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한 아내 아들 10대 때 강간”
의붓딸이 신간에서 폭로
뒤아멜 “할 말 없다” 모든 방송 하차

프랑스의 유명 정치학자가 30여 년 전 의붓아들을 강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파리지방검찰청은 5일(이하 현지시간) 직권을 남용해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올리비에 뒤아멜(70·Olivier Duhamel)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뒤아멜은 의붓아들을 과거 여러 차례 강간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일간 르몽드, AFP통신 등이 전했다.

뒤아멜은 헌법개정자문위원, 사회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 등을 지낸 프랑스 정계의 유명 인사로 알려져 있다. 피해자는 뒤아멜이 1987년 재혼한 정치학자 에블린 피지에의 아들이다. 

의붓아들 성폭행 혐의로 수사받게 된 프랑스 유명 정치학자 올리비에 뒤아멜 ⓒWikipedia
의붓아들 성폭행 혐의로 수사받게 된 프랑스 유명 정치학자 올리비에 뒤아멜 ⓒWikipedia

이를 폭로한 사람은 변호사이자 피해자의 쌍둥이 남매인 카미유 쿠슈네르(45·Camille Kouchner)다. 그는 최근 펴낸 책 ‘대가족(La familia grande)’에서 뒤아멜은 10대였던 의붓아들의 침대로 가서 “내가 보여주겠다. 모든 사람이 다 이렇게 한다”며 그를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학대는 최소 2년간 이어졌다. 르몽드에 따르면 피해자도 이를 인정했다. 

7일 출간을 앞두고 카미유는 르몽드에 “더 이상 조용히 있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책에서 카미유는 성폭행이 처음 벌어진 것은 1980년대였으며 “그때 나는 14살이었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썼다. 이어 그는 “나는 피해자라는 말이 불편하다. 그 단어는 내 남매를 계속해서 가두고 비난하기 때문이다. 내 쌍둥이 남매는 생존자다”라고 말했다.

2017년 모친 사망 후 피해자는 친부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친부는 국경없는의사회(MSF)를 공동 설립한 의사 출신으로 보건부·외교부 장관 등을 지낸 베르나르 쿠슈네르(81)다. 그는 뒤아멜에게 책임을 묻고자 했으나 당시 가족을 걱정한 피해자가 말렸다고 한다. 쿠슈네르는 “너무 오래 우리를 짓눌러온 무거운 비밀이 다행히 해제됐다”며 “딸 카미유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변호사이자 피해자의 쌍둥이 남매인 카미유 쿠슈네르는 최근 펴낸 책 ‘대가족(La familia grande)’에서 뒤아멜의 성폭력 의혹을 폭로했다. ⓒ프랑스 LCI 방송화면 캡처
변호사이자 피해자의 쌍둥이 남매인 카미유 쿠슈네르는 최근 펴낸 책 ‘대가족(La familia grande)’에서 뒤아멜의 성폭력 의혹을 폭로했다. ⓒ프랑스 LCI 방송화면 캡처

카미유는 주간지 롭스와의 인터뷰에서 뒤아멜과 어울리던 파리의 많은 정계 인사들이 당시 집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대부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뒤아멜은 해당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4일 프랑스 명문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을 감독하고 재정을 지원하는 국립정치학연구재단(FNSP)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LCI방송과 유럽1 라디오 등에서 그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도 모두 하차하기로 했다. 

시앙스포는 성명서에서 “모든 형태의 성폭력”을 규탄했고, “시앙스포를 관리하는 이사회의 전 이사장인 올리비에 뒤아멜에 대한 매우 중대한 폭로”에 대해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성폭력과 젠더 기반 폭력과의 싸움은 우리 기관의 핵심 가치이자 행동양식”이라고 덧붙였다.

뒤아멜은 트위터에 “인신공격” 때문에 모든 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히며 시사 주간지 르 누벨옵세르바퇴르에 “할 말 없다. 무슨 말을 해도 왜곡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급 이후 그는 트위터 계정을 삭제했다

프랑스 검찰은 다른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과 공소시효 만료 검토 등을 놓고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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