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7-3.jpg

◀맨앞부터 최정순, 강형철, 김양희, 황상민, 신혜수씨. <사진·이기태>

참석자

강형철 숙명여대 리더십센터 센터장

김양희 한국여성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최정순 웅진닷컴 인재개발본부 이사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신혜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본지 논설위원(사회)

UN차별철폐위원회 부위원장

2003년 10월 20일(월) 아침 8시

여성신문사 회의실

신혜수(이하 신)=여성신문은 지난 15주년 특집호의 기획으로 여성리더십을 다룬 바 있다. 오늘날 리더십은 우리사회의 화두라고 할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영역이다. 특히 여성리더십은 기존의 구태적인 리더십에 대한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여성리더십이란 어떤 것인가? 그리고 우리시대 여성리더들은 어떠한 덕목을 갖추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를 심도있게 해보려고 한다. 여러분의 고견을 기대한다.

김양희(이하 김)=여성리더십은 기존의 남성적·가부장적 리더십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전환적 리더십의 하나인 것이다. 여성리더는 여성적인 가치를 갖고 기존의 리더십을 확실하게 바꿀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나 '여성'이라는 측면에 제한을 두고 싶지는 않다. 최근 연구들을 보면 리더십의 요건으로 진정성을 꼽는다. 예를 들어 여성들은 남성보다 원칙에 충실한데, 이 점이 바로 진정성의 근거가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여성리더십에 대한 논의가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남성 학자 두 분이 오셨는데, 여성리더십이나 여성적 가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해 달라.

황상민(이하 황)=가치는 기본적으로 모든 인간이 지향하는 방향을 일컫는데, 성에 따라 인위적으로 나눌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성에 따른 가치분화가 양성평등이나 통합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리더십에 대한 생각을 다양화할 필요는 있다. 흔히 리더십을 '나를 따르라'는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에 여성과 배치되는 것으로 여기기 쉽다. 리더십은 다양한 형태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여성리더들이 보여줘야 한다. 여성리더십의 '고유한 속성'이 있을 것이고, 이에 대한 논의가 본 좌담에서 활발해졌으면 한다.

공공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세상을 바꿔가는 것을 리더십이라고 일컫는다. 이렇게 보면 리더십은 누구나 생래적으로 갖고 있는 능력이다.

@a6-1.jpg

강형철 숙명여대 리더십센터 센터장▶

강형철(이하 강)=현실적인 면을 보자. 여성적이란 것은 더 민주적이고, 더 상대적이란 특성을 갖고 있다. 이는 21세기가 요구하는 특성이자 효율성을 높이는 능력이라고 본다. 그런데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이런 여성적인 능력만으로 되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실제 현장에선 '카리스마' 없는 리더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부드러운' 여성리더십이 과연 결과를 보장할 수 있냐는 의문인 것이다. 공공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세상을 바꿔가는 것을 리더십이라고 일컫는다. 이렇게 보면 리더십은 누구나 생래적으로 갖고 있는 능력이다. 이를 계발하는 게 리더십센터의 목적이다.

지금까지 여성들은 사회적인 장벽에 막혀 이런 능력을 계발하지 못했다. 이 벽을 허물기 위해 여성리더가 중요시되고, 이들이 멘토링도 해야 하며 역할(롤)모델이 돼야 한다. 여학생들이 롤모델로 잡을 수 있는 선배가 적은 게 현실이다.

최정순(이하 최)=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할 말이 많다. 내가 일하는 회사의 경우 여성이 아주 많다. 보통 영업관리직의 80%, 본사 관리직의 40% 정도가 여성이다. 그러나 직급만 높다고 리더는 아니다. 내가 갖고 있는 성공요인과 가치관을 다른 이에게 전파하고 따라올 수 있게 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후배들을 끌어줄 수 있는 힘이 중요한 것 같다. 남성들은 줄서기를 잘 하지만 여성들은 못한다(웃음). 기존 사회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나갈 장치가 별로 없다는 얘기다. 이 구조를 깰 수 있어야 리더가 될 수 있고, 리더가 된 뒤엔 후배를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여성리더십인데, 실제로 구현하기란 어렵다.

=공감한다. 자기 혼자 공부하고 일해서 일정 위치에 올라갈 수는 있다. 그러나 조직생활은 얘기가 다르다. 끌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은 중요하다.

