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책타래] 『세상을 연결한 여성들』 外
[주간 책타래] 『세상을 연결한 여성들』 外
  • 최현지 기자
  • 승인 2021.01.04 09:37
  • 수정 2021-01-12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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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연결한 여성들

 

“여성은 기술의 역사에서 중요한 물결이 시작되는 매 순간마다 나타났다. 우리는 보조 장치가 아니다. 우리는 중심이다. 그저 평범함 속에 가려져 있을 뿐이다.” 

과학자, 프로그래머에서 사업가까지, 여성이 이끈 인터넷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오랫동안 기술 혁신의 선봉에 선 다양한 여성들의 탁월한 업적과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았다. 아마존 ‘2018 베스트 논픽션’ 선정작이기도 하다. 

최초의 전자기계식 컴퓨터와 전자 컴퓨터, 인터넷의 전신 아파넷 등, 인터넷의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성 또한 역사와 계보의 일부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인 클레어 L. 에반스는 남성 기술자 중심의 역사를 여성들의 이름으로 새로이 썼다. 역사에서 이름을 쉽게 찾아볼 수 없다고 해서 그들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여성에게도 기술을 다루고, 기술을 활용해 세상을 바꿀 힘이 있다. 

클레어 L. 에반스/조은영 옮김/여성과총 기획/해나무/1만6800원

 

 

 

나, 여기 있어요

 

만화계 성폭력 사건 피해 생존자가 직접 쓰고 그린 자전적인 만화다. 2014년 만화계 내 성폭력을 처음으로 공론화한 사례에 기초한 작품이다. 

이야기는 주인공의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작은 아빠의 성폭력, 오빠의 가정폭력은 피해자가 ‘딸’이라서 당연시되고 무시된다. 주인공 '현지'는 숨 막히는 집을 떠나 웹툰 작가 ‘정한섭’의 문하생으로 들어가게 되지만, 유명 웹툰 만화가이자 만화협회 이사이기도 했던 권력자 ‘선생님’은 출근 첫날부터 여성 만화가 비하, 가스라이팅, 성폭력과 협박을 일삼았다. 갖은 피해를 당하면서도 ‘현지’는 업계에선 흔한 일인 줄 알고 참아낸다. 온갖 모욕과 폭력을 견디다 못해 경찰에 고소하지만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말을 듣게 된다. 결국 궁지에 몰린 '현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건을 공론화한다. 

결국 주인공은 사건에서 승리했고, 자신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성폭력 예방 교육 강의와 피해자 상담도 한다. 여전히 피해자는 ‘이 자리’에 있다. “나, 여기 있어요.” 

다담, 브장/교양인/1만6000원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나 자신이었다

 

1950년, 한국전쟁이 시작되던 해에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고, 22살부터 독일로 이주해 간호사로 일하기 시작한 여성이 있었다. 한국 현대사 속 여느 인물 같지만, 그의 인생은 파독 간호사에서 끝나지 않았다. 2003년 베를린 훔볼트 대학에서 신학 석사학위를 받고, 2005년에는 호스피스 단체인 ‘사단법인 동행-이종 문화 간의 호스피스’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독일로 이주해온 뒤 삶을 마감하는 이들을 돌본 최초의 호스피스 단체였다. 한국 남자와 결혼했다가 사랑하는 여자가 생겨 이혼하게 되었고, 현재는 그 여성과 함께 베를린에서 살고 있다. 한 여자, 김인선의 일생이다.

김인선의 70년 인생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되었다. 낯선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며 자신만의 삶을 힘껏 개척해간 김인선은 호스피스 활동으로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감사패를, 한국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상, 비추미 여성대상 특별상, 한국방송 해외동포상 등을 받았다. 그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귀중한 기록이며, 다른 많은 여성들에게도 깊은 용기를 심어줄 것이다. 

김인선/나무연필/1만4000원

 

 

아낌없이 살아보는 중입니다

 

‘안경 아나운서’로 유명한 임현주 MBC 아나운서의 첫 에세이집이다. 여성 아나운서에게 금기와도 같았던 안경을 착용한 채 뉴스를 진행해 한국을 비롯해 외신의 주목을 받게 됐다. 그는 방송 직전까지도 대기실에서 안경을 바라보며 고민했지만, 중요한 질문을 스스로 던졌다.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걸까?” 

‘덜 꾸밀 용기’를 세상에 알리고 방송계 성차별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인물로 거듭난 그는 꽉 끼는 옷이 아닌 셔츠나 재킷 등 편안한 옷을 입기 시작했고, ‘노브라’로 생방송을 하기도 했다. 하면 안 되는 일은 별로 없었다.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나?”라는 물음을 세상에 던졌을 때, 비로소 삶이 중심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열어온 임 아나운서의 행보가 책 안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당연한 것은 없다’ ‘더 솔직해져도 괜찮다’ ‘타인의 시선과 기준에 자신을 맞추며 버텨내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유쾌하고도 꼿꼿하게 전하는 책이다. 

