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이 기획한 『성매매 안 하는 남자들』 (2018, 호랑이출판사)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이 기획한 『성매매 안 하는 남자들』 (2018, 호랑이출판사)

성매매에 대해 말할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이 문제만큼은 여성과 남성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이 놓여 있는 것만 같다. 어떤 남성들은 성매매가 이른바 ‘남성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성구매는 남성의 은밀한 영역이니 존중해달라’고 말하기도 하고, 진보적인 척 성노동론을 말하거나 ‘시장에 맡길 문제’로 너무 쉽게 정리하려는 이들도 봤다.

여성들과 다른 점이라면 성매매 관련 지식이 전무하거나 관심조차 없다는 성인 남성은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남성문화와 딱 달라붙어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성 산업이다. 

이를 비판적으로 성찰한 남성들이 있다. 성매매에 반기를 든 남성들의 모임, ‘수요자 포럼’이 2018년 펴낸 책 『성매매 안 하는 남자들』이다. 성구매 경험 없는 남성들이 모여서 낸 성매매에 대한 책이다. 성매매를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성매매를 말하냐고?

“군인 시절 동료들은 밤마다 섹스 경험을 이야기했다. 주로 애인과의 성관계보다는 업소에서 성매매한 경험을 마치 무용담처럼 늘어놓았다. 애인과 다투거나 헤어지고 나서 홧김에 갔다거나, 상상을 초월하는 업소에 가봤다는 이야기 등 매일 밤 누가 더 황홀한 섹스를 했는지 경쟁하듯 떠벌렸다. 섹스 경험이 없으면 부대에서 ‘정상 남성’ 취급을 받지 못하기 때문인지 다들 열을 올리며 자기 경험을 과시했다.”(배성민, 15쪽)

이들은 한국 남성으로 태어나 살면서 학교, 군대, 직장에서 수없이 주입받은 ‘왜곡된 남성성’이 성매매의 본질이자, 한국의 성 산업이 존속하고 번성하는 원천이라고 지적한다.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포르노를 놓지 못하는 자신, 자연스레 룸살롱으로 향하는 회식 자리, 안면 트기 무섭게 성 경험 여부로 남성성과 우열을 판가름하려는 남성 커뮤니티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준다.

“남자들은 자신의 첫 경험을 공개하며 주변 남자들에게 진정한 ‘남성’으로 인정받게 된다. 첫 경험 시기가 어리면 어릴수록, 내용이 자극적이면 자극적일수록 뜨거운 호응을 받는다. 그 경험이 업소에서 한 성매매인 경우도 종종 있지만 그래도 ‘남성’으로 인정받는 데는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박상현, 21쪽)”

필자들은 여전히 ‘남성의 성 경험은 자랑거리이고 여성의 성 경험은 수치’인 현실을 들여다본다. 정교하지는 않지만, 남성성과 남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더 본질적인 접근도 시도한다.

“(포르노가) 남자가 물리력 또는 권력으로 여자를 굴복시키고 성적으로 착취하는 스토리가 대부분인 건 남자들 머릿속이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 성욕은 특정 인물 혹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지배욕 같은 게 아닐까요? 적어도 남자들의 성욕은 그런 맥락이 있는 것 같아요.” (남성 섹슈얼리티 익명 대담 중, 80쪽)

“청소년기에 남중-남고 테크를 탄 터라 여자는 상상 속 동물 같은 존재였습니다. (...) 여자는 일상적으로 대화 나눌 수 있는 평범한 인간이라기보다는 어렵고 특별한 존재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아요. 더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인식이 기본적으로 ‘교제 대상’이라는 범주에 들어 있었다는 겁니다. 청소년기에 ‘여자(사람) 친구’를 전혀 사귀어 본 적 없는 남성들의 서사는 대략 이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해요.” (남성 섹슈얼리티 익명 대담 중, 89쪽)

이들은 질문한다. 왜 많은 한국 남성들은 성관계 횟수, 어리고 미모에 몸매 좋은 여성과의 성 경험 여부, 상대의 기분과 처지보다 자신의 지배욕을 관철하는 방식의 성 경험 여부를 ‘진정한 성인 남성의 기준’으로 삼고 추구할까? 사실은 “비현실적 성적 판타지를 그린 포르노보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관계가 더 자극적”이라고 말하는 남성들이 많다지만, 그 기본이 되는 ‘여성을 동등한 성적 파트너로 존중하는 법’을 알고는 있는가? 성교육을 제대로 받거나 관심을 둔 적은 있었나?

‘성매매 안 하는 남성들’의 시선은 결국 나도 잘 몰랐던, 또는 알고도 모른 척했던 나의 몸과 섹슈얼리티로 향한다. 그렇게 다시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성매매는 인권의 문제가 아닐까? 여성 인권과 존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성구매자 남성 자신이 정말로 뭘 원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다들 하니까’, ‘이게 쉬우니까’ 저질러온 폭력은 아니었을까?

“‘성매매 강국’ 한국을 만든 건 우리의 남성문화”라는 지적은 새롭지 않다. 피해자이자 고발자인 여성들의 말하기와 문제 제기는 언제나 중요하고 유효하다. 그러나 성 산업의 수요자이자 성매매 문화에 익숙해진 남성들이 바뀌지 않는다면 몇 년이 지나도 세상은 그대로일 것이다. ‘안 하는 남자’들이 던진 질문들이 ‘하는 남자’들의 질문으로, 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SXF 연재를 종료합니다. 그동안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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