=성공한 위치에 왔다는 사실 하나로 리더라고 지칭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법관이면 혹은 의사면 전부 리더인가 이런 의문이다.

여성리더들이 잘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여성신문이 해야 할 것 같다. 이런 일들의 목적은 여성의 힘을 모아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a6-3.jpg

◀김양희 한국여성개발원 선임연구위원

김=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커리어'로서 리더십은 구별해야 할 것 같다. 최근 책을 번역하면서 내가 리더십 커리어를 고민해본 적이 있냐는 자문을 했다.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승진하면 리더가 되고 리더로서 일을 맡는다. 그런데 준비되지 않은 리더는 조직을 혼란케 한다. 이런 문제에 여성신문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사회적 커리어를 인정받지 못하는 가정주부는 리더가 될 수 없는 것일까. 아파트 부녀회장, 자원봉사자들은 어떤가.

=자신의 커리어로 볼 수는 있지 않겠나. 주부도 사회단체 활동을 하거나 지역사회 활동을 하면 리더 범주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사적 부문 특히 가정에 대한 고려를 해야 한다. 리더십은 공공 부문에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엔 후배 여성을 기르지 않는 이는 리더가 아니라는 최 이사의 지적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일반인은 자신을 끌어주는 리더를 원한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리더는 사회적 헌신성이나 도덕성을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 경향이 있다. 존경과 찬사를 받는 리더가 적은 이유이기도 하다. 사회적 공감대를 실현하는 리더를 만들지 못한 탓이다.

=여성운동계가 말하는 리더십과도 일맥상통한다. 사회적 헌신성과 도덕성, 여성주의적 관점과 진보성, 자율성 등이다. 사회에서 통용되는 카리스마적, 권위적 리더십과는 양태가 다르다. 지금 세계는 다른 형태의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이른바 '여성적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라고 여러분의 의견을 정리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여성리더군을 만든다면 어떤 요건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분야별로 나눠 제시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포지션만으로 리더를 뽑으면 좀 문제가 있지 않겠나. 사회 지도층에 있다고 전부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른 여성만 리더라고 한다면 미래의 비전이 안 보인다.

=지금 여성들의 정치세력화가 중요한 화두다. 그런데 정치권에선 여성이 없다고 말한다. 다른 분야에서도 여성이 없다고 불평한다. 각 분야에서 이런 여성들이 이렇게 활약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문제는 그 사람들을 우리가 점검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맞는 말이다. 그 사람을 리더로 꼽는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신뢰도나 타당성을 높이려면 여성신문에 공고를 하거나 인터넷에 올려서 추천을 받는 방식도 가능하다. 공동의 선을 위해 세상을 바꾸는 리더십, 이에 해당하는 사례를 받거나 취재해서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질적인 부분을 보충하자는 얘기다.

=맞다. 각 분야에서 일정 지위에 있는 여성은 리더라고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여성들이 과연 양성평등적 인식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가려내기는 어렵다.

=여성이 활동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교수가 된 것 자체가 리더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볼 순 있다. 남성들의 영역을 차지해간다는 전략적 차원에서 본다면 모두 리더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사회적 성공을 한 여성의 범주에 속하거나, 그렇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사회에서 리더적 역량을 발휘하는 사람 모두를 우리 사회의 여성리더로 발굴해야 한다고 본다. 여성적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 기회에 리더십의 다양한 모델에 대해 얘기해 보자.

여성리더들은 내가 갖고 있는 성공요인과 가치관을 다른 이에게 전파하고 따라올 수 있게 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중요한 것은 후배들을 이끌어주는 일이다.

@a6-2.jpg

최정순 웅진닷컴 인재개발본부 이사▶

=리더십을 말할 때 보통 '카리스마'를 떠올린다. 그러나 요즘은 따뜻한 리더십, 관계를 중시하는 리더십을 요구받는다. 이런 리더십을 갖춘 리더가 있는 조직은 그렇지 않은 곳보다 생산력이 두 배 이상이다. 올바른 리더가 중요한 이유다.

=카리스마를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권한을 독점하고 다른 사람의 기를 막아서는 게 아니라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카리스마가 필요하다.

=리더는 비전과 도덕성의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어떤 여성들을 리더로 꼽을 수 있나.

=숙명여자대학교의 이경숙 총장을 추천한다. 교수와 직원을 독려하고, 심지어 학교일을 위해선 말단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