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음식에 질린 소비자... 홈쿡으로 확장
편리하게 요리할 수 있는 밀키트 인기

사회적거리두기는 절대적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을 길어지게 했다. 집콕러가 되면서 우리는 집에서 먹고, 입고, 자는 일상에 좀 더 집중하게 됐다. 여성신문은 코로나시대 달라진 일상을 돌아보는 '비대면 시대- 달라진 의식주'를 기획했다. [편집자 주]

코로나19 확산으로 강화된 방역수칙 시행되면서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에 좌석 이용을 금지하고 포장과 배달만 허용했다. ⓒ여성신문
코로나19 확산으로 강화된 방역수칙 시행되면서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에 좌석 이용을 금지하고 포장과 배달만 허용했다. ⓒ여성신문

통계청이 지난달 3일 발표한 '2020년 10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음식 서비스의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3조5448억원으로 1년 전보다 76.7% 증가했다. 10월 한 달만 보더라도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1조5578억원으로 전년동월보다 6501억원(71.6%) 증가했다. 음식서비스 시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배달음식과 도시락 등의 주문이 폭주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다. 양동일 통계청 서비스업동향과장은 "1인 가구가 증가한 가운데 편리해진 주문 시스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외식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상호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가정간편식(HMR) 시장  '건강', '편의' 강조
2017년 15억 규모 시장, 올해 1000억대 육박 전망

식품 소비가 집· 건강·편의성 중심으로 바뀌면서 외식 대신 밀키트(MealKit· 손질된 식재료와 정량의 양념으로 구성돼 쉽고 빠르게 요리할 수 있는 제품) 등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하 ‘KREI’, 원장 김홍상)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400억원 수준에서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집밥 수요 증가로2배 이상 커진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집밥 수요는 김치찌개, 부대찌개 등 한식 양념과 몇 가지 재료로 이뤄졌던 한식 밀키트 뿐 아니라 국내외 맛집과 협업해 메뉴를 그대로 재현한 'RMR(레스토랑간편식)'밀키트나 캠핑 밀키트, 명절 밀키트 등 특정 수요에 맞춘 메뉴까지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외출, 외식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외식업계에서는 이같은 RMR 밀키트 제품을 내놓으며 매출 감소를 보완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거리두기가 상향될 때마다 밀키트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며 존재감을 나타냈다.

이마트에 따르면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됐던 지난 9월 초 밀키트 판매량은 전년같은 기간 대비 3배 넘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7~8월 성장률(114%)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4월 CJ제일제당이 선보인 밀키트 브랜드 '쿡킷'(COOKIT)도 지난 1∼8월 월평균 판매량이 20%씩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에서 7∼8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두 배 늘었다.

밀키트 메뉴 확장, 호텔도 적극적으로 상품 출시

캠핑, 파티용, 명절 밀키트 메뉴도 틈새시장을 노린다. 현대그린푸드는 캠핑용 프리미엄 밀키트 브랜드 ‘캠밀(CAM MEAL)을 론칭하고 캠핑에서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는 바비큐, 샐러드 메뉴 등을 내놓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크리스마스, 연말 모임을 겨냥한 파티용 밀키트 4종을 출시했다. 최근에는 ‘홈파티’를 겨냥해 티본 스테이크나 랍스터, 양갈비 같은 고급 요리도 나왔다. 백화점과 호텔 등도 이런 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한 달간 3개의 미슐랭 맛집 밀키트 신제품을 선보이는 등 유명 맛집과 협업을 통해 밀키트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집에서 식사하는 횟수가 증가하면서 이마트의 가정간편식 브랜드 피코크의 ‘고수의 맛집’ 시리즈는의 경우, 매출 200억 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2.3% 늘어난 수치다.

신세계조선호텔은 프리미엄형 밀키트 상품 개발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재 리테일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프리미엄 볶음밥 3종(XO 새우 볶음밥, 광동식 돼지고기볶음밥, 삼선볶음밥)과 중화요리 밀키트 짜장과 짬뽕 외에도 추가적으로 이베리코 목살 김치볶음밥, 스파이시 타이 해산물 볶음밥 등 간편가정식 상품을 개발, 출시를 앞두고 있다.

밀키트는 기존 간편식보다는 재료 그대로의 신선함을 즐길 수 있고 직접 조리하는 것보다는 간편한 특성을 살려 시장이 점차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당국도 밀키트를 새로운 식품유형으로 신설하는 등 유망식품군으로 보고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있다.

다양하게 출시되는 밀키트 ⓒSSG닷컴
다양하게 출시되는 밀키트 ⓒSSG닷컴

나트륨 과다 , 플라스틱 사용량 증가로 환경 문제도 심각

간편함을 앞세운 가정간편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처장 김강립)는 지난 7일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HMR 총 6391개 제품을 대상으로 영양 성분 함량을 조사한 결과, 가정간편식이 한 끼 식사로는 열량은 부족하고, 나트륨이 기준치를 초과해 섭취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HMR 제품을 28개 식품 그룹으로 구분해 열량, 나트륨, 당류, 탄수화물, 단백질 등 주요 영양 성분에 대한 함량을 조사해보니 한 끼 식사로 주로 섭취하는 볶음밥, 컵밥, 죽 등의 평균 열량은 하루 열량 섭취 참고량(2000 kcal)의 약 20% 수준으로 한 끼 식사를 대신하기에는 부족하고 유탕면, 도시락 등은 하루 나트퓸 기준치(2,000㎎)의 50%넘는다"고 지적했다. 고열량 저영양 식품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며 올바른 섭취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환경 파괴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플라스틱·비닐·페트병 등에 포장된 간편식은 편리하지만 일회용품이 다량으로 발생해 문제가 있다. 환경계에서는 HMR 제품 사용 증가가 일회용품 쓰레기 증가로 이어졌다며 기업 차원에서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플라스틱류와 비닐류의 재활용품 발생량(공공처리량 기준)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5.6%, 1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