임현주/유영/1만4800원

 

 

 

 

우한일기

 

『우한일기』는 코로나19바이러스의 비극이 최초로 터져 나온 곳, 인구 1000만의 대도시 우한에서 여성 소설가 팡팡이 써 내려간 참상의 기록이자 생존기다. 돌연한 바이러스 창궐, 일파만파 확산되던 역병의 공포, 은폐와 침묵, 고위직의 안이한 대응과 사람들의 절규를 낱낱이 기록했다. 팡팡은 이 파괴적인 재난이 왜 일어났는지, 어떤 안일함과 무책임이 이런 엄청난 비극을 키웠는지 집요하게 추적한다. 

통계로도 드러나지 않고 뉴스에도 보도되지 않는 거대한 참상이 그의 시선으로 생생하게 적혔다. 또한 참혹한 상황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돕는 이웃, 텅 빈 거리를 정돈하는 환경미화원들, 의료진의 헌신도 기록했다. 무엇보다 팡팡은 코로나 사태에 책임이 있지만 고개 돌린 자들의 책임을 끝까지 추궁한다. 

팡팡은 코로나19의 참상과 성찰을 전 세계에 증언한 공로로 2020 BBC 선정 ‘올해의 여성’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 전 세계가 귀 기울여야 할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책. 

팡팡/조유리 옮김/문학동네/1만6500원

 

 

 

우리가 잃어버린 것

 

월간 『현대문학』이 매달 25일 발행하는 ‘월간 핀시리즈’ 32번째 작품이 출간됐다. 

서유미 소설가는 2007년 등단한 이후 현대인의 내면과 다면적인 인간 군상을 정직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왔다. 그의 신작 단편소설 『우리가 잃어버린 것』에는 ‘노경주’라는 한 여성이 결혼, 출산, 육아 과정 속에서 경력을 비롯해 잃어버린 것들이 적혀 있다. 노경주는 육아휴직 이후 복직 대신 퇴직을 선택했고, 딸을 어린이집에 보낸 뒤 구직 활동을 이어가는 일상을 보낸다. 그러나 이른바 ‘경단녀’인 경주에게 취업 시장은 녹록치 않고,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점차 마음의 문을 닫고 자발적 고립의 상태로 자신을 몰아넣는다. 직장, 가족, 친구라는 기존에 존재해온 관계를 그리워하면서도 새로운 환경으로부터 벗어나지도, 그에 적응하지도 못하는 경주의 모습은 이 시대 많은 기혼 여성들의 씁쓸한 현실이기도 하다. 

소설은 우리가 어느새 스스로 이탈한 궤도들과의 이별, 잃어가고 있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까지 담담하게 직시한다. 서유미 소설가가 ‘작가의 말’에 쓴 대로, 무언가를 잃어가는 일이 슬프기만 한 건 아닐 것이다.

서유미/현대문학/1만3000원

 

 

 

회사가 사라졌다

 

폐업, 해고에 맞선 여성 노동을 기록하는 ‘싸우는여자들기록팀 또록’에서 펴낸 책이다. ‘또록’은 기록하고 또 기록하자, 또박또박 기록하자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다. 

폐업은 회사가 문을 닫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회사의 전략 중 하나로 작동하기도 한다.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노동조합을 결성하면 폐업해버리기도 하고, ‘비숙련’ ‘단순’이라는 명칭을 붙여 내쫓고 더 저렴한 노동력을 찾는 경우도 많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경영혁신’이라는 미명하에 비용을 줄이려는 곳에는 언제나 여성 노동자가 있었다는 사실, 그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폐업’이라는 문제가 한층 더 가까이 다가온 지금, ‘일하는 아줌마’와 ‘드센 여성’들이 어떻게 싸우고 생존해왔는지 들여다보는 일은 더욱 긴박하고 절실한 일이다. 

싸우는여자들기록팀 또록/파시클/1만7000원

 

 

 

클로리스

 

길 잃은 두 여성의 이야기다. 72세의 클로리스는 남편과 휴가를 보내기 위해 경비행기를 타고 가던 중 사고로 숲속에 떨어져 홀로 살아남는다. 한편, 37세 산림경비대원 루이스는 얼마 전 이혼하고 괴로운 마음으로 경비대 초소에서 근무하던 중 클로리스의 구조 요청을 듣게 된다. 그리고 클로리스를 구하는 일이 자신의 막다른 인생을 구원하는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집요하게 구조 활동을 벌이기 시작한다. 과연 두 여성은 서로를 만나게 될까? 둘이 만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작가 라이 커티스의 데뷔작으로 출간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서른 살 신예 작가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노련함과 통찰력으로 “경이로운 인물들로 가득 찬, 오랜만에 읽은 최고의 소설”, “불덩어리 같은 재능을 지닌 작가”라는 극찬을 받았다. 영국에서 영화로 제작 중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숲에서 길을 잃었든, 삶에서 길을 잃었든, 우리의 인생은 예기치 못한 혼란스러운 사건들을 통과해가며 분기점을 맞게 되기도 한다는 것을 낯설고도 아름답게 일러준다.

라이 커티스/이수영 옮김/시공사/1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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