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일곱 무대' 1인극 하는 나자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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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자 와다요시오, 호주의 배우들과 함께 나자명씨.▶

호주 원주민 여성의 삶을 다룬 연극 한 편이 무대에 오른다. 다음 달 6일부터 열흘간 학전블루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슬픔의 일곱 무대'. 1996년 작가 웨슬리 이이녹이 직접 연출을 맡아 호주 전국 순회공연을 벌여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지난 2002년 동경국제예술제에 초청돼 일본 연극계의 호평을 받았던 나자명(36)씨가 제작·주연을 맡았다. 지난 3월 일본에서 백인 남성에게 유린당하는 인디언 처녀를 연기했던 '레즈 시스터즈(the Rez Sisters)'이후 나씨가 두 번째로 맡게 된 소수민족 여성의 역할인 셈이다.

“그들 역시 가족사가 있고 행복하고 싶고 여성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정체성 고민을 한다는 내용으로 그들을 둘러싼 편견을 풀어줄 생각입니다.”

자신이 낳은 아이들을 백인 가정에 빼앗기고 고유의 토착문화를 몰살당한 채 돌산으로 내몰려야 했던 원주민들의 300년 역사가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펼쳐진다. 전체 극의 흐름은 '신화''침략''학살''보호''동화''민족자결''화해'라는 7개의 주제 아래 23개의 역동적이고 코믹한 에피소드로 구성되었다.

고등학교 때 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일환으로 연극을 시작했다는 나씨는 원주민 처녀를 연기하며 인간과 그를 둘러싼 구조를 통찰하게 됐다고 말한다. “인간애가 강하게 표출되는 작품, 사람을 괴롭히지 않고 행복하게 해주는, 평화를 이야기하는 작품이 좋아요.”

고교 졸업 후 일본의 쇼와음악예술단과대학에서 뮤지컬 드라마를 전공한 그는 “연극은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작업이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순수무용을 전공한 언니와 미대 교수였던 아버지가 박정권 말기 국가보안법 위반을 하면서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힘든 시기를 겪었고 한때 '연극을 왜 하는가' 방황하기도 했다는 그는 인간의 권리를 위협하는 근저에는 뿌리깊은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가 연극을 도구 삼아 이념이나 사회 의식을 표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에게 연극은 다만 “나를 사랑하는 것, 나와 틀린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일 뿐이다.

“배우같단 말보다 스텝같단 말을 들을 때 더 좋아요. 정형화된 한 명의 스타를 만드는 작품이 아닌 충실하게 같이 땀흘린 노력이 묻어나는 작품이 좋습니다.”

이번 무대는 나씨 홀로 준비했지만 앞으로는 다국적 프리랜서 연극인들이 모인 예술집단 블루사인과 극단 레드볼이 나씨와 함께 한다. 이들은 꾸준히 제3세계 희곡을 국내에 소개하고 다문화 시대에 걸맞게 소외되었던 약소민족과 선주민들이 가진 풍성한 문화적 소재들을 연극으로 풀어낼 계획이다. 3년 뒤에는 좀더 시각을 넓혀 조선족, 한국 교포들의 삶을 다룬 연극을 하고 싶다고 나씨는 전한다.

1994년부터 2년간 런던의 배우스튜디오에서 공부한 나씨는 1998년에는 6개월간 한국 배우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문부성에서 지원하는 해외예술가 초청연수를 받았고 1987년부터 뮤지컬 '판타스틱'(정종화 연출), 연극'햄버거에 대한 단상'(이성열 연출), '쥐', '만두'(박근형 연출), '지피족'(기국서 연출) 등에 출연했다. 또한 '산씻김'(채윤일 연출)으로 스위스 국제 페스티발에 참가하기도 했다.

임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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