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안치된 故 정인 양의 묘지에서 추모객이 정인양 추모 메시지가 적힌 편지를 놓고 있다. 故 정인 양은 생후 16개월째인 지난해 10월 양부모의 폭력과 학대로 숨을 거두었다. ⓒ뉴시스·여성신문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안치된 故 정인 양의 묘지에서 추모객이 정인양 추모 메시지가 적힌 편지를 놓고 있다. 故 정인 양은 생후 16개월째인 지난해 10월 양부모의 폭력과 학대로 숨을 거두었다. ⓒ뉴시스·여성신문

2021년 새해는 정인이라는 한 아기의 참혹한 죽음 소식으로 시작됐다.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정인이는 왜 죽었는가편이 방송된 이후 분노와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대통령도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개탄하며 대책마련을 지시했다. 유명인사들도 16개월 아기의 짧은 생을 함께 슬퍼했다.

아동학대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반복해서 등장하는 범죄다. 작년 아동학대 피해 아동은 345명 이중 사망자가 42명으로 추정된다. 아동학대 신고률이 10% 정도 밖에 안된다고 하니 실제의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2020년엔 유독 사건이 많았다. 천안에서 아홉 살 아이는 여행가방 안에서 9시간동안 갇혀 있다가 죽어갔다. 그 엄마는 훈육이었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방치된 형제는 화마에 희생됐다. 창녕의 한 편의점에서는 굶주린 상처투성이 아홉 살 소녀가 맨발로 서성이다가 구조됐다. 또 정인이 사건이 한창 화제가 되고 있던 그 시간에도 어린이집 교사의 학대사건 소식이 들렸다. 2020년 경찰대학 치안연구소가 선정한 10대 치안 사건 중에는 아동 학대 사건 3개가 포함됐다.

정인이는 태어나서 곧 친모의 품을 떠나 입양기관을 거쳐 위탁모에게 왔다. 정인이를 7개월간 보살폈던 위탁모는 정인이가 활달하고 아주 건강한 아이였다고 기억했다.

사망 전날 어린이집 교사는 정인이가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으며, 무표정하게 미동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죽음의 기운이 감싸고 있던 아가는 의붓아버지를 따라 간신히 발걸음을 옮겨 따라나섰고, 그것이 그 아이의 마지막이었다.

이 양부모는 왜 그 아이를 입양했을까? 입양 전 5번의 미팅이 있었다는 데 왜 보호자로서의 부적격성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가장 이상한 건 양천경찰서 담당자들이다. 의사와 어린이집 교사들이 무려 세 번을 신고 했다는데 학대의 증거가 부족하다며 부모들을 무혐의 불기소 처분하고 그 피해아동을 다시 학대의 현장으로 돌려 보냈다. 지난해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도 똑같은 구조였다. 경찰의 전문성과 인권 감수성이 개선돼야 한다.

어린 생명을 죽인 죄는 한 개인의 악행이나 한 경찰관의 무지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사회구조적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건이다. 반복되는 아동학대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정인이 사건 이후 관련법 여러 개가 발의됐다. 양형 강화, 보호시설 확충, 전담인력 보완 등 나올만한 처방은 거의가 나왔다. 이 법들이 성과위주로 나열되는데 그치지 말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가장 우선 조치는 학대 피해 아동을 그 가정에서 분리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복잡한 문제가 수반된다. 학대 여부 판단부터 쉽지 않고, 보호처도 부족하며 복귀한 이후 부작용도 걱정스럽다. 지난해 10월부터 전국 188개 시군구에 아동학대전담공무원 290명이 배치됐지만 전문성이나 인원수에서 턱없이 부족하다. 학대의 징후를 예민하게 포착해서 조처를 취하기에 여러면에서 역부족인 현실이다.

아동학대는 우리사회 인권의 현주소이자 미래를 망치는 일이다. 무엇보다 최우선 순위에 두고 해결해야 한다.

2021년 연말에는 생명을 지키기 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이 빛났다는 뉴스를 듣고 싶다.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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