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나 자신이었다

1950년, 한국전쟁이 시작되던 해에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고, 22살 독일로 이주해 간호사로 일한 여성이 있었다. 한국 현대사 속 여느 인물 같지만, 그의 인생은 파독 간호사로 끝나지 않았다. 2003년 베를린 훔볼트 대학에서 신학 석사학위를 받고, 2005년에는 호스피스 단체인 ‘사단법인 동행-이종 문화 간의 호스피스’를 설립했다. 독일로 이주 후 삶을 마감하는 이들을 돌본 최초의 호스피스 단체였다. 한국 남자와 결혼했다가 사랑하는 여자가 생겨 이혼하게 됐고, 현재는 그 여성과 함께 베를린에서 살고 있다. 한 여자, 김인선의 일생이다.

“나는 내게 주어진 운명이 무엇이고, 내가 결정해온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태어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자기 뜻대로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상황과 환경도 있겠지만, 내가 살아가는 동안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가늠해보고 싶었다. 그것이 이 글을 쓰는 데로 나를 이끌었다.”

저자 김인선의 70년 인생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됐다. 어머니와의 오랜 갈등, 어머니의 그늘을 버티게 해준 외할머니의 존재, 사랑하는 동반자 등 저자를 둘러싼 여성들과의 긴밀한 관계가 드러나는 회고록이기도 하다. 낯선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며 자신만의 삶을 힘껏 개척한 김인선은 호스피스 활동으로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감사패를, 한국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상, 비추미 여성대상 특별상, 한국방송 해외동포상 등을 받았다. 그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귀중한 기록이며, 다른 많은 여성들에게도 깊은 용기를 심어줄 것이다. 

김인선/나무연필/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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