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대책 마련하겠다"

김은실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김은실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ㆍ여성신문

서울시가 박원순 전 시장 사망 이후 5개월 만에 성차별·성희롱 근절 대책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진상 규명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추가 대책이 필요할 전망이다.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위원회' 김은실 공동위원장은 10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열어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해 시장실 내 수면실을 없애고 비서업무의 공적업무 분야를 명확히 하기 위해 '비서분야 업무지침'을 마련키로 했다.

시장 비서실 직원도 일반 직원과 마찬가지로 희망전보 절차를 통해 선발하고, 성평등한 인력 배치와 업무 분장을 하도록 했다. 공적 업무를 벗어나는 개인이나 가족을 위한 사적노무 지시는 원칙적으로 제한한다.

이용자가 문제지 수면실 그 자체가 아니라는 점에서 성희롱을 근절할 특별대책으로 삼기엔 중요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또, '불필요한 서비스 노동'을 요구하는 상급자의 행위가 아니라 물리적 환경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대책위는 이에 대해 “수면실은 불필요한 서비스 노동을 제공하는 환경을 조장했다”면서 “시장실의 기존 공간을 임시 휴식공간으로 축소 운영하고, 비서 업무를 공적 분야에 국한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성차별·성희롱 인식 실태조사를 매년 정기적으로 벌이고, 조직문화에 대한 성인지 감수성 진단·컨설팅을 통해 위계적이고 온정주의적인 조직문화를 지속해서 개선하기로 했다.

또, 피해자 중심으로 사건이 신속하게 처리되도록 절차를 손질했다.

서울시의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는 4개 부서가 나눠 맡았던 탓에 최종 조치까지 길게는 1년가량 걸리고 피해자가 여러 기구를 마주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이를 여성가족정책실 여성권익담당관으로 일원화해 신고부터 징계까지 모두 처리하기로 했다.

또 사건 발생 시 여성권익담당관과 조사담당관이 협의해 조사한 뒤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에서 성희롱 여부를 결정하면 인사위원회는 다른 안건보다 우선 처리해 3∼4개월 이내 징계가 결정된다.

그러나 여성권익담당관이라는 1개 과가 신고 접수부터 처리까지 도맡아 처리하게 된 부분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절차를 간소화면서 기능과 권한을 여성권익담당관에 몰아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징계 요구 권한을 감사위원회에 두기는 하지만, 감사위원회가 재조사에 나설 수는 없도록 해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그동안 단계별로 기능이 분절돼 사건 처리에 장기간이 소요됐다”면서 제도 개선의 근거를 밝혔다.

한편, 대책위는 지난 8월 7일 여성단체와 학계,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 9명과 내부위원 6명 등 모두 15명으로 구성됐다. 이후 4개월간 총 18회 회의에서 서울시의 제도와 조직문화 등을 점검하고 논의를 거쳐 이번 대책을 발표했다.

김은실 위원장은 “서울시가 우수한 제도를 가졌다는 평가를 받아왔음에도 왜 이번 사건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느냐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며 “기존 제도가 잘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구조와 문화를 바꾸는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는 여성가족부 현장점검 개선 요청사항과 5급 이하 직원들로 구성된 '성평등문화 혁신위원회'의 제안도 반영됐다.

송다영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사건 진상조사보다는 성희롱·성차별이 일어나는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진단과 대책 마련에 초점을 맞췄다”며 “(박 전 시장 사건은) 인권위 조사 결과가 나오면 추가 보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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