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이 높은 식당

 

용기란 누군가의 죽음을 외면하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다소 낭만적으로도 느껴지는 제목과 달리, 이정연 작가의 첫 장편소설인 이 책은 경력 단절 여성들의 분투와 여성 노동자들의 비극, 사내 비리와 불의라는 현실적인 소재를 다룬다. 주인공은 파견직 영양사이자 워킹맘인 ‘승연.’ 전 영양사 ‘신유라’와의 미묘한 관계를 통해 동료의 고통을 외면하는 씁쓸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작가는 시스템이 노동자에게 가하는 불합리한 압력으로 인해 동료의 비극을 회피하도록 만든다는 점을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그 과정 속에는 자녀 양육과 노동을 병행해야 하는 삶, 성폭력 사실을 폭로했다가 도리어 쫓겨나는 모습 등 여성으로서 맞닥뜨리게 되는 숱한 현실이 그대로 녹아 있다. 그러나 ‘을’들의 반격과 연대는 불가능하지 않다. 신샛별 문학평론가는 이 책을 추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의로운 선택을 위축시키는 시스템의 견고함을 직시하면서도 그것을 뚫고 나오는 공감의 힘과 진보의 가능성을 믿는 이 소설을 우리도 믿어보기로 하자.” 

이정연/한겨레출판/1만3800원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