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그럼에도, 새해]
문화예술인 24인이 말하는
코로나19 속 위안 안겨준 작품들

2021년입니다. 새해를 반기는 마음보다 ‘우리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걱정이 먼저 떠오릅니다. 코로나19 위기는 고립과 단절로, 고통과 불안으로 번졌습니다. 어려운 시기를 묵묵히 통과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에게 위로가 된 문화예술 작품은 무엇이었을지 궁금했습니다. 24명이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편집자주)

 

영화 ‘내가 죽던 날’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제공
영화 ‘내가 죽던 날’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제공

 

영화 ‘내가 죽던 날’ (박지완 감독, 2020)

텅빈 영화관에 드문드문 앉아있는 관객들이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들 앉아있었다. 문제를 푸는 영화인 줄 알았는데,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 위로를 건네는 영화였다.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 (이경미 감독, 넷플릭스, 2020)

코로나19로 인해 계획했던 모든 일정이 어긋나고, 여성 록 컴필레이션 제작 지원사업에도 연거푸 고배를 마시며 돌덩이로 가슴을 묵직하게 누르는 것 같았던 4월 중순, 엄청난 작품의 OST 참여 제안을 받았다. 무거운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신명나게 녹음했다. 얼마나 멋진 작품인지는 두말하면 입 아프다. 훌륭한 작품에 작은 조각이라도 보탤 수 있어 영광이었다. 외로웠던 시간 연결됨을 느끼고 견디게 해준, 지금도 때때로 다시 보는 드라마다. 김민정 (밴드 에고펑션에러 보컬)

 

단편영화 ‘꽃보다 아름다운 그 이름’
단편영화 ‘꽃보다 아름다운 그 이름’ ⓒ왓챠

 

단편영화 ‘꽃보다 아름다운 그 이름’ (현숙경 감독, 2015)

2015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김분선 할머니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단편영화다. 지난해 12월 8일 ‘영남필하모니오케스트라 기획연주회’에서 권은실 작곡가가 만든 동명의 오케스트라 연주곡과 만나 재상영됐다. 작곡을 위해 영화를 수십 번도 더 돌려봤다던 권 작곡가의 마음이 전해졌을까. 코로나19로 많은 것들이 잊혀져 가는 요즘, 누군가에겐 잠들어있던 기억을 일깨웠고 또 누군가에겐 모르고 지냈던 우리의 역사를 알려준 공연이었다. 김분선 (대구시립무용단 현대무용수)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잔다』 ⓒ봄알람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잔다』 ⓒ봄알람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잔다』 (김은주, 봄알람, 2017)

코로나19로 활동이 어려운 와중에도 정규앨범 2장, 싱글 4곡을 발표했다. 여성 록 컴필레이션 ‘We, Do It Together’에도 참여했다. 뇌는 바쁘고 몸은 근지러운 상황이 지속됐다. 세상은 희망과 절망을 반복해 던져줬다. 그렇지만 체념해 머무르기보다 어떻게든 일어서서 소리 내온 여성 철학가들의 이야기가 큰 힘과 위로가 됐다. 여성을 지우거나 하등한 존재로 여겨온 철학계에서 날카로운 인지력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분석하는 여성들 덕에 연대감과 용기를 내려놓지 않을 수 있었다. 괴물과 함께 잠드는 이 세상 많은 여성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김지원 (밴드 빌리카터 보컬)

 

그림책 『나의 할망』 ⓒ반달
그림책 『나의 할망』 ⓒ반달

 

그림책 『나의 할망』 (정은진 글·그림, 반달, 2020)

생명에 대한 생각을 되돌아본 2020년이었다. 모든 생명이 연결돼 있다는 것을 비극적 소식들과 함께 목격했고 약자의 생명이 더 먼저 위협받는 현실을 확인했다. 무엇을 할 것인가 막막하던 중 만난 그림책 『나의 할망』은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온 자리를 변함없이 지키는 이들의 숭고함을 말한다. 평생 제주에서 살아온 손녀와 할머니의 나지막한 대화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일깨워준다.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ABC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ABC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미국 ABC, 2005~)

