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명주 충남대 여성젠더학과 교수
2021년도 첫 대학원생 모집
인문학 배경 페미니즘 확산 목표

충남대는 2021년 여성젠더학과 협동과정 모집 전광판을 정문에 설치하였다. ⓒ(@ 김명주 제공)
충남대 정문에 설치된 2021년 여성젠더학과 협동과정 신입생 모집 전광판. ⓒ충남대 여성젠더학과

 

여성가족부가 펴낸 ‘2019년 지역별 성평등 수준 분석 연구’ 보고서를 보면 충청남도는 2012년 이후 계속 성평등 수준 하위 지역이다. 충남도지사 안희정의 불명예 사퇴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이렇게 충남은 상처가 있는 곳이다. 최근 충남대가 여성젠더학과 협동과정을 개설해 2021년부터 학생을 모집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지난 몇 년 동안 여성학과 폐지 소식만 들었는데, 충남대 소식은 행복한 충격이다. 중심 역할을 했던 김명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여성젠더학과 협력교수이자 같은 대학 영어영문과 교수다. 현대 미국문학, 흑인문학, 페미니즘, 여성, 영성 등이 주요 연구 분야다. 

-‘충청도 양반’이라는 말이 있듯, 보수적인 지역에서 진보의 상징인 여성학과, 아니 여성젠더학과 대학원 협동과정(석사)이 생겼다.

“충남, 대전은 보수적인 곳이다. 이 지역을 함부로 무시하는 사람들은 ‘합바지’라고 잘못 부른다. 난 충남대에 여성젠더학과가 생기는 것은 충남(대학교)의 자존심이라고 생각했다. 윗분들에게도 충남대 자존심이니 잘 해결해 주셔야 한다고 부탁했다.

대전은 여성 인적자원이 좋은 곳이다. 대덕 연구단지가 생겨나며 전국에서 우수한 브레인들이 대전으로 몰려왔다. 게다가 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대전 기계창(국방과학연구소의 위장명칭)을 만들어 연구원들에게 군대를 면제해 주었기에 젊은 남성 브레인들이 많이 몰려왔다. 좋은 혼처를 따라 교육 수준이 높은 여성들도 함께 왔다. 똑똑한 여성들이 좋은 에너지를 펼칠 수 있는 곳을 마련하고 싶었다. 특히 공부하는 쪽으로.

5, 6년 전부터 연구팀, 독서팀을 운영하며 학과 설립을 준비해왔다. 여성젠더학과는 좋은 브레인을 결집해 여성권익을 높이고, 여성 전체에게 좋은 활력을 만들어 줄 것이라 본다. 충남여성정책연구개발원, 세종연구원 등에서는 큰 틀에서 연구하지만, 활동가 지원 교육은 부족하다. 여성젠더학과는 활동가들을 위해서도 좋은 교육 기반이 될 것이다.” 

-반대는 없었나?

“반대는 없었다. 충남대가 융복합을 권장하는 상황에서 통합과정을 제안하니 환영했다. 문제는 학생 티오를 마련하는 것이 어려웠다. 대학원만 개설되면 10명을 한꺼번에 뽑을 수 있을 줄 알았다. 난 행정을 몰랐다. 대학원에서 자체적으로 티오 하나를 마련해주었고, 다른 대학원에서 학생을 뽑지 못하면 그 티오를 우리가 가져와 학생을 뽑을 수 있다.” 

김명주 충남대 여성젠더학과 교수 ⓒ본인 제공
김명주 충남대 여성젠더학과 교수 ⓒ본인 제공

 

-이름이 특이하다. 왜 ‘여성젠더학과’인가?

“여성/젠더 학과였다. 행정팀에서 슬러시를 빼자고 제안했다. 함께 하는 교수 12명이 학과명을 정하기 위해 고심했다. 처음에는 트렌드를 따라 충남대 학과 명칭을 젠더학과로 정했다. 게다가 왜 남성학은 없냐는 반발이 여전하지 않는가?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나와 다른 한 분이 ‘여성’을 꼭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생물학적 여성이기 때문에 억압을 받는다.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말을 뺄 수가 없다.”

-충남대 여성젠더학과의 비전은?

“지금 충남대에는 중국 학생들이 많다. 카이스트에 오는 남편을 따라 똑똑한 배우자들이 충남대 영문학과 대학원에 입학한다. 비슷하게 충남대로 유학 오는 학생들이 여성젠더학과에서 배우고 중국으로 돌아가면 인권문제를 변화시킬 붐을 일으킬 거라고 본다. 지역과 해외, 특히 중국과 동남아 베트남 유학생들을 염두에 두고 있다. 2020년 9월 영영 페미니스트 간담회를 열었는데 그때 김영우라는 학부 학생이 K-페미니즘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K-페미니즘이라니?

“K-페미니즘이라고 할 만한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지역 변방에서 개발한 페미니즘이 그쪽의 변방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는 늘 서울의 변방이었고, 그쪽도 베이징이 아니라 변방의 페미니즘이 필요하지 않겠나? (현재) 페미니즘은 굉장히 서울 중심주의이다. 그런 중심주의가 있다. 하지만 충남지역에 있는 우리는 독특한 변방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K- 페미니즘으로 지역과 동남아 지역에 수출할 수 있다고 본다."

-지난 7, 8년 동안 아시아 여성운동의 물결 속에서 있었다. 그때 깨달은 것은 우리가 가르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와서 우리가 배웠다.

"수출한다는 말이 조금 이상하다고 여겨진 것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계몽한다는 말이 아니고, 변방끼리 교환하며 상호 배운다는 것이다. 나는 변방에 있는 사람이고 이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토니 모리슨은 ‘내가 변방에 있다는 것이 오히려 삶을 보는 감수성을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라고 했다. 내가 여성, 아시아 그리고 변방에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하지만 나는 이 지역에서 또 다른 중심에 있지 않는가 자문하면서 이런 중심주의를 해체하려고 노력한다."

-영문학자로서 여성학에 특별히 애정을 쏟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모든 여성학은 사회학 배경이 아닌가? 수년 전에 페미니즘 과목을 융합으로 개설하려고 학교 측에 신청했더니 떨어뜨리더라. 왜 영문학 교수가 페미니즘을 하냐고 내게 묻더라. 무식한 짓이다. 나는 미국에 있으면서 페미니즘 과목을 많이 들었다. 뉴멕시코 대학은 영문학자들, 어학, 문학 하는 사람들이 여성학(Women’s Studies)을 운영했다. 우리나라는 사회학자가 여성학을 한다고 본다. 페미니즘과 영성이 내 관심이었고, 박사논문은 종교와 문학의 학제간 연구였다. 문제의식이 들어가니 페미니즘, 영성, 문학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로 연구를 진행했다. 넓어지고 좁아지고 한 것이다.

사회학적인 여성학이 주류를 이루니 나 같은 사람이 들어가면 ‘당신이 왜 왔나?’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한 사람에게 문의가 왔다. ‘사회학 중심의 여성학에 신물이 난다. 인문학적인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싶다. 충남대 여성젠더학과에 관심이 있다’라고. 이런 갈증을 한 사람만 느끼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여성젠더학과는 사회학적 페미니즘도 준비했지만, 인문학을 중심에 둔 페미니즘이라는 정체성을 지닌다.”

코로나19로 몇 번을 미루던 인터뷰를 결국 화상회의 플랫폼 ‘줌’으로 했다. 인터뷰를 끝내니 행복한 충격은 기대와 응원으로 바뀌었다. 줌 너머의 김 교수는 벌써 변방에서 만들어지는 K-페미니즘이라는 꿈을 꾸고 있는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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