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X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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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본에서 한 쌍의 남녀가 체포됐다. 이들은 베트남 기능실습생 수십 명을 고용해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 여성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자리를 잃고 생활고에 빠져 있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재취업은커녕 고국 베트남으로 돌아갈 엄두조차 못 내고 있었다는 피해 여성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성판매의 길로 접어들었을 것이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도 여성들이 성판매에 내몰리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속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나라들 가운데 하나가 짐바브웨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했는데, 이제 문자 그대로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한 여성들은 생존을 위해 성판매를 택했다고 한다.

이 여성들을 향해 혀를 차거나 ‘아무리 힘들어도 어떻게 몸을 파느냐’고 엄중하게 훈계를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그보다는 코로나19 시국에도 여성의 성을 사려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보면 어떨까. 타인을 피해야 사는 시대라고 하지만, 타인과 가장 밀접하게 접촉하는 ‘성구매’ 수요는 줄어들지 않은 듯하다.

한국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최근 만난 수현이(17·가명)는 SNS와 채팅앱으로 조건만남을 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 애는 지난 봄부터 가정폭력을 피해 집과 거리를 오가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집에 머무르라고 당부하지만 집에 있는 게 오히려 더 위험한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는 와닿지 않는 이야기다. 대책 없이 뛰쳐나온 수현이는 끼니를 해결할 돈조차 없어서 며칠씩 배를 곯았다. 코로나19 시국에 집 나온 10대가 쉽게 구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을 리 없다. 반면 SNS와 채팅앱에는 언제나 “1초 만에 답장하는 남자들”이 있다.

성구매자들은 수현이에게 “너 문제 없는 거 확실한 거지”라고 몇 번씩 물었다. 체온계를 들고 온 성구매자도 마스크를 벗지 않던 성구매자도 있었다. 어쨌든 그들은 몇만원을 주고 수현이의 성을 샀다. 심지어는 “마스크를 끼고 하니까 답답해서 별로다”라며 흥정을 시도한 성구매자들도 있었다. 수현이는 코로나19에 감염될까봐 걱정스럽고 모르는 남자들을 상대하기 무서워서 성판매를 중단했다가, 먹고 살 방법을 찾기 힘들어지는 순간 채팅앱을 켜기를 반복했다. 지금 지내는 쉼터가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문을 닫게 되거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한이 지나면 수현이는 또 어쩔 수 없이 채팅앱을 켤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우려는 성판매를 통해서만 성, 섹스를 경험한 수현이에게 그것들이 앞으로도 “복종”과 “감정노동”이라는 키워드로만 떠오르고 이해되는 개념과 경험으로 남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바이러스는 언제나 가장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 틈을 파고든다. 코로나19가 세상을 덮치기 전에도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지 못했거나, 근근히 먹고 사는 게 전부였던 여성과 소수자들이 더 변두리로 내몰리고 있다. 사람들은 곧 나올 백신에 기대를 걸면서 팬데믹 이전의 일상을 빨리 되찾고 싶다고 아우성친다. 그러나 원래의 일상은 과연 ‘정상적’이었나? 성에 대한 주체적인 인식과 태도를 갖추기도 이전에 성을 팔아서 생존해야 하는 처지에 떠밀린 여성들은 코로나 이전에도 많았다. 그런 여성들을 착취하려는 남성들은 코로나 이전에도 너무나 많았다. 전 세계적으로 취약계층 여성들이 더욱더 성판매로 내몰리고 있다는 소식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이 가슴 아프고 두렵게 다가온다. 그것이 비단 ‘해외토픽’ 기사가 아니라 내 이웃, 내 지인의 현실이 되고 있어서 더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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