올해 넷플릭스에서 ‘그레이 아나토미’ 7~8년 어치를 봤다. 생계 활동과 방역 이외에 열과 성을 다해 한 일이다. 21세기에 ‘병원에서 연애하는 드라마’라는 도식으로 출발한 드라마가 ‘여자가 성장하며 좋고 유능한 사람으로 경력을 쌓는 모습을 10년 넘게 보여주며 곁을 지키는’ 작품이 돼 있었다. 그렇다고 이제 ‘연애는 거들 뿐’은 아니고, 일관되게 과도한 것도 참 그 작품답고. 남명희 (작가·『팬픽션의 이해』 저자)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 질병, 돌봄, 노년에 대한 다른 이야기』 ⓒ옥희살롱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 질병, 돌봄, 노년에 대한 다른 이야기』 ⓒ옥희살롱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 질병, 돌봄, 노년에 대한 다른 이야기』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기획, 봄날의 책, 2020)

‘통증의 들쑤심에 속절없이 지새우는 밤’이 새벽 세 시라고 할 때, 지금의 코로나19 시기도 그렇다. 이 책에서 필자들이 겪고 사유해 온 아프고, 병들고, 낯선 시간이 새겨진 문장들을 읽으며 통증을 주무르다 보면, 아픔을 극복하기보다 우리가 기꺼이 취약해질 수 있는 자리가 하나둘 밝아온다. 쓸모 있기를 강요받느라 외로웠던 몸과 대화를 주고받을 언어가 들려온다. 도우리 (르포 작가)

 

‘찬실이는 복도 많지’ 스틸컷
‘찬실이는 복도 많지’ ⓒ찬란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김초희 감독, 2019)

자조(自嘲)도 사치라는 요즘 모래처럼 빠져나가는 시간에서 조금 더 나를 자조(自助)할 수 있게 도와준 찬실이와 친구들. 마침 나도 마흔 한 살, 그녀와 동갑이었고 더 그 나이를 의연하게 받아들이며 하루하루 작업을 이어가려고 노력 중이다. 봄로야 (시각예술가)

 

강아솔&임보라, ‘둑’ ⓒ포크라노스
강아솔&임보라, ‘둑’ ⓒ포크라노스

 

강아솔&임보라, ‘둑’ (2020)

“괜찮다 말하지 말아요/울고 싶은 마음인 거 알아요/사실 우리 그리 강하지 않잖아요/무너진 모습 보이지 않을 뿐이죠…” ‘둑’의 노랫말처럼 홀로 울어왔던, 참아내는 법부터 배웠던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어렵고 힘겨운 시기를 지나는 모두를 응원한다. 새해에는 보다 밝고 즐거운 일들이 많기를. 서도이 (미술작가)

 

『위대한 여성 예술가들』 ⓒ을유문화사
『위대한 여성 예술가들』 ⓒ을유문화사

 

『위대한 여성 예술가들』 (파이돈 편집부·리베카 모릴, 을유문화사, 2020)

활력이 없다. 표정이 흐려진다. 점점 색감이 사라져가는 비대면의 세계에서 글도, 책도 손에 잡히지 않는 날들. 나는 이런 내가 무척 난감하다. 그럴 때마다 이 책을 넘겨봤다. 구멍 난 얼굴, 찢어진 얼굴, 버려진 얼굴, 죽은 얼굴, 지긋한 얼굴, 내 얼굴. 당신 얼굴, 세계의 얼굴을 대면했다. 마주한 얼굴과 얼굴이 주고받는 가장 정확한 언어란 표정이다. 마주한 423명의 얼룩덜룩한 얼굴들 앞에서 나는 423가지 표정을 지어보았다. 책을 덮고 거울 앞에 서면 울긋불긋해진 내가 간신히 있었다. 서한영교 (시인)

 

그림책 『도토리랑 콩콩』 ⓒ아이세움
그림책 『도토리랑 콩콩』 ⓒ아이세움

 

그림책 『도토리랑 콩콩』 (윤지회, 아이세움, 2020)

얼마 전 하늘나라로 간 윤지회 작가의 그림책을 작업실 책상 앞에 놓아두고 있다. 분홍색 배경에 귀여운 캐릭터들이 가득 그려져 있는 기분 좋은 표지다. 이 책을 가까이 두고 보면서 항상 삶에 대한 예의와 열정을 잃지 않았던 윤 작가를 생각한다. 나 역시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와 유머를 잃지 말자고 다짐한다. 수신지 (작가)

 

『어린이라는 세계』 ⓒ사계절
『어린이라는 세계』 ⓒ사계절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사계절, 2020)

