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법, 창립 47주년 기념 심포지엄

이선영(가명)씨는 20년 전 가정이 있던 남자를 만나 딸을 낳았다. 출산 후 남자는 발길을 끊었고 생활비는커녕 양육비도 주지 않아 혼자서 딸을 키워야 했다. 이후 이씨는 힘든 생활 가운데 현재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게 됐으며 아이의 취학 문제로 딸을 남편의 호적에 올리게 됐다. 아이는 친아버지가 아닌 것을 알고도 남편을 몹시 따랐고 남편도 아이를 무척이나 예뻐했다.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1999년, 딸의 생부가 친자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아이가 대입을 준비할 때여서 담당판사가 소를 미룰 것을 제안했고 생부는 소를 한 차례 취하했다. 생부는 딸의 입학 후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이씨의 딸은 재판에서 호적을 바꾸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담당판사가 생부를 설득, 1년만에 소송은 취하됐다.

지난 9일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마련한 '비혼모에게 인권은 있는가' 토론회에서 이씨는 자신의 경험을 토로했다. 그는 “현행법 하에서는 생부가 원할 경우 아이가 그 호적에 올라갈 수밖에 없어 우리 모녀가 받았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하루 속히 법이 개정돼 우리 모녀 같은 이들이 더 이상 아픔을 겪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혼모 가정에 대한 법제도 마련을 위한 이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비혼모 자녀의 호적 문제를 양산하는 호주제를 폐지하고 비혼모 가정을 지원하는 법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대 법대 김상용 교수는 “부가혈통주의에 따라 생부가 인지하면 자동으로 부의 성을 따라 성이 바뀌는 현행법은 혼외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동시에 비혼모 가정의 안정을 저해한다”며 관련 민법규정의 개정을 촉구했다. 자녀의 성 결정에 대해 부모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여러 국가의 법률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보편적 경향이라는 지적이다.

또 김 교수는 독일 민법을 예로 들어 비혼모와 자녀의 부양청구권 행사를 위한 법제도 개선을 강조하고 '양육비채권 이행확보에 관한 법률안'을 제시했다. 이 법률안에 따르면 양육비 청구가 있는 경우 법원은 1개월 내에 직권으로 사전처분을 해야 하며, 청구와 집행에 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기관의 대리권이 인정된다. 또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을 받게 된다.

현행법상 비혼모들은 자녀를 친부의 호적에 등재하기 전에는 양육비나 부양료 청구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정미화 변호사는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편모가정의 비율이 자녀가 있는 전체 가구의 1/4에 육박할 것”이라며 “변화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편부모가정, 비혼가정 등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없애고 부모가 동등하게 자녀양육을 책임지는 사회적 제도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미국의 운전면허정지, 자동차잠금장치 설치, 형사처벌 등 양육비 이행 강제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법원의 집행절차보다 면허정지 등과 같은 행정기관의 행정처분이 실효성이 높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대전대 법학부 조성혜 교수는 “비혼모는 육아문제로 시간제 근로, 계약직 등 비정규직 일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러한 고용불안이 비혼모의 경제적 빈곤의 주요인”이라며 비혼모에 대한 사회안전망과 보육시설 확충을 강조했다.

김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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