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퍼코튼 측은 “문제 해결을 위한 팀을 구성했다”며 “그간의 콘텐츠 제작 및 검토 과정을 개선하여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퍼코튼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두 번째 사과문을 11일 웨이보에 게시했다. 광고 제작 경위를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기업이 성차별 물의를 일으킨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CNN베이징지부의 보도에 따르면 2020년 슈퍼마켓체인인 RT-Mart는 대형 또는 XXL 사이즈 옷을 입은 여성들이 “썩음” “끔찍함”이라고 표기된 사이징 차트를 진열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했다. 2019년 중국 차량 호출 서비스 앱 ‘디디추싱’은 해당 앱을 사용한 여성 두 명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오후 8시 이후 서비스를 사용하는 여성 승객을 위한 통금시간 정책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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