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보건복지부 장관, 경찰청장에 공개 질의
“이상 신호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 만들어야”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아동인권단체 외 38 단체가 '아동의 죽음, 보건복지부장관과 경찰청장에게 묻는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시민단체가 '아동의 죽음, 보건복지부장관과 경찰청장에게 묻는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생후 16개월의 입양 아동이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일명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보건복지부장관과 경찰청장에게 시민단체가 공개질의에 나섰다.

아동인권·미혼모·한부모·여성단체는 11일 국회 정문 옆에서 학대 피해로 입양아동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관과 경찰청장에게 공개 질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학대 피해로 숨진 피해 아동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수경 법무법인 율다함 변호사는 “정부는 왜 정인이를 구하지 못했는지 답하라”며 “졸속 대책이 아닌 아동과 현장 중심의 실효적인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신 변호사는 “이번 (정인이) 사건은 아동학대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발생했음이 분명하다”며 “정부는 이러한 시스템의 오작동에 누구보다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현실적인 대책이 아닌 실효적인 시스템이 현장에서 돌아가기 위한 인력·예산·인프라에 대한 뒷받침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정부는 포용국가 아동정책에 따라 일선 지자체 산하에 아동보호팀이 마련됐고 소속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아동학대조사 업무 전반을 책임지는 체제가 마련됐으나 역부족이었다. 정부 공식통계(보건복지부, 2019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잡힌 아동학대 사망자 수만 해도 2017년 38명, 2018년 28명, 2019년 42명(잠정치)이다. 2019년 아동학대로 판단된 피해 아동은 3만45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현재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배치는 작년 기준 전국에 290명에 그쳤다. 학대피해아동 보호를 위한 학대피해아동쉼터는 전국 75곳에 불과하다.

정선욱 한국아동복지학회장은 “아동보호서비스와 아동복지를 대한민국 정책의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며 “포용국가 아동보호정책을 약속대로 실천하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정부는 여론과 상황에 떠밀려 아동학대 긴급대책을 발표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원래 계획했던 아동보호정책을 긴 호흡과 넓은 시야로 제대로 추진해주시길 바란다”며 “아동학대를 줄이기 위한 대책은 이미 마련돼 있지만 예산과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수많은 대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권 또한 이 사건을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고 예산 등 실질적 지원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덧붙였다.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아동인권단체 외 38 단체가 '아동의 죽음, 보건복지부장관과 경찰청장에게 묻는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아동인권단체 외 38 단체가 '아동의 죽음, 보건복지부장관과 경찰청장에게 묻는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번 사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반복된 사회 구조 시스템 문제”라며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정부 유관기관의 칸막이를 해소해야 한다. 정보공유가 어려울 이유가 없다”며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사이의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찰의 초동대응 매뉴얼을 적극 보완하고 입양기관의 전문성을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며 “아동보호 관련 예산을 정책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일반 예산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영유아 아동학대 예방과 개입을 위한 체계를 마련하라”며 “아동발달의 단계에 따라 가정방문 등을 정례화하고 사회적 지원자로서 국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국가 차원의 아동학대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입양을 아동보호체계안으로 통합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이들 단체는 보건복지부 장관과 경찰청장에게 아동학대대응체계·입양절차와 제도·아동보호체계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질의서를 전달한다. 질의서 답변은 오는 18일까지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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