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군대는 범죄를 은폐하는 희생자일 뿐입니다. 저는 한국인들이 이라크의 평화를 위해서 미군의 귀환을, 그리고 다른 나라의 그 어떠한 군대도 원치 않는 이라크 국민들의 외침을 들었으면 합니다.” - 10월 9일 이라크인 쉐이마가 한국에 보내는 편지에서.

지구는 지금 무고한 이라크 사람들이 흘린 피가 땅을 적시며 세계의 부조리한 권력이 풍기는 악취가 진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미국이 종전을 선언했지만 이라크는 연일 이라크 시민과 미군이 죽어나가는 전쟁터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이라크침략을 둘러싸고 세계 각국 정부들이 보이고 있는 행태는 이라크 사람들의 생명을 담보로 주판알을 튕기는 부조리의 극

치입니다.

'반전 3국'프랑스·독일·러시아는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꿨고 유엔안보리 이사국들이 만장일치로 미국의 이라크 결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미군의 이라크 점령을 지원할 다국적군 구성과 미국의 침략 유지비용을 세계에 요구할 근거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유엔안보리의 이번 결의안이 마치 면죄부라도 되는 양, 신속하게 파병국 자리를 예약했습니다.

저는 올해 2월 이라크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이라크에서 본 것은 우리와 다름없이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미국의 침략 위협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어김없이 상점 문을 열고 유리창을 닦는, 작은 일에 웃고 우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일상의 모습 말입니다. 어쩌면 20여년 동안 자주 전쟁을 겪고 10여년의 경제 제재로 우리보다 전쟁과 공포에 더 익숙하다는 슬픈 사실이 조금은 다른 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지금 상황에서 이라크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미군의 점령 하에서 이라크 사람들은 무엇을 원할까요? 아마 우리가 무엇을 원할까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라크 사람들의 목숨을 담보로 주판알을 튕기며 손익계산을 따지는 모습은 인간에 대한 회의를 넘어 섬뜩함을 느끼게 합니다. 이들에게 전쟁은 오락게임으로 전쟁의 상흔은 통계 수치로만 생각될지도 모릅니다.

“이라크 사람들을 다치게 해서 얻는 이익 따윈 필요 없다.”

지난 주말 마로니에 공원에서 만난 어느 중학생이 한 말입니다. 이것이 양심이고, 생명체로서의 윤리일 것입니다. 어떤 명분으로도 미국의 이라크 침략은 정당화될 수 없음을, 한국군 파병이 부당한 일임을 명쾌하게 말해 줍니다. 더 나아가, 어찌 다른 사람의 목숨이 쉽게 짓밟히는 세상에서 자기 자신의 목숨만은 안전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까? 그것은 파렴치한 소망이고 헛된 믿음입니다.

노무현 정부가 말하는 '파병=국익'이라는 논리에서 한가지 더 생각해 볼 것은, 그 국익이 누구의 이익인가 하는 점입니다. 미국과 영국 정부는 열화우라늄탄의 사용과 그 폐해를 부인합니다. 하지만 걸프전에 참전했던 자국 병사들 중 일부가 열화우라늄에 노출돼 방치된 채 고통스럽게 죽었거나 지금도 서서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 정부는 절대 열화우라늄의 희생양이 된 자국 병사의 이익을 말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과연 파병의 경우는 어떠할까요? 파병 군인의 생명을 담보로 할지도 모를 '국익'은 누구의 이익일까요?

반전평화의 물결은 미국의 이라크 침략과 한국군 파병추진 때마다 맞서 싸우며 커졌습니다. 그리고 '평화'에 대한 물음 속에서 여성과 아이, 사회적 소수자에게 행해지는 일상적 폭력과 전시폭력 및 군사주의의 연관성 등을 보며 새로운 과제를 더하고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침략과 파병이 진행될 때마다 동시에 무력감도 깊어진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순 없습니다. 삶과 생명을 침탈하는 전쟁과 폭력은 오직 평화를 염원하는 전 세계 양심들의 행동으로만 저지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조리한 세상을 가로지르려는 '움직임'으로 만납시다. 광장에서 혹은 집에서 촛불을 켜고 평화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또 퇴근 후 답답한 TV 앞에서 물러나 반전티셔츠를 꺼내 입고 친구와 가족과 동네 한바퀴를 걸어 봅시다.

<오김숙이/ 여성해방연대 활동가 前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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