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판벌려] N번방은 여전히 곳곳에 존재한다
[정치 판벌려] N번방은 여전히 곳곳에 존재한다
  •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승인 2021.01.11 11:47
  • 수정 2021-01-12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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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는 26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피켓을 들고 'n개의 성착취, 이제는 끝내자!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원한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활동가들이 지난해 3월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n개의 성착취, 이제는 끝내자!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원한다'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홍수형 기자

 

지난해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우리가 가진 최소한의 상식이 무너졌던 사건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 사건을 우리는 기억한다. 이후 ‘수장’격인 주범들은 모두 검거되었다. 그리고 성착취물을 다운받았던 공범들도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고 있다. 가해자들이 꽤나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았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고, 주범들은 대부분 검거되었으니 이제 이 사건을 자연스레 잊고 지내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매순간 이 사건이 떠오른다. 떠오른다는 말보다 기억한다는 말이 더 맞는지도 모르겠다. 기억한다는 말보다 잊혀지지 않는다는 말이 더 맞는지도.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내용이 너무나 끔찍했기에 떠오르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사안의 심각성 때문에 이 사건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정치권의 소름돋는 무감각함이 잊혀지지 않기에 떠오른다. 모 언론사의 심층취재로 텔레그램 성범죄의 전말은 꽤나 자세하게 다뤄졌다. 신문 1면을 통으로 할애해 사건의 전말이 처음으로 세상에 드러났던 순간, 정치권은 놀랍도록 고요했다. 당시 청년대변인이었던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N번방 사건의 공론화를 위한 논평을 쓰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에너지가 빛을 발하기엔 밖에서 그 빛을 완전히 지워내는 광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당시 정치권은 모든 에너지를 다른 곳에 쏟고 있었다. 패스트트랙과 갖가지 첨예한 사안들이 집중되었던 시기였고, 정치권은 여야가 모두 함께 최후의 투쟁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었다. 몇 달이 지나 다른 언론사의 심층취재 보도가 한번 더 있은 후에야, 부랴부랴 디지털 성범죄 근절 입법과 형량강화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새해를 맞아 앞으로의 날들을 고민하며 지난날을 돌아본다. 여야의 치열한 투쟁이 국민의 존엄을 지키는 일보다 앞설 수밖에 없었던 그날의 상황이 과연 옳은 일이었는지, 이 질문을 몇 번이고 되묻는다. 정치적 투쟁도 중요했고, 지켜내야 할 가치와 통과시켜야 할 법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정치는 국민의 삶을 감각하는 촉수를 날카롭게 그리고 꼿꼿하게 세우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디지털성범죄의 다변화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수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모 중고거래 앱에서 최근 성범죄, 성희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해당 회사에서 최선을 다해 이런 부분들을 모니터링하고 신고제도를 활발하게 가동하고 있지만 발생하는 성범죄에 대한 보다 확실한 조치나 처벌이 이뤄질 수는 없는지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검토해볼 문제다. 현행 제도가 포괄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언제나 발생하기 마련이다. 각종 앱과 sns를 통한 성매매, 조건만남, 성착취 범죄, 온라인 그루밍 범죄 등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N번방은 여전히 곳곳에 남아있다. N번방이라는 이름만 갖지 않았을 뿐, 수법은 더욱 다양해지고 치밀해졌으며 관리감독의 틀을 벗어나는 수많은 사각지대 속에 범죄는 생겨나고 있다.

N번방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올해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수많은 과제 중, 성범죄로부터 존엄한 인간의 삶과 안전을 지켜내야 하는 일이 있음을 다시금 기억한다. 선거용 ‘안전공약’이 아니라 여성의 삶을 실질적으로 지켜낼 수 있는 정책을 상시적으로 점검하며 미비한 점은 보완하고 부재한 부분은 만들어가고자 한다. 정치적 다툼 이전에 인간의 존엄한 삶이 있다.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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