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말은 누구나 흔하게 들어봄 직하다.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성범죄 관련 보도들을 보면 하나같이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해서 생긴 결과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도 예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소위 ‘여자가~’, ‘남자가~’라는 말로 상대방의 행동을 제한하거나 암묵적으로 차별하는 태도가 사회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성인지 감수성, 혹은 젠더 감수성이라고 불리는 이 말을 상식 사전에서는 성별 간의 불균형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기반으로 일상생활 속에서의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 내는 민감성이라고 정의한다. 한마디로 다양한 가족의 그림 속에 엄마는 한결같이 앞치마를 입고 있고 아빠는 정장에 서류가방을 들고 있다면 이에 대해 어느 정도 불편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성인지 감수성이다. 

공공분야에서도 이러한 성인지 감수성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관련 교육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는 양성평등기본법 제18조에 의거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전체 소속 공무원들에게 성인지 의무교육을 확대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성인지 감수성 자가진단 및 컨설팅 지원 등 여러 지자체에서 서로 앞다투어 성인지 감수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매우 반가운 일로 앞으로 이러한 교육들은 지속적으로 점차 확대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의 성인지 감수성은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성인지 감수성은 근본적으로 가치관과 직결되어 있기에 우리 모두의 자발적 관심과 활동만이 그 해답을 줄 수 있다. 억지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성인지 감수성을 즐겁게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지난 7월 서초여성가족플라자에 둥지를 틀게 된 서초구성평등활동센터는 지역 성평등 실현을 도모하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성평등 활동가를 양성하고 지원한다. 성평등 활동가를 일부의 특별한 전문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상 성평등한 가치관을 기저에 두고 활동하는 풀뿌리 활동가 모두를 포함한다. 그래서 성평등 활동의 스팩트럼도 매우 넓고 다양하다. 그중 한 단체는 토종 문화를 살려나가는 살림여성주의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여성들의 손으로 대대로 전해져온 전통 음식문화와 토종씨앗, 농촌공동체의 가치에 주목하고 교육과 음식개발, 판매에 이르기까지 지역민과 함께하고 있다. 그 외에도 성 역할에 대한 편견없이 동화책을 다시 읽어주는 엄마들의 독서모임, 여성주의 영화를 함께 보고 토론하는 모임, 여성 신화를 재조명하는 교육 등 각양각색의 성평등 활동들이 이뤄지고 있다.

어찌보면 수다 모임이요, 취미활동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 속에 성인지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고민과 생각이 넘쳐난다. 이 또한 재미가 있으니 모이는 것이 즐겁고 성인지 감수성도 초여름 새순 돋는 나무처럼 쑥쑥 자라나고 줄기가 뻗는 것이다. 이들에게 ‘성인지 감수성’은 이미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내면화된 당연한 태도가 아닐까 싶다. 

배려와 존중이 상식이 되는 사회는 누구나 원하는 사회가 아닐까. 이를 위해 누구나 성평등을 위한 노력과 관심을 가진 활동가가 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통해 성평등을 함께 나누고 고민하다 보면 성인지 감수성은 우리의 오감과 같이 우리 사회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박현경 서초여성가족플라자 대표 ⓒ서초여성가족플라자
박현경 서초여성가족플라자 대표 ⓒ서초여성가족플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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