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서울시장 사건’ 재발 막으려면 조직문화 변해야 한다
[만남] ‘서울시장 사건’ 재발 막으려면 조직문화 변해야 한다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0.12.17 08:02
  • 수정 2020-12-21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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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김은실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 이화여자대학교 여성학과 교수

‘박원순 시장 사건’ 이후 5개월만
성차별·성희롱 특별대책 발표
진상 규명 아닌 조직 진단 중점
사건 처리절차 일원화하고
시장 사건은 경찰·인권위가 조사
김은실 서울시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 ⓒ홍수형 기자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김은실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 ⓒ홍수형 기자

 

“서울시가 우수한 제도를 가졌다는 평가를 받아왔음에도 왜 서울시장 사건이 신고되지 않았나? 왜 A씨 사건은 서울시의 사건처리 제도를 이용하지 않았나?”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김은실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대책위 활동은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번 특별대책위는 잘 만들어진 시스템이 조직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작동하지 않는 원인을 찾기 위해 조직 진단과 피해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편에 방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서울시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5개월 만인 지난 10일 이런 내용을 담은 성희롱·성차별 근절 특별대책(특별대책)을 발표했다. 기존 인권침해 권리구제 절차에 포함해 운영하던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를 여성가족정책실 여성권익담당관으로 일원화하고 시장이 가해자일 경우는 인지 즉시 경찰이나 국가인권위원회 등 외부 기관에 조사를 맡긴다는 내용이 골자다.

서울시는 지난 8월 박 시장 사건 후 여성단체와 학계,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 9명과 내부위원 6명 등 모두 15명으로 구성된 대책위를 구성했다. 김은실 교수와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공동위원장을 맡아 4개월간 18차례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대책위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둘러싼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대책위를 구성했다는 점에서 시작부터 한계가 뚜렷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결과는 12월 말에 나올 예정이다. 대책위는 박 전 시장 사건보다 앞서 있었던 ‘A씨 사건’도 내부의 사건처리 절차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검토했다. 박 전 시장 사건을 계기로 대책위가 꾸려졌으나 결국 내놓은 것은 ‘박원순 없는 박원순 대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A씨 사건: 지난 4월 ‘박원순 시장 사건’ 피해자는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 A씨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공동위원장인 김은실 교수는 “진상규명 결과가 나온 뒤 대책을 발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대책위가 종료되는 시점에서 대책안 발표를 더는 미룰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시장이 제도적 차원에서 성평등 제도화를 하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서울시의 직급별·세대별·성별 위계와 성과주의가 바탕이 되는 서울시 조직 문화를 바꾸진 못했다”며 “조직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비슷한 문제는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책위 활동은 어떻게 진행됐나.

“대책위 위원들은 책임감과 부담을 갖고 활동에 임했다. 서울시와 박 시장에 대한 여성들의 반대 여론이 컸기 때문에 제대로 해야 한다는 긴장이 있었다. 위원들은 서울시 대책위에 ‘자문위원으로 온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주에 한 번씩 오전 7시30분에 만나 전체 회의를 가졌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 외부 위원들은 따로 온라인 회의를 가졌다. ‘제로(0) 베이스’에서 출발하자는 의견이 모아졌고, 조직 진단부터 시작했다. 서울시장 사건과 A씨 사건에서 피해자는 왜 서울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사건처리 시스템에서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는지, 잘 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 피해자 구제절차는 왜 기능하지 않았는지 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잘 만들어진 제도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바꿔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대책 내용을 보면 사건 처리 절차를 일원화했다.

“그동안 피해자가 신고하고 가해자 최종 징계까지 8개월 넘는 시간이 걸렸다. 피해자는 사건이 끝날 때까지 오랜 시간 압박감과 긴장감을 느껴야 했다. 사건처리 절차를 피해자 중심으로 바꿔 여성가족정책실 여성권익담당관으로 일원화하고 신고, 징계, 피해자 일상 복귀까지를 담당하도록 했다. 그러면 소요 시간이 3~4개월로 줄어든다. 특히 여성권익담당관이 사건인지 때부터 끝까지 피해자 지원 역할을 맡도록 했다. 원래 사건 조사는 시민인권보호관이 담당했으나 시민인권보호관이 정무부시장실에 소속돼있고 내부도 외부도 아닌 위치에 있어 피해자 조력까지 맡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여성권익담당관은 사건 처리 전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책임 있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장이 가해자인 경우에는 어떻게 사건을 처리하나.

“지금까지 자치단체장 사건은 별도 사건처리 절차가 없었다. 선출직 기관장에 의한 성폭력은 특별 절차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직접 여성가족부에 알려 경찰이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하는 것으로 했다. 시장 ‘비서 분야 업무 지침’도 마련했다. 공적업무 외에 부당한 업무를 지시하는 경우 등은 계약 위반, 노동권 침해로 접근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대책위는 아직 진상규명이 끝나지 않은 박 시장 사건을 직접 들여다보지 않아 사건 자체를 거론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박 시장 사건도 서울시 내부에서 발생한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이기 때문에 이번 대책과도 연결된다고 본다.”

-대책위는 조직 내 세대별 갈등과 성별 갈등을 심각한 문제로 보고 서울시가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성별·세대별 인식 격차 해소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시 직원 성희롱·성차별 인식 실태조사’ 결과와 5급 이하 직원들이 참여한 ‘성평등문화 혁신위원회’ 간담회 결과를 보면 세대별, 직급별, 성별 인식 차이가 크고 일부는 조직에 대해 불신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젊은 세대와 달리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관리자들의 인식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고위직은 자신이 성희롱·성평등 교육 대상이라는 점을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교육과 소통을 통해 이 격차부터 줄여야 한다.”

-서울시가 박 시장 사건에 대한 사과부터 해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대책위 회의에서도 서울시가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공동위원장인) 서정협 시장대행은 이 부분에 대해선 처음부터 대변인을 통해 같은 공무원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고, 회복하는데 지원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 그리고 서울시는 대책위에서 진상규명이 나올 때까지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책을 취하겠다고 말했었다. 이번 대책에도 2차 가해에 대해서는 징계 규정을 명확히 하고, 2차 피해 처리절차도 성폭력 사건처리와 동일하게 운영하도록 대책을 마련했다.”

-여성학자로서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소회는.

“서울시가 그동안 성평등을 제도화하기 위해 여성대표성을 높이려는 노력들을 시도했고, 금년에도 그 실효성을 거두었다. 젠더 거버넌스의 활성화도 제도적 차원에서 많이 추진됐다. 그러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가부장적인 조직문화와 세대별 성별 위계 문화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조직문화는 제도가 바뀐다고 빠르게 변화하지는 않는다. 그 안의 사람들이 변화해야 제도가 작동한다고 본다. 조직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같은 문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서울시에서 성평등 교육이 잘 시행되고 있는데, 민주주의 시민 교육과 함께 결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평등 교육만 분리해서 이뤄지는 교육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의사결정직에 있는 분들이 우선 교육대상이 돼야 한다.

한편으로는 답답하다. 조직에서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하나의 사건처리가 그 다음 사건의 교훈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사건 해결과정은 폐쇄적이다. 당사자 외에 다른 조직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이번 대책에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처를 넣었다. 조직 내에서 같은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더 이상 재발되지 않기 위해 하나의 사건이 어떻게 집단의 교육 자원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심각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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