언제 비로소 어른이 될까, 하며 살다가도 언제 이렇게 어른이 되었나, 하고 살다 보면 두 물음 사이에 얼만큼의 무엇이 존재하는지 가늠하기가 참 어렵다. 거기 존재한다고 여겼던 것들을 솎아내다 보면, ‘어른됨’을 도착점으로 생각하던 나의 부끄러움만 남게 된다. 『어린이라는 세계』 속 어린이들은 참 다정하고 사려 깊게, 그러나 정확하게 짚어준다. 그 부끄러움을 감추느라 얽어댄 경계와 그물들을 말이다. 슬릭 (래퍼)

 

『로봇의 결함』 ⓒ픽션들
『로봇의 결함』 ⓒ픽션들

 

『로봇의 결함』 (이치은, 픽션들, 2020)

인간이 해온 많은 일을 로봇이 대신하는 근미래, 결함이 있는 로봇 스물넷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해하며 읽다 보니 결함은 그저 그 로봇의 고유함이 드러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함이라 불렸지만 결함이 아닐 이야기들. 완벽히 설계된 로봇에게도 있는 알 수 없는 벌어진 틈, 그것이 그 로봇의 고유함을 만든다니 어쩐지 안심이 된다. 시와 (싱어송라이터)

 

이자람 판소리 공연 ‘이방인의 노래’ ⓒ완성플레이그라운드
이자람 판소리 공연 ‘이방인의 노래’ ⓒ완성플레이그라운드

 

이자람 판소리 공연 ‘이방인의 노래’

올해 수많은 변화 속에서도 나의 포세이돈 이자람님은 ‘아마도이자람밴드’의 이자람으로서, 또 소리꾼 이자람으로서 꾸준히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에는 판소리 공연 넘버들이 담긴 앨범 ‘Composition 1’을 발매했다. 마스크를 끼고 ‘이방인의 노래’를 보던 날을 잊을 수 없다.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었지만 맑고 깨끗한 포세이돈님께서는 그 시간만큼은 모든 걸 다 잊고 푹 빠지게 해줬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무엇이든, 맑게, 만들기! 신승은 (음악가·영화감독)

 

영화 ‘바운드’ ⓒIMDB
영화 ‘바운드’ ⓒIMDB

 

영화 ‘바운드’ (워쇼스키 자매 감독, 1996)

쥐도 새도 모르게 우울에게 큰 재미를 빼앗겨 버렸다. 다시 정욕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처럼 우울에 성욕을 빼앗긴 레즈비언들에게 워쇼스키 자매의 영화 ‘바운드 (1996)’를 추천한다. 마피아 정부로 살던 농염한 전업주부 팸, 예쁜 여자가 시키면 목숨을 위태롭게 만드는 일일지라도 묵묵히 행하는 (심지어 전과자…) 수리 기사 부치, 말이 더 필요할까? 둘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텐션이 어마어마하다. 아장맨 (드랙킹)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 ⓒPhotofest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 ⓒPhotofest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2000)

뚜렷한 직업 없이 아이 셋을 힘들게 키우는 싱글맘 에린.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며 무시와 난관을 겪지만, 옳고 그름을 직시하고 진심으로 부딪힌다. “지금까진 남자 말대로 살았는데 이젠 안 그럴 거야, 내 일을 절대 버리지 않을거야!”라며 꿋꿋하게 선택한다. 끝내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여러모로 큰 성공을 이룬다. 그를 보면 요즘같이 암울한 때 용기가 생긴다. 양윤정 (바이올리니스트·음악 교육자)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스틸컷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스틸컷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셀린 시아마 감독, 2019)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번질지 몰랐던 3월, 시카고에서 올해 마지막으로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다. 고립된 상황에서 천천히 사랑의 불씨를 키우고 서로를 돌보는 두 여성의 서사는, 극적으로 개인의 한계를 극복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사는 시대의 한계를 어떻게 의미있게 바라볼까 고민하게 하는 영화였다. 이런 생각은 의외로 ‘코로나 시대’에서 잠시나마 마음을 담담하고 단단히 먹게 해 줬다. 한적한 영화관에서 관람했던 영상미와 색채 심볼리즘의 재미는 덤으로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쓸쓸함을 덜어준다. 에밀리 정민 윤 (시인)

 

영화 ‘타인의 삶’ ⓒIMDB
영화 ‘타인의 삶’ ⓒIMDB

 

영화 ‘타인의 삶’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 2006)

