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월요웹툰 1위작 ‘참교육’ 폭력 연출에
청소년 인권단체 “청소년 인권침해 미화·합리화 우려”
네이버 “작가와 미리 검토·수정 논의했다”

네이버웹툰 ‘참교육’ 내용이 교사의 폭력을 합리화하고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웹툰 ‘참교육’을 비판하는 아수나로의 카드뉴스. ⓒ아수나로 페이스북 페이지

교사가 ‘교육’을 빌미로 학생을 당구봉과 야구방망이로 마구 폭행하고, 목을 조르는 등 폭력을 고스란히 그린 웹툰이 네이버에서 연재돼 논란이다. 만화라지만 폭력을 정당화하고 청소년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제의 웹툰 ‘참교육’은 네이버 월요웹툰 1위 인기작으로, 채용택·한가람 작가가 지난해 11월 초부터 연재하고 있는 작품이다. 평균 별점은 10점 만점에 9.7점이다.

‘참교육’은 가상의 체벌금지법이 도입되면서 교권이 무너진 학교를 배경으로 한다. 만화 속 교사는 학생 폭력의 피해자다. 이 상황을 해결하고자 정부 산하에 ‘교권보호국’이 만들어지고, 담당 공무원이 학생 체벌 권한을 갖고 학교에 파견된다. 

웹툰 속 교사가 문제 학생을 구타하는 장면은 ‘참교육’을 실현하는 사례로 묘사된다. 체벌은 ‘약한 학생들을 괴롭히는 불량 학생들의 행동을 저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학교에서 심한 따돌림을 겪었던 등장인물들은 ‘교권보호국’ 공무원이 등장해 학교폭력 가해자들을 체벌한 이후로 학교 생활이 나아졌다고 말한다.

웹툰 ‘참교육’을 비판하는 아수나로의 카드뉴스 ⓒ아수나로 페이스북 페이지

 

청소년 인권단체 “청소년 인권침해 미화·합리화 우려”

그러나 이는 청소년의 문제 행동을 교정하기 위한 체벌의 합리화라는 지적이 나왔다. 체벌이 청소년의 문제 행동 교정에 효과적이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을 낳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는 4일 공식 홈페이지와 온라인 채널을 통해 해당 웹툰이 청소년 폭행을 권력형 범죄가 아닌 교육으로 미화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학생의 인권을 짓밟는 내용이 버젓이 포함된 웹툰 역시 청소년에 대한 폭력”이라는 주장이다.

아수나로는 “체벌을 당했을 때, 지적받은 행동을 앞으로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체벌 당하는 그 순간에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체벌은 학교의 폭력적인 문화를 강화하고, 약한 사람에게 폭력을 가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긴다”고 지적했다. 

또 “교권보호국 소속 공무원은 학교 폭력으로 학생이 사망했는데도 이를 덮어버린 학교를 '참교육'한다고 하지만 체벌의 대상은 교장과 교사가 아닌 오직 학생들”이라며 “어떤 사람들은 맞을 짓을 해도 맞지 않지만, 어떤 사람들은 작은 실수만 해도 맞는다. 체벌은 결국 약자들에게 이 사회가 가하는 폭력이다”라고 강조했다. 아수나로의 치이즈 활동가는 여성신문에 “웹툰의 영향력을 고려해 연재 중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아수나로는 해당 웹툰의 문제점을 계속해서 지적하고, 해결되지 않을 경우 네이버를 상대로 항의 기자회견 등 오프라인 행동에도 나설 계획이다. 

 

웹툰 ‘참교육’을 비판하는 아수나로의 카드뉴스 ⓒ아수나로 페이스북 페이지

 

네이버웹툰 “폭력·인권침해 요소 미리 검토·수정 논의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문제로 지적된 웹툰에 폭력적인 요소가 없는지 사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웹툰 담당자는 여성신문에 “‘참교육’ 전체 줄거리를 사전에 확인했고, 일부 자극적인 연출에 대해서는 매주 마감 전후로 내용을 확인하고 제작사와 논의해 15세 이상 이용권장 안내를 적용, 원고 수정 논의 등을 진행했다”며 “작품 내 폭력성이나 인권 침해적인 내용이 포함되는 경우, 원고 마감 전후 작가와 검토 및 수정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참교육’에서 ‘15세 이상 감상을 권장합니다’라는 문구는 1화 앞부분에만 나올 뿐 2화부터는 사라진다. 웹툰 소개란에 ‘15세 이용가’라고 표기돼 있지만, 누구나 별도의 나이 인증 없이 감상할 수 있다. 현행법상 연령 등급을 표기하지 않아도 페널티는 없다.

 

끊이지 않는 웹툰 속 폭력·인권침해 논란
전문가들 “‘표현의 자유’ 뒤에 숨지 말아야...독자들도 문제 제기해야”


현재 웹툰은 ‘자율 규제’ 대상이다.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기 위해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웹툰 신고를 접수해 이를 한국만화가협회 산하 웹툰자율규제위원회(자율위)에 보내 심의를 요청한다. 창작자와 유통자는 자율위로부터 심의 결과를 받아 작품을 수정한다. 수정하지 않아도 페널티는 없다. 

웹툰 콘텐츠가 폭력적인 연출, 선정성 등으로 비판받는 일이 계속되자 방심위는 2012년 드라마, 영화 등 다른 미디어 콘텐츠처럼 웹툰을 심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치이즈 활동가는 “폭력을 미화하거나 학생 인권을 침해하는 웹툰이 늘어나고 있다”며 “연재 중단이나 규제 등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성상민 만화평론가는 “네이버 웹툰은 상품성 정도만 관리하지 여성 및 소수자 혐오표현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또 “자율위와 만화가들도 고민해야 한다. 언제까지 ‘표현의 자유’란 말로 방어할 수는 없다. 왜 비판이 나오는지 생각하고 시대의 변화에 맞춰 개선해야 한다”며 “독자들도 만화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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