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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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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무려 250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그 중 주인공의 이름을 제목으로 하는 두 편의 영화가 눈길을 끈다. 아프가니스탄 영화 <오사마>(세디그 바르막 감독)와 루마니아 영화 <마리아>(피터 칼린 네처 감독)가 그것이다.

'오사마'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일반적인 남성의 이름으로 9·11 테러의 주범으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을 연상시킨다. 오사마는 정글의 왕, 사자를 뜻한다. '마리아' 역시 유럽 문화권에서 흔한 여성의 이름이다. 마리아는 예수의 어머니 이름이며 한편으로는 그의 제자였던 창녀의 이름으로 가장 고귀한 여인이란 뜻이다. 그러나 영화 속의 오사마와 마리아는 이름의 원래 뜻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산다. 그녀들은 불평등한 사회 속에서 짓밟히는 여성들이다.

<오사마>는 소년으로 변장한 소녀의 가짜 이름이다. 탈레반 정권하의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남성과 함께가 아니면 집 밖에 나갈 수가 없었다. 소녀의 어머니와 할머니는 궁여지책으로 그녀를 변장시켜 집 밖으로 먹을 것을 구하러 내보낸다.

다른 이슬람 문화권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 역시 '가차없다'. 인물들이 놓인 상황은 어떤 미사여구도 없이 그대로 드러난다. <오사마>에서 가장 놀라운 장면은 처음 십분 동안 펼쳐진다. 커다란 천을 뒤집어쓴 여인들이 가느다란 목소리로 외친다. “배가 고프다! 일하고 싶다!” 그들은 모두 과부이다.

여인들이 머리에 쓰고 있는 것은 '부르카'.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는 커다란 쓰개다. 외국인들은 이것을 '움직이는 파란 텐트'라고 부른다. 부르카를 뒤집어쓴 그녀들은 정말로 물건처럼 보인다. 손발은 물론 얼굴까지 가려진 채 그녀들은 인격 없는 존재가 된다.

생존을 위해 거리에 나선 과부 시위대는 곧 물대포와 최루탄, 실탄으로까지 무장한 탈레반의 진압을 받고 사방으로 흩어진다. 얼굴을 가린 여인들의 울부짖음 속에서 벗겨진 부르카가 진흙바닥에서 뒹군다. 그리고 이것은 공포와 눈물과 최루액으로 범벅이 된 주인공 소녀의 클로즈업된 얼굴과 교차된다.

일부에서는 부르카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서방 언론들이 과장한 이미지일 뿐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부르카는 사막의 기후 등 온갖 위험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던 전통 의상이고 부르카를 벗어던진 미모의 여성들은 이미 서양문물을 접한 적이 있는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은 9·11 테러 직후 오사마 빈 라덴을 빌미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고 부르카야말로 해방되어야 할 아프가니스탄의 상징이었다.

이러한 면에서 본다면 <오사마>가 서양과 남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모습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백인 남성 촬영기자가 탈레반에게 처형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여기지 않는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을 드러낸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편 <마리아>는 한 여인이 어쩔 수 없이 매춘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살피고 있다. 에밀 쿠스트리차가 보여준 것과 같은 동유럽 특유의 위트에 섞여 마리아의 불행이 꼼꼼히 펼쳐진다.

마리아에게는 아이가 일곱이나 있는데, 그렇게까지 아이를 많이 낳게 된 것은 남편으로부터 늘상 강간당하기 때문이다. 실직한 데다가 술과 노름, 구타를 일삼는 남편은 결국 가족을 버리고 떠나버린다. 생계가 막막해진 마리아는 몸을 팔게 되고 경찰서에 끌려간다. 그리고 방송에 자신의 애달픈 사연을 공개하는 조건으로 석방된다. 그러나 경찰과 방송은 그녀를 화제거리, 소모품으로만 여길 뿐이다.

마리아를 둘러싼 인물들은 크게 둘로 나뉘어진다. 이웃에 사는 절름발이 여인 말라와 동료 창녀들, 큰딸은 진심으로 마리아를 도우려는 긍정적 인물이다. 반면 남편과 남편의 친구, 경찰과 방송국 사람들은 모두 남성이다. 이는 여성들 사이의 자매애를 부각시키는 반면 여성의 적은 남성이라는 단순한 논리로 흐를 위험이 있다.

그러나 궁지에 몰린 마리아가 말라의 집 앞에서 말라의 이름을 부르며 절규하는 장면은 눈물겹다. 말라는 이미 죽었다. 마리아가 도움을 청할 데라곤 죽어버린 말라뿐인 것이다.

최예정 객원기자shoooong@ne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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