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노르웨이·스웨덴 갈등 녹이는 So life goes on!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노르웨이·스웨덴 갈등 녹이는 So life goes on!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20.12.19 11:00
  • 수정 2021-01-06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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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본 관계에도 평화 흘렀으면…

 

스웨덴에는 4만명 이상의 노르웨이 사람이 이주해 살고 있다. 1630km의 긴 국경이 가로지르고 있지만 북유럽 5개국 간 체결된 상호조약으로 자유롭게 국경을 왕래하면서 거주와 노동을 영위할 수 있다. 스웨덴에는 4만1000명 정도의 노르웨이 사람들이 스웨덴 주소지를 가지고 있고, 9만명 정도의 스웨덴 사람들이 노르웨이에서 거주하면서 산다. 스웨덴이 1815년부터 1905년까지 90년간 동일 왕국 하에 통치를 했었지만 노르웨이의 독립의회를 가지고 있었고, 외교권만 없었을 뿐 정치적 자치권을 가지고 있어 민주주의의 발달은 노르웨이가 스웨덴보다 먼저 시행되었다. 1905년 이후 양국 간 갈등 앙금보다 상호존중과 의존 관계가 매우 돈독하다.

세계2차대전 이후 덴마크와 함께 3개국 군사동맹을 통해 러시아의 위협에 대항하려는 시도도 잠시 있었지만, 결국 미국주도의 북대서양 조약기구에 노르웨이가 덴마크와 함께 가입하면서 3국간의 군사안보 협력관계까지 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1952년부터 북유럽 평의회가 결성된 이후 3국의 정상과 각료들이 매년 정기적 만남을 통해 무관세, 노동과 거주의 자유를 근간으로 하는 공동경제공동체로 빠르게 발전되어 갔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에서 스웨덴에 정착한 이민자가 가장 많은 외국인을 구성할 만큼 북유럽국가의 관계는 세계 어느 이웃국가들보다 동질성과 평화적 관계를 가장 잘 유지해 오고 있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상호존중, 의존관계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긴 국경은 국경무역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만큼 엄청난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노르웨이에서 유전이 발견돼 산유국이 되면서 스웨덴보다 높은 1인당 국민총생산으로 인해 봉급 수준은 높아졌지만, 노르웨이는 스웨덴에 비해 세금과 물가가 높아 자연스럽게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생필품, 경유, 주류를 구매하기 위해 노르웨이의 국경 근처 주민들이 스웨덴 국경을 넘어 주말마다 장을 보기 위해 몰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적은 규모의 국경무역이 늘기 시작해 쇼핑을 위한 차량행렬이 줄이 잇기 시작하자 오슬로가 가까운 스웨덴 국경지역을 시작으로 거점 도시에 대형 쇼핑몰을 시작했다. 매년 2011년 150억 스웨덴 크로네(한화로 약 2조원)를 기록하더니 2019년 200억 크로네까지 치솟았다. 매주 노르웨이에서 스웨덴으로 향하는 자동차 행렬이 끝이지 않자 스웨덴은 도로를 4차선 고속도로를 건설해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스웨덴의 제 2도시인 예테보리로 여행하는 시간을 단축시켰고, 오슬로에서 스톡홀름까지 이르는 E18도로도 다시 정비해 노르웨이 쇼핑 여행객들이 스톡홀름까지 여행하는 시간을 대폭 단축시켰다. 이 도로들을 따라 노르웨이까지 여행하던 나는 매년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노르웨이가 스웨덴보다 더 잘 살게 되면서 특이한 현상도 생겨났다. 30% 이상 높은 임금이 유인효과가 되어 의사와 간호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노르웨이로 스웨덴병원과 보건소에서 이직하는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매년 노르웨이에서 일할 수 있는 자격증을 보유한 스웨덴 의사와 간호사 수는 총 5000명과 1만1800명에 이른다. 이 중에서 정확히 몇 명이 노르웨이에서 근무하고 있는지는 파악되고 있지 않지만 현재 스웨덴의 전체 의사수가 4만3000명에 이르고 있어 10%가 넘는 스웨덴 의사가 노르웨이 의사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스웨덴에서는 의료기관의 의사수급이 매우 불안한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스웨덴 의대에서 매년 배출되는 의사가 1300명이지만 상당수 신임 의사들이 노르웨이에서 근무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어 두 나라간 협정을 통해 스웨덴 의대 졸업생이 노르웨이로 이직할 경우 의대교육비 일부를 노르웨이 정부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코로나로 지친 스웨덴 위로하는
노르웨이 여성 가수, 아네 브룬

또 다른 분야에서도 양국의 역전된 상황을 보여준다. 스웨덴의 청소년들이 노르웨이의 높은 임금을 선호해 식당, 호텔, 커피점, 청소 등의 서비스 영역에 진출하면서 노르웨이 국민들이 스웨덴 청년들을 경시하는 현상도 보도된다. 코로나가 노르웨이에서 보다 스웨덴이 더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오자 의료후진국 국민이라는 차별대우를 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양국의 국가정상들이 상호 노력을 통해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국민정서를 진정시키려 노력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스웨덴으로 이주해 와 가수활동을 하고 있는 노르웨이 출신 여성가수가 코로나로 지친 스웨덴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있어 화제다. 지금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방탄소년단(BTS) 노래 제목과 비슷하지만, 노르웨이 가수 아네 브룬(Ane Brun)이 부른 노래의 제목이 바로 ‘So live goes on(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이다. 얼마 전 발표한 앨범에 첫 곡으로 수록된 노래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피아노 반주로 시작되어 툭 터져 나오는 아네 브룬의 목소리는 강렬하지만 절제된 슬픔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소리를 낸다. 가슴이 저미도록 애절한 목소리와 배경으로 받쳐주는 피아노, 바이올린과 첼로의 조화는 깊은 심연의 내면으로 파고 들어간다. 코로나로 가족을 잃은 사람, 코로나에 감염되어 힘든 나날을 보내는 사람,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격리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이 곡은 지금 스웨덴 사람들을 위안해 주는 곡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눈에 보이는 갈등은 표면이지만 내면 속에서는 양국 국민을 이어주는 다양한 끈이 존재한다. 바로 그런 끈을 아네 브룬의 노래와 연주에서 발견하게 된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그리고 스웨덴과 또 다른 이웃 핀란드의 관계를 들여다보며 깊은 생각에 빠지곤 한다. 지정학적인 상황으로 바다 하나 사이로 국경을 함께 하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를 어떻게 하면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한 지역평화, 공존과 상호이익을 위해 지금의 난제를 해결하고 나아갈 수 있을까?

So life goes on!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박선이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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