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리스

길 잃은 두 여성의 이야기다. 72세의 클로리스는 남편과 휴가를 보내기 위해 경비행기를 타고 가던 중 사고로 숲속에 떨어져 홀로 살아남는다. 한편, 37세 산림경비대원 루이스는 얼마 전 이혼하고 괴로운 마음으로 경비대 초소에서 근무하던 중 클로리스의 구조 요청을 듣게 된다. 그리고 클로리스를 구하는 일이 자신의 막다른 인생을 구원하는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집요하게 구조 활동을 벌이기 시작한다. 과연 두 여성은 서로를 만나게 될까? 둘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클로리스』는 두 여성의 시점이 교차 서술되는 과정에서 인생의 비밀과 놀라운 반전이 서서히 드러나게 되는 장편소설이다. 1986년의 추락 경험에서 갖은 수난을 거쳐 살아남은 클로리스는 그 이후로도 20년을 더 살았고, 완전히 다른 가치관을 갖게 됐다. 

작가 라이 커티스의 데뷔작으로, 출간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서른 살 신예 작가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노련함과 통찰력으로 “경이로운 인물들로 가득 찬, 오랜만에 읽은 최고의 소설”, “불덩어리 같은 재능을 지닌 작가”라는 극찬을 받았다. 영국에서 영화로 제작 중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숲에서 길을 잃었든, 삶에서 길을 잃었든, 우리의 인생은 예기치 못한 혼란스러운 사건들을 통과해가며 분기점을 맞게 되기도 한다는 것을 낯설고도 아름답게 일러준다.

“우리 대부분이 남들에게 보여주려 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사람들임을 나는 이제 이해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삶이 있고 무덤까지 가져가려 애쓸 비밀을 적어도 하나는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어딘가 존재할 수 있다는 걸 나는 인정할  수 없다. 우리 모두는 가슴속에 자신만 열쇠를 가지고 있는 잠긴 문이 적어도 하나씩은 있다고 나는 본다. 우리 모두는 외로운 침실인 건지도 모른다.” (370쪽) 

라이 커티스/이수영 옮김/시공사/1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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