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사자 생계 위협을 넘어 대중음악의 위기"

서울 홍대 거리 ⓒ뉴시스
서울 홍대 거리 ⓒ뉴시스

코로나19로 많은 자영업자가 타격을 입었는데 소규모 공연장과 영세한 대중음악 예술인에게 더 시리게 다가왔다. 거리두기 조치로 거의 모든 공연이 취소되면서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단법인 한국음악산업레이블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홍대 인근 공연장에서 취소된 공연은 약 416건으로, 피해 금액은 20억 원에 이른다. 이는 입장권을 팔지 못한 데 따른 손해만 계산한 것으로 임대료와 인건비, 각종 유지비 등을 합하면 피해 금액은 훨씬 더 커진다.

지난해 11월에 14년 역사를 자랑하는 브이홀이 폐업을 결정하면서 인디신에 충격을 던졌다.

브이홀은 2007년 신해철이 개설한 고스트 시어터를 모태로 한, 당시 홍대 앞 최대 규모의 라이브 공연장이었다. 이후 인디밴드는 물론 아이돌 가수, 유명 해외 뮤지션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활발하게 열린 곳이었다.

이후에 무브홀, 퀸라이브홀, DGBD(구 드럭) 등 길게는 수십 년간 홍대를 지킨 공연장이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잇달아 운영을 종료했다.

올해로 26주년을 맞은 홍대 터줏대감 '롤링홀'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피해 가지 못했다. 대출로 근근이 공연장을 꾸려나갔지만 기획한 공연이 대부분 취소되면서 직원을 감축하는 상황까지 왔다.

김천성 롤링홀 대표는 "제가 알기로는 홍대 80여 개 공연장 중 20개 정도가 폐업했다. 1∼2월에 다른 곳들도 (폐업을) 예상하더라"며 "솔직히 롤링홀도 존폐의 갈림길에 있다"고 털어놨다.

현행 거리두기 2.5단계에서는 연극·뮤지컬·영화 등은 관객의 좌석 띄어 앉기만 지키면 되지만 대중음악 공연장의 경우 50인 이하로만 운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직원과 출연자를 제외하면 30장 대의 티켓만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을 내면서 공연을 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공연장 줄폐업은 종사자들의 생계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국내 인디신의 근간을 흔들어 대중음악의 황폐화를 가져올 수 있다.

소속사가 없는 음아인들은 대부분 소규모 라이브클럽에서 공연을 하며 인지도를 높이고 음악적 역량을 키운다. 공연으로 발생한 수익을 바탕으로 새 노래를 발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대가 하나둘 사라지면서 이런 선순환 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지원 방식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공연장 생태계를 유지하고, 민간 자영업자를 살리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공연장을 단순히 다른 업종과 비교해선 안 되고 하나의 '문화'로 봐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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