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혐의를 벗은 후 고소했던 여배우 등을 처벌해 달라고 고소장을 냈던 김기덕 영화감독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고소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후 검찰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성폭력 혐의를 벗은 후 고소했던 여배우 등을 처벌해 달라고 고소장을 냈던 김기덕 영화감독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고소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후 검찰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고 김기덕 영화감독은 세상을 떠나며 수상 트로피와 함께 ‘역고소 소송’을 남겼다. 사건 당사자의 사망으로 소송 건은 유가족에게 넘겨지거나 취하될 것으로 보인다.

소송을 진행 중이던 김기덕 감독이 해외 체류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지난 11일(현지시간) 사망했다.

세계 3대 국제영화제 본상을 모두 휩쓴 한국 첫 영화감독의 죽음 앞에 국내 영화계는 추모보다 침묵을 선택했다. 추모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영화 번역가 달시 파켓씨는 11일 SNS에 "만약 누군가 일상 생활에서 사람들에게 그렇게 끔찍한 폭력을 가했다면, 그를 기리는 건 잘못된 일이다. 나는 그가 천재든 상관하지 않는다(그리고 나는 그가 천재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2017년 여성배우 폭행 및 강제추행 가해자로 지목됐다. 당시 영화계와 여성계는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 김 감독에 의한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공론화했다. 2017년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김 감독의 폭행 건에 대해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모욕 부분은 6개월이 지나 공소권 없음으로, 명예훼손과 강제추행치상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2018년 MBC ‘PD수첩’은 ‘거장의 민낯’ 편을 통해 김 감독에 의한 피해를 고발하는 배우들의 증언을 방송했다. 방송 직후 김 감독은 MBC가 허위 주장을 바탕으로 방송을 내보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MBC와 배우를 상대로 10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방송을 금지해 달라는 김 감독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김 감독은 자신이 제기한 무고 소송과 손해배상 소송에서 모두 패소하고 지난 11월에 불복해 항소를 한 상태였다.

그러나 사건 당사자가 사망함에 따라 소송은 유가족에게 넘겨지거나 취하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주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사건의 성격과 내용에 따라 대개 유족이 수계하거나 소송을 종료하기도 한다”며 “(다만 이 소송 같은 경우 계속 패소했기 때문에) 사건 당사자가 아니고서야 필사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듯하다”고 밝혔다.

2017년 8월 8일 서울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김기덕 감독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현장. ⓒ뉴시스·여성신문
2017년 8월 8일 서울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김기덕 감독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현장. ⓒ뉴시스·여성신문

김 감독은 지난해 피해자와 연대하고 있는 여성단체 한국여성민우회에도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민우회가 일본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자신의 영화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의 개막작 초청을 취소해달라는 공문을 보내 자신을 성폭력 가해자로 낙인 찍고 해당 영화의 국외 판매와 개봉이 어려워지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해당 소송과 관련해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장은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통상 민사 처리 방식으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며 “유족의 의사가 있으면 진행되고 그러지 않으면 취하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은 작년에 열린 이후 진행되지 않았다”며 “민우회는 MBC 소송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었고 결국 김 감독이 패소해 우리 소송도 유사한 결론이 나올 것이라 예측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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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김기덕 미투 사건 관련 정정보도문

해당 정정보도는 영화 ‘뫼비우스’에서 하차한 여배우 A씨측 요구에 따른 것입니다.

본지는 2017.8.3. ‘“영화 사실성 높이려”여배우 폭행한 김기덕 감독’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것을 비롯하여 약11회에 걸쳐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했으나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가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했다는 내용으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했다”고 전하고, ‘위 여배우가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 뫼비우스’ 영화에 출연하였다가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는 ‘김기덕이 시나리오와 관계없이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하고 뺨을 3회 때렸다는 등’의 이유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을 뿐, 베드신 촬영을 강요하였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이 없고 , 위 여배우는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은 사실이 없으며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한 피해자는 제3자이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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