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jpg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

영원한 여성운동의 광장

한국사회의 대변화를 이끌었던 1987년 6월 이후 다양한 여성운동단체들이 속속 결성됐다. 각 지역에서 갖가지 여성이슈를 제기하고 여성교육에 매진하던 여성단체들은 서로간 의사를 소통할 창구가 절실했다. 1988년 창간된 여성신문이 바로 이 역할을 했다.

여성신문은 각 지역사회의 여성이슈를 전국화하고 힘을 갖게 한 광장이었던 것이다. 주류 언론에서 다뤄주지 않던 여성운동 소식은 여성신문을 통해 상세히, 그리고 통쾌하게 실리기 시작했다. 주류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 차별과 인권의 문제가 여성신문을 통해 당당하게 우리 사회의 의제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5년간 여성신문의 활약을 더듬어보면 이 평가가 단지 미사여구가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성차별이 당연시되는 사회에서 '성차별은 인권문제다'라고 규정하는 것은 여성운동의 출발이었다. 가부장제 장벽이 두터운 우리 사회에서 여성운동을 곱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만연했던 그 시기에 여성신문은 여성운동에서 제기하는 이슈를 당당하게 사회의제화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여성운동에 대한 홍보수단이 부족한 현실에서 여성신문이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 전달되면서 성차별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감수성을 높인 것은 여성신문의 가장 큰 미덕이었다.

예를 들어 가정폭력방지법이 제정되기까지 가정폭력피해자 상담, 가정폭력을 가정내 문제로 바라보는 잘못된 인식에 대한 교정, 가정폭력 방지를 위한 정책대안 마련, 가정폭력방지법 제정을 위한 사회여론화 및 입법로비 등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성신문은 여성정책 형성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인 사회여론화, 사회의제화의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

교묘하게 숨겨져 있는 일상속의 성차별 문제를 발굴해서 대중적인 공감대를 형성시켜나가고 있다. 너무 익숙해서 느끼지 못하는 문제들을 여성의 시각에서 재조명해주며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만화 '반쪽이'를 통해 남성의 육아참여라는 새로운 가족문화를 만들어 나갔으며 성역할 분담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는 만화 이미지를 독자의 뇌리에 남게 했다. 또한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컬러화보들은 '느낌'으로 성차별 문제를 대중화하는 데 기여했다.

지역의 경우 여성신문 지사를 통해 지역여성을 조직화하여 지역여성운동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기여하였고 아줌마를 키우는 아줌마연대 결성을 지원하여 아줌마운동의 지평을 열었다.

이는 지난 15년간 여성신문이 쌓아온 대중적인 인지도와 신뢰를 기초로 여성대중 조직화를 시도한 것이다. 여성신문이 열어 준 조직화의 공간에서 자발적인 여성 커뮤니티가 활성화될 수 있는 가능성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2000년 11월 '호주제폐지시민연대'에서 호주제 위헌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원고인단 모집을 추진할 때 여성신문은 지면을 통해 원고인단 모집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호주제 폐지 기금조성 활동을 전개했다.

또한 서울여성의전화에서 시작한 독신모 진현숙씨의 자녀를 찾기 위한 운동을 함께 전개하여 독신모의 어머니 권리를 찾는 데 기여했다. 지금도 성평등주의는 사회 곳곳에서 역풍을 만나고 있다. 성평등주의가 인권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로 수용되기보다 여성 이익집단의 요구로 평가절하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신문은 이러한 흐름을 거부하고 성평등주의가 우리 사회의 보편적 가치로 정착하도록 대중적인 담론을 형성시켜나가야 한다.

여성운동가 개인적인 차원에서 여성신문에 거는 기대는 우리 사회 제반의 문제를 여성의 시각에서 취재하고 보도하는 일간지로 발전하는 것이다. 과연 가능할까 버거운 생각도 들지만 함께 꿈을 꾸면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주류 언론에서도 여성면을 부분적으로 다루지만 여성의 관심사를 의류, 패션, 요리, 가정의 영역으로 협소화시키고 여성의 이미지를 전통적인 역할로 고정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일간지에 등장하는 여성논객은 여성주의 시각이 결여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여성신문을 통해 사회 전반의 문제를 여성주의 시각으로 조망해주는 여성논객을 발굴하고, 속보성 있는 보도기능을 강화하고, 다양한 기획을 통해 여성주의를 확산하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여성신문 기자가 청와대, 국회, 각 정당에 상주하는 그날이 오길 바라며.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