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성희롱 사건

“임산부가 먹지도 않은 술을 먹었다고, 결혼도 안 한 여성이 당하지도 않은 성희롱을 당했다고 말하겠어요?”

지난 20일 언론재단 앞 농성장에서 만난 스포츠조선 성희롱 피해 여직원들은 힘들고 억울한 심경을 한숨에 묻어냈다. 이들은 “언론에 알려지면서 가족들에게도 노조를 탈퇴시키라는 전화가 걸려온다”고 토로했다. 회사와 동료 직원들의 따가운 시선에, 가족에겐 미안한 마음에 이날도 한 여직원은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스포츠조선 성희롱 사건은 지난 6월 말 새 제작국장이 부임한 후 마련된 여직원들과 회식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체 회식 이외에도 여직원만을 대상으로 한 회식 자리가 마련됐고 여직원들은 야근자와 휴무자에 대해서도 술자리 회식 참석을 지시받았다고 말했다.

여직원 A씨는 “회식자리에 도착해 보니 제작국장 옆자리와 앞자리를 비워놓고 여직원들에게 앉으라고 강요했다”며 “싫다는데도 손목을 잡아 당겨 결국 국장 앞자리에 앉혔다”고 주장했다. 여직원들은 자신들이 마치 술집 여자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제작국장이 회식에 참석한 임산부에게 술을 따르고 마실 것을 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졌다.

현재 출산 휴가 중인 여직원은 모 방송과 인터뷰에서 “아이에게 미안하다”며 울음을 감추지 못했다. 회식자리에 함께 있었던 B씨는 “제작국장이 임산부라도 한두 잔 정도는 괜찮다며 술을 권하고 실제 마시는지를 꼭 확인했었다”고 전했다.

여직원들은 술자리 이후 노래방에서도 제작국장이 여직원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피하는 여직원의 허리를 끌어당겨 노래가 끝날 때까지 놓아주지 않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여직원들은 이후 근로 시간 등 문제로 제작국내 갈등을 겪으면서 회식자리의 성희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성희롱 사건을 접한 언론노조 스포츠조선지부에서는 여직원 성희롱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책 등을 촉구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여직원들은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반면 제작국장은 여직원들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노조 지부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스포츠조선 측도 보도자료를 통해 “사실이 심하게 왜곡됐다”며 “사내에서는 어떠한 성희롱이나 인권유린 사실이 없었음을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스포츠조선 노조가 “스포츠조선 하원 사장은 해결 의지가 없다”며 “대주주인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언론노조와 조선일보의 싸움으로 확대되고 있다. 조선일보사와 방상훈 사장은 언론노조가 자신들의 명예와 신용을 훼손했다며 2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힘들고 긴 싸움의 출발점에 선 여직원들이 기자와 헤어지면서 던진 말이다.

김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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