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엔 더 용감하지

 

실비아 플라스, 에이드리언 리치 등과 함께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불리는 앤 섹스턴의 시집이 출간됐다. 1967년 ‘퓰리처상’을 받은 인기 시인이자 보스턴대학 정교수로 문학을 가르친 성공한 작가였지만, 동시에 평생 조울증과 자살 충동에 고통받은 인물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섹스턴의 시에는 안정과 소외, 자유와 불안, 갈망과 상실 사이에서 요동치는 인간의 근원적 불안과 분열이 과감한 언어로 담겨 있다. 당시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금기시되던 섹스, 낙태, 불륜, 정신질환 등의 소재를 대범하게 그려내는 데에도 거침없다. 보수적인 어머니상이나 헌신하는 여성상에 부합하지 않은 여성들이 깊은 죄의식을 느끼던 시대, 욕망과 한계 사이에서 방황하는 여성의 자아를 담대하고도 솔직하게 시로 고백한 섹스턴의 시는 깊은 울림을 준다. 

앤 섹스턴/정은귀 옮김/민음사/1만3000원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