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교내 외투금지 교칙
올해 폐지한 3개교 사례 살펴보니
학생들, 학급토의·자치회의로 변화 끌어내
불편한 교복재킷 대신 편한 ‘후리스’ 입기도
“학생 인권 보장은 시대적 흐름”

등교하는 학생들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 ⓒ뉴시스·여성신문
교내 외투 착용을 전면 금지하던 학교들이 겉옷 착용을 허용하고 있다. 등교하는 학생들 모습이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뉴시스·여성신문

최근 교내 외투 착용을 금지하던 교칙을 폐지하고, 겉옷 착용을 허용하는 학교들의 사례가 늘고 있다. “학생의 건강권과 자기결정권을 고려하라”는 학교 안팎의 여론을 반영한 변화다. 최근 교칙을 바꾼 3개 학교의 사례를 살펴봤다. 

교내 외투 착용을 전면 금지하던 학교들이 겉옷 착용을 허용하며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경북 경산여자상업고등학교, 서울 정의여자고등학교, 대전 신계중학교의 모습이다. ⓒ경산여고 홈페이지·네이버지도·신계중 홈페이지
사진은 왼쪽 위부터 경북 경산여자상업고등학교, 서울 정의여자고등학교, 대전 신계중학교의 모습이다. ⓒ각교 홈페이지

 

학내외 폐지 여론 반영해 교내 외투 허용

15일 경북 경산여자상업고등학교는 교내 외투 착용을 전면 금지하고 어기면 벌점을 주는 데 대해 ‘인권침해’라는 지적을 받자, 교칙을 없앴다. 여성신문 보도 하루 만의 변화다. (관련 기사▶ [단독] 추운데 외투 금지·벌점 주는 학교들...“인권침해 여전” www.womennews.co.kr/news/204920)

경산여고 학생들은 그동안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도 수업 시간은 물론 이동 수업 시간, 아침 청소 시간과 점심시간, 체육 시간에도 외투를 입지 못했다. 하지만 비판이 일자 학교는 교내 외투 착용을 허용했다. 학생들은 "이제 급식실에 가거나 이동 수업할 때 외투를 입고 다닐 수 있어서 매우 따뜻하고 좋다"고 말했다. 

김빈 경산여상 학생회장은 "추운 날씨 때문에 많은 학생이 (교칙 폐지를) 건의했고, 학생부장 선생님도 찬성하셨다"며 "반대하는 학생은 없었다"라고 밝혔다.

 

불편한 교복재킷 대신 편한 ‘후리스’ 입기도


서울 도봉구 정의여자고등학교도 학생들의 교내 외투 착용을 전면 금지하다 10월 교칙을 바꿨다. 정의여고 학생들은 그간 추운 날에도 학교 정문 앞에 도착하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야 했다. 교내에서 교복 재킷이나 카디건 외 외투를 입다 걸리면 벌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인권침해'라는 언론의 지적이 반복되자, 정의여고 학생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들은 학급토의 시간에 교칙 변경을 건의했다. "왜 교사는 되고 학생은 안 되느냐"는 비판도 나왔다. 학교는 결국 학생들의 건의를 받아들였다. 

정의여고는 올해부터 교복 재킷도 없앴다. 정의여고 학생부장 L교사는 “교복 재킷은 불편하고 따뜻하지 않다는 학생들 의견이 있어서 포근하고 따뜻한 ‘후리스(Fleece)’ 소재로 바꿨다”고 말했다.

ⓒ씨앤비학생복
정의여고는 올해부터 교복 재킷을 없애고 포근하고 따뜻한 ‘후리스(Fleece)’ 교복을 도입했다. ⓒ씨엔비학생복

“학생 인권 보장 추세 맞춰 학교 지도방식 바꿔야”


대전 신계중학교도 교내 외투 착용 시 벌점을 주다가 10월부터 폐지했다. 신계중 학생들은 그동안 등교 시 외투를 벗어야 했고, 교내에서 착용하다 걸리면 교사들에게 외투를 뺏기고 하교 시 돌려받았다.

신계중 학생들은 본격적인 겨울을 앞두고 올해 9월부터 한 달간 학생자치회의에서 외투 허용을 요구했다. 이 학교 학생 B씨는 “학생들이 회의에서 얘기하지 않았더라면 외투 착용은 계속 금지되지 않았을까 싶다. 교칙이 바뀌자 학생들은 ‘살맛 난다’며 자유롭게 외투를 입고 다닌다”고 전했다. 

신계중 학생부장 C교사는 “시대적 흐름과 아이들 요구에 따라 외투 착용을 허용하게 됐다”며 “점점 더 학생들 입장을 고려하도록 시대가 바뀌고 있다. 학생 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변화하니까 이러한 흐름에 맞춰 학교도 지도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10월 “교내에서 학생들의 외투 착용을 금지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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