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책타래] 『안녕은 단정하게』 外
[주간 책타래] 『안녕은 단정하게』 外
  • 최현지 수습기자
  • 승인 2020.12.08 10:14
  • 수정 2021-01-05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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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은 단정하게 

 

“죽음은 삶의 숨은 이유이며 죽음을 피할 방법은 없다. 죽음은 삶의 의미와 가치의 토대이다.” 

유명 에세이스트이자 ‘워싱턴 포스트,’ ‘커커스 리뷰’ 등의 서평가, 볼티모어대학 교수인 매리언 위닉이 ‘부고 에세이’를 엮었다. 이 얇고 단정한 책 안에는 매리언 위닉의 가족을 비롯해 가까운 이웃과 친구, 반려동물, 유명인 등 이제는 세상을 떠난 60여 명의 초상이 깃들어 있다. 2019년 미국 출간 후 40년 역사의 타우슨 문학상을 수상하고 오프라닷컴 추천 도서에 오르는 등 화제가 됐다. 한 인물의 생에 관한 서술과 추모가 3페이지 내외의 간결한 분량으로 제시되며, 그 안에 위닉만의 통찰력과 다정한 시선이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죽음에 경의를 표하고 슬픔을 감각하면서도 삶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는 작가의 단단한 문장과 부드러운 유머에 매료될 것이다. 우리 곁의 죽음들을 기억하며, 곁의 사랑하는 이들을 돌아보는 마음으로 연말에 읽기 좋은 책. 

매리언 위닉/박성혜 옮김/구픽/1만2000원

 

침묵에서 말하기로

 

남성 위주의 심리학계를 뒤흔든 “혁명적인 책”이라 극찬받은 유명 페미니스트 심리학자 캐럴 길리건의 저서다. 하버드대학 최초의 여성학 교수이자 뉴욕대학 심리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길리건은 1970년대부터 문제의식을 갖고 남성을 기준으로, 남성에 관한 경험적 자료를 바탕으로, 남성의 관점에서 연구됐기에 여성의 발달은 설명하지 못하거나 퇴행하는 것으로 해석해온 주류 심리학 이론을 정면으로 반박하기 시작했다. 유명 심리학 이론을 여성에게 적용할 때 생기는 괴리를 분석하고,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심리학의 역사가 송두리째 달라질 것이라고 봤다. 새로운 발달심리이론도 구상하기 시작한다. 1982년 출간 직후 심리학계를 뒤흔든 명저로 평가받은 이 책은 4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침묵을 뚫고 나온 여성들의 말하기는 어떻게 심리학의 공백을 채우는가? ‘인간’의 대화에 여성의 목소리가 포함되면 무엇이 바뀔까? 이 책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캐럴 길리건/이경미 옮김/심심/2만2000원

 

밤엔 더 용감하지

 

실비아 플라스, 에이드리언 리치 등과 함께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불리는 앤 섹스턴의 시집이 출간됐다. 1967년 ‘퓰리처상’을 받은 인기 시인이자 보스턴대학 정교수로 문학을 가르친 성공한 작가였지만, 동시에 평생 조울증과 자살 충동에 고통 받은 인물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섹스턴의 시에는 안정과 소외, 자유와 불안, 갈망과 상실 사이에서 요동치는 인간의 근원적 불안과 분열이 과감한 언어로 담겨 있다. 당시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금기시되던 섹스, 낙태, 불륜, 정신질환 등의 소재를 대범하게 그려내는 데에도 거침없다. 보수적인 어머니상이나 헌신하는 여성상에 부합하지 않은 여성들이 깊은 죄의식을 느끼던 시대, 욕망과 한계 사이에서 방황하는 여성의 자아를 담대하고도 솔직하게 시로 고백한 섹스턴의 시는 깊은 울림을 준다. 

앤 섹스턴/정은귀 옮김/민음사/1만3000원

 

누구나 일하고 싶은 농장을 만듭니다

 

케어팜, 스마트팜이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장애인이나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고용함으로써 일손 부족과 고령화로 경쟁력이 약화된 농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사회적 농업’이다. 농업과 복지가 결합한 형태이기에 장애가 있어도, 나이가 들어도 누구나 행복하게 일하며 자아존중감도 높일 수 있다. 농사일은 보통 사람에게도 버거운 일이기에 스마트팜 기술이 도입된다. 자동화 로봇과 센서, 환경 제어 컴퓨터, 인공지능 등을 적극 활용해 장애인 및 노인 근로자도 수월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은 국내의 대표적인 스마트팜 중 하나인 푸르메재단의 푸르메스마트팜 서울농원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에서 시도되고 있는 새로운 농업 비즈니스 모델이자 지속 가능하며 포용적인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가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푸르메재단 백경학 외 14인/부키/1만6500원

 

폐경의 역사

 

폐경은 여성이 중·노년기로 이행하며 나타나는 월경 종료 현상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폐경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걸까? 대중매체에서 굳어진 폐경기 여성의 이미지는 신경질적이고, 감정 기복이 심하며, 더 이상 ‘쓸모 없는’ 비이성적 존재다. 그래서 폐경기에 접어든, 혹은 폐경을 맞이한 여성은 두렵고 불안한 변화를 홀로 감당해야 했다.

