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정책 변화 만들어
조직문화 편견 제거
성차별 규칙 개정
내년엔 협업 강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4월 27일 ‘양성평등정책위원회’ 발족식에서 신임 위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양성평등정책위원회는 양성평등 실현과 성인지 정책 자문을 위한 거버넌스 조직으로 법무부는 전문가 9명을 위촉했다. ⓒ법무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4월 27일 ‘양성평등정책위원회’ 발족식에서 신임 위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양성평등정책위원회는 양성평등 실현과 성인지 정책 자문을 위한 거버넌스 조직으로 법무부는 전문가 9명을 위촉했다. ⓒ법무부

 

“오늘은 법무부 양성평등의 날입니다. 아직도 일 할 때 여자가 잘 하는 일, 남자가 잘 하는 일 구분하시나요.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타고난 성별이 우리의 재능과 개성까지 정하는 건 아니니까요. 나, 우리의 삶에서 성별 편견 밀어내기 모두가 존중받는 일터를 위한 약속입니다.”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지난 5월부터 법무부 청사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정겨운 음악과 함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법무부는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을 ‘양성평등의 날’로 정하고 직원들에게 직장과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권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법무부 양성평등정책담당관실이 조직 내 성평등 문화 정착을 위해 기획했다. 설 명절에는 ‘서로 존중하고 함께 즐기는 명절을 만들자’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보냈다. 직원들에게 성평등 컨텐츠를 보라고 강권하는 대신 ‘찾아가는 서비스’를 택해 친근하게 다가갔다.

법무부는 지난해 5월 양성평등정책담당관실을 신설하고 소속 기관에 112명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을 지정해 조직 구성원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고 성평등 조직문화 개선을 적극 추진했고, 성인지 관점을 반영한 소속기관 시설 개선을 추진해 남녀공용 화장실 성별 분리 및 여성·남성 전용 휴게실을 마련했다. 법무부 창설 이후 처음 조직 내 양성평등 의식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내년도 법무부 양성평등정책기본계획에 반영했다.

부처 속 성평등정책 컨트롤 타워

부처 내 성평등정책 전담 부서인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이 조직 내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고 있다.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은 지난해 5월 고용노동부·교육부·국방부·문화체육관광부·법무부·보건복지부·대검찰청·경찰청 등 총 8개 부처에 설치됐다. 2018년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too)’ 이후 성차별·성평등 의제에 대한 정책 수요가 커지면서 영역별 성차별적 구조와 문화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속에서 만들어졌다.

성평등정책 전담부서는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성주류화(법령 제정, 정책 기획, 예산 편성 등의 과정에 성평등 관점을 반영하는 것) 실현과 조직 내 성차별 문화 개선이 주요 역할이다. 부처 내 ‘성평등정책 컨트롤 타워’라고 할 수 있다. 여성가족부는 성평등정책 전담부서가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교육부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은 교사들의 학내 성폭력을 고발한 ‘스쿨미투’에 대응하기 위해 성폭력 근절대책 마련에 집중했다. 2018년부터 교육부에 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교육청 10곳에 성희롱·성폭력 전담조직을 설치했다. 지난 9월에는 교육 분야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국방부는 조직 내 양성평등 실태 파악을 위해 102개 부대 9730명을 대상으로 ‘군 조직의 양성평등 지표조사 및 분석’ 연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는 △양성평등 조직문화 △폭력없는 조직구현 △일·가정 양립 등 영역별로 분석하였다.

대국민 홍보물도 성평등하게

보건복지부는 성인지 관점의 보건·의료정책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 포럼 등을 진행했다. 특히 젠더를 고려한 감염병 위기 대응 방안, 성평등 관점의 돌봄노동 등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한 시의적절한 논의가 이뤄졌다.

고용노동부는 홍보물 제작 시 성인지 및 성평등 관점을 반영하기 위해 그 간 제작한 홍보물을 검토하고, ‘성평등 홍보물 제작 가이드라인’을 지난 9월에 마련했다.

대검찰청은 소관 훈령·예규에 성차별 요소가 있는지 점검하기 위한 성별영향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지난 11월 양성평등정책위원회 회의에서 훈령 9개, 예규 35개에 대한 성평등 관점 개정안을 마련하고 소관 부서에 개정을 권고했다. 구체적으로 △각종 위원회 구성시 위원회 성별 비율 고려 △공무직 채용시 성차별 없는 공정채용 명시 △성별 고정관념이나 사회적 통념이 반영된 용어 순화 등이 담겼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양성평등 문화 조성’에 집중했다. 올해 10개 지역 현장 예술인들과 만나 성평등·성차별 주제로 토론를 열었고 지난 11월에는 영국 예술위원회 콜레트 콕 허스트 선임부장 등 국내외 젠더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제포럼을 열고 구체적 실천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경찰청도 18개 지방청·5개 부속기관 소관 총 417개 행정규칙을 점검하고 총 115개 행정규칙(275개 조항)을 일괄개정했다. 지난 9월에는 ‘경찰 성범죄 근절 및 예방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채용단계부터 성인지 감수성을 갖춘 경찰관이 임용될 수 있도록 면접을 강화하고, 가해자 인사 관리도 강화했다.

조민경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과장은 “지난해 인프라 구축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부서가 안착할 수 있도록 양성평등담당관 협의체를 구성해 매달 회의를 열고 정책 추진 상황이나 현안을 논의하고 우수사례를 공유하며 노하우를 전수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에는 ‘양성평등정책담당관 협의체 운영규정’을 제정했고, 지난 9월에는 ‘양성평등 지원에 관한 훈령 표준안’을 마련해 각 부처에 제·개정을 요청하는 등 양성평등정책담당관 협의체 제도화에 주력했다.

조 과장은 “내년은 전담부서 신설 후 3년차가 돼 신설 부서 연장 여부에 대한 평가를 받는 만큼 그 동안 추진한 사업과 정책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각 부처와 협력,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