집들이용 화분을 사러 꽃집을 세 군데나 찾아다녔지만 모두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당직 근무 중 저녁에 문 연 식당이 없어서 컵라면을 먹었다. ‘관찰’은 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인 행위다. 요즘만큼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은 적이 없었다. 당신의 삶으로 내 삶도 바뀌고 있습니다. 천천히, 보다 크게. 그러니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당신이 부디 이 시간을 잘 보내길 바랍니다. 원도 (경찰관·작가)

 

허성임 안무가의 공연 ‘넛크러셔(Nutcrusher)’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허성임 안무가의 공연 ‘넛크러셔(Nutcrusher)’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허성임 안무가의 공연 ‘넛크러셔(Nutcrusher)’

현장성이 생명인 공연예술계에 코로나 위기는 더욱 가혹했다. 하지만 공연장 문이 닫히고 공연들이 취소와 연기를 반복하는 와중에도 온라인 중계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공연된 ‘넛크러셔’도 그중 하나였다. 무용수들의 긴 생머리와 엉덩이의 바운스를 중심으로 움직임이 구성된 이 작품은 여성성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기호를 통해 여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역설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살아 있는 여성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말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윤단우 (무용 칼럼니스트)

 

영화 ‘내 사랑’ ⓒIMDB
영화 ‘내 사랑’ ⓒIMDB

 

영화 ‘내 사랑’ (에이슬링 월시 감독, 2016)

2016년 개봉한 영화를 이제야 봤다. 모드라는 화가의 이야기다. 삶에 시련이 많았지만 모드는 계속 그림을 그린다. 계속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는 그가 무척 행복해 보였다. 저런 삶을 살면 많이 우울해질 것 같은데, 영화 속 모드의 그림도 실제 모델인 모드 루이스의 그림도 정말 사랑스럽고 아기자기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외부의 환경에도 좋은 마음을 품고 지내야겠다고 다시 제 마음을 돌아보고 집중하게 해주는 영화라 좋았다. 임정서 (설치미술가)

 

『아무튼, 언니』 ⓒ제철소
『아무튼, 언니』 ⓒ제철소

 

『아무튼, 언니』 (원도, 제철소, 2020)

작은 책이지만 페이지마다 빛이 스며들어 있어 이 길고 어두운 시기에 자주 다시 펼칠 것 같다. 보고 싶지만 만나기를 미뤄 둔 많은 언니들이 떠올랐다. 정세랑 (소설가)

 

『여름의 책』 ⓒ민음사
『여름의 책』 ⓒ민음사

 

『여름의 책』 (토베 얀손, 민음사, 2019)

두 주인공 소피아와 할머니는 발트해의 작은 섬에서 여름을 보낸다. 조용한 섬에 자발적으로 고립된 소피아와 할머니는 무료함의 한복판에서 소박한 비일상을 만들어내거나 가끔은 무료함 그대로를 끌어안기도 한다. 팬데믹의 와중에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하는 더 중요한 덕목도 많겠지만, 이 지긋지긋한 시기의 권태에 잡아먹히지 않는 각자의 노하우를 찾아내면 좋겠다. 소피아와 할머니의 모험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책을 다 읽으면 “왜 그러니?”가 아니라 “뭐냐”라고 묻는 할머니와 괴팍한 손녀의 고약하고 아름다운 우정이 부러워질 것이다. 최하나 (영화감독)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읽어요』 ⓒ아르테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읽어요』 ⓒ아르테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읽어요』 (김하정, 아르테, 2020)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중 책 출간 제안을 받았다. 오로지 내게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글자를 써 내려가면서 많이 울었고 위로도 많이 받았다. 과거에 아파했고, 현재에 분노했고, 미래의 변화를 기대한다. 내 책이 농인과 청각장애인에게 그리고 여성들에게 위안이 되길, 이제는 우리의 이야기가 ‘소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하개월 (유튜버·작가)

 

드라마 ‘심야식당’ ⓒ일본 TBS
드라마 ‘심야식당’ ⓒ일본 TBS

 

드라마 ‘심야식당’ (일본 TBS, 2009~)

나가지도 말고 모이지도 말고 만나지도 말라는 2020년. 사랑하는 가족과 벗과 이웃과 한자리에 모여 오순도순 밥을 먹고, 왁자지껄 술잔을 마주하고, 자유롭게 여행하던 시절이 그리워질 때마다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이 헛헛한 마음을, 그리움을 달래줬다. 모두가 우울에 잠식당하고 있을 코로나 블루ㅡ요즘 같은 시기. 힘 빼고 슬며시 잠자코 묵묵히 살아가는 연습이 필요할 때 ‘심야식당’. 홍재희 (영화감독)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