역사학자 수전 P. 매턴은 이 모든 것이 잘못된 시각이며, 폐경을 둘러싼 낡은 신화라고 일축한다. 상당히 도발적인 주장도 펼친다. “폐경이라는 수수께끼를 푸는 것은 인간이라는 종의 독특한 진화의 역사를 이해하는 열쇠다.” 폐경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석기 시대부터 21세기에 이르는 방대한 역사를 펼친다. 파라과이 열대우림과 프랑스 접경 피레네 산맥, 중화제국과 산업화 시기 런던을 거쳐 현대 미국과 한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역을 살핀다. 폐경에 최초로 관심을 가진 이들이 진화생물학자였다는 점, 농경 시대의 가부장적 사회 경제 체제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던 폐경기 이후의 노년 여성들, 18세기 유럽에서 폐경이 의학적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는 점 등 우리가 몰랐던 폐경의 역사를 풍성하게 다뤘다. 이 책을 읽은 여성들은 폐경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을 좀 더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수전 P. 매턴/조미현 옮김/에코리브르/3만5천원

 

돌봄이 아니라 인생을 배우는 중입니다

 

“어떤 인생도 존엄하지 않은 인생은 없습니다.”

현실 속 요양보호사의 삶은 어떨까? 등단 작가 출신이자 현직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전계숙은 삶의 황혼녘을 요양원에서 보내는 이들의 삶을 곁에서 돌보며 배운 인생의 교훈들을 담담히 풀어놓는다. 한국은 2018년부터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선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존엄한 삶의 마무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화두 중 하나며, 이를 위한 사회적 돌봄 서비스가 절실한 시기다. 노인 돌봄의 현장인 요양원의 면면이 가감 없이 드러나는 책이다. 저자는 어르신들의 인간적인 욕망과 갈등, 배려와 공감, 삶과 죽음을 대하는 자세를 통해 끝까지 존엄을 잃지 않는 모습을 배운다. 또한 요양보호사나 환자 보호자가 실제로 어르신을 돌봐야 할 때 유용한 실전 돌봄 노하우도 친절히 제시한다. ‘좋은 돌봄을 받는 몸’이 되기 위해 연습해야 하는 우리 모두에게 도움과 위로를 건넬 책. 

전계숙/일월일일/1만5000원

 

우울할 때 곁에 두고 읽는 책

 

“당신에게 마음이란 무엇인가요?” 

이 책의 부제는 ‘하루 한 장 내 마음을 관리하는 습관’이다.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책이자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이기도 한 책으로, 말 그대로 우울할 때마다 곁에 두고 읽으면 힘이 될 글 모음이다.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젊은 페미니즘 활동가인 스칼릿 커티스는 70여 명에게 “마음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가수 샘 스미스, 배우 엠마 톰슨, 모델 나오미 캠벨 등 각자의 분야에서 자기만의 행보를 이어가는 이들이 내밀한 고백으로 응답했다. 모든 이들에게는 슬픔과 우울, 불안의 시기와 상실의 경험이 있다. 날것 그대로인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을 통해 이상하게도 가장 큰 위로를 받고 우정과 연대감을 확인하기도 한다. 누구도 우울과 고립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 시기, 마음이 유독 혼란한 날에 꺼내 들춰보면 이 책 속 용기 있는 목소리들이 든든한 힘이 돼줄 것이다.

스칼릿 커티스 외/최경은 옮김/윌북/1만6800원

 

법정에 선 페미니스트

 

페미니즘과 법 이론을 연결해 사유하는 시도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 두꺼운 책은 미국 페미니즘 법 이론의 흐름과 관련 법제도의 변천사 및 법원 판결 내용을 풍성하게 소개하면서 입법안과 개정안을 추적하고, 필요한 경우 문학작품 및 기사도 인용한다. 가상 사례를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돕기도 한다. 이처럼 다각적인 접근 방식으로 페미니즘 법 이론 입문서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이 책은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깊이 있는 사유를 전해줄 것이다. 페미니즘의 다양한 담론에 어떠한 주체들이 등장하고 어떠한 노력이 있었는지를 법의 역사라는 틀 안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책으로 손색 없다. 무엇보다도 페미니스트 법 이론이 현실과 동떨어진 현학적인 문답이 아니라 현실 속 문제들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미국 사례를 다루지만 고용 성차별, 강간죄 관련 ‘성인지 감수성’ 판결 등 한국 사회의 이슈들과 상당히 유사하다.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데에도 도움이 될 반가운 책이다. 

낸시 레빗, 로버트 베르칙/유경민, 최용범, 최정윤, 박다미, 소은영 옮김/한울/4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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