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사태로 온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자영업자의 비명은 사방에서 들린다. 이 위기 속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할 정부 여당은 코로나가 아니라 윤석열 검찰총장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데 상당한 힘을 쓰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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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가 열린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윤 후보자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9.07.08. ⓒ뉴시스·여성신문

시간을 일 년 전으로 돌려보자.

2019년 7월, 윤석열 검찰총장의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당시 ‘윤석열’ 후보자는 박근혜·이명박 정권 수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적폐 청산의 아이콘과 같은 인물이었다.
윤 후보자의 “정의로운 발언이 촛불혁명을 가져왔고,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다. 당시 민주평화당 의원이었던 박지원 씨가 윤석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한 말이다. 그는 지금 당적을 넘어 국정원장이 됐다.

청문회 당시 윤 후보자에 대해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정권에 따라 유불리를 가리지 않고 검사의 소신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했던 사람, 이인영 현 통일부 장관은 “검찰 수장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로 거듭날 적임자”였다고 말했다.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비난을 받으면서도 추미애 장관 아들 병역 비리 의혹을 엄호했던 김종민 민주당 최고의원은 “법에 어긋나는 지시를 어떻게 수용하느냐”는 윤 후보자의 말이 인상 깊었다고 칭하며 “사람이나 조직에 충성하는 게 아니고 법에 충성해야 한다”며 윤 후보자를 두둔했다.
표창원 당시 민주당 의원이 “민주당 의원이건 또는 청와대 수석이건 장/차관이건 누구든 총장으로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임명권자 눈치 보지 않고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약속할 수 있는 거지요?”라는 질문에 윤 후보자는 “네”라고 짧지만, 단호하게 대답했다. 

당시 인사 청문회에서 윤석열 후보자는 야당의 호된 공격을 받았다.

대표적인 것이 뇌물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과 윤 후보자의 관계였다. 야당 의원들은 윤 후보자에게 “윤우진 씨에게 변호사를 알선하지 않았느냐”고 여러번 질문했다. “재판 기관이나 수사 기관의 소속 공무원은 근무하는 기관에서 취급 중인 법률 사건이나 법률 사무의 수임에 관해 당사자 또는 그 밖의 관계인을 특정한 변호사에게 소개/알선 또는 유인해서는 안 된다”는 변호사법 36조 위반 의혹이었다. 윤 후보자는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하지만 청문회 오후 일정이 시작되고,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윤 후보자가 ‘자신이 변호사를 소개했다’는 음성이 담긴 7년 전 녹음 자료가 공개됐다. 결국 윤 후보자는 청문의원들에게 사과했다. 당시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했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는 윤 후보자가 검찰총장으로 임명되는 건 명분이 적은 일이었다. 그러나 많은 의혹과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윤 후보자의 검찰총장 임명을 강행했다.

그런데 이제는 공수가 바뀌었다. 여당은 꼬투리를 잡아 윤석열 검찰총장을 자리에서 끌어 내리려 하고 있고,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기소한 윤석열 검찰총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국민들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극치를 보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윤 총장의 거취가 문재인 대통령 임기 전체의 성격을 결정짓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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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집행정지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인용 이튿날인 2일 경기 과천 법무부청사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출근하고 있다. 2020.12.02. ⓒ뉴시스·여성신문

 

문재인 정권은 이미 검찰개혁을 이뤄냈다

추미애 장관은 물론이고, 개인의 문제로 낙마한 조국 전 장관을 포함한 현 정권 인물의 말은 검찰개혁으로 시작해 검찰개혁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정권의 성격에 따라 심복 노릇 하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검찰의 독립을 위해 주어진 권한을 자기 식구 챙기는데 사용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니 국민들은 검찰을 ‘허가받은 조폭’이라고 불렀다. 국민은 검찰을 무서워할 뿐 신뢰하지는 않는다. 그런 이유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심지어 검찰도 검찰개혁에 찬성했다.

문재인 정권은 이미 여러 면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냈다. ‘검경수사권 조정안’의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시행령도 국무회의를 통과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를 통해 검찰의 수사권은 이전과 다른 제한을 받을 것이다. 현 검찰은 청와대가 주도하고 있는 검찰개혁 법제화에 저항하는 모습을 공개적으로 보이지 않고 수용하는 태도다. 검찰 특수부의 확연한 축소도 빼놓을 수 없다. 검찰개혁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검찰보다 더 강력했던 군부 권력이 결국 민간 통제의 영역으로 넘어왔듯이 검찰 권력 또한 분산되고 통제될 수 있는 영역에 놓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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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아무리 훌륭해도 과정의 공정함이 없이는 정의로운 결과는 없다

이렇다보니 최근 추미애 장관이 갖은 무리수를 두며 진행 중인 검찰개혁의 실체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의구심을 표한다.
라임과 옵티머스를 수사하고, 월성 1호기 경제성평가 조작 의혹 수사를 진행 중인 윤석열 검찰총장을 내려오게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추 장관은 말로는 검찰 개혁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윤 총장의 징계와 검찰 개혁의 선명한 인과관계를 설명하지도 못하고 있다. 오히려 법원에서는 윤총장 징계 결정에 대해 효력정지를 명령했고, 검찰의 감찰 위원회는 징계 회부가 위법했다고 결정내렸다. 절차적 공정함이 전혀 없는 과정으로 진행되는 일련의 상황들이야말로 권위의 정권 시절에나 가능했던 일이 아닌가. 이 당연한 물음에 대해서 추미애 장관은 어떤 식으로든 투명한 답을 하지는 않고,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말만을 주문 외듯 반복할 뿐이다.

시민들이 문재인 정권을 압도적으로 선택해준 이유는 앞선 정권들의 전횡으로 인해 훼손된 민주의 가치가 바로 세워지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개인과 집단이 권력을 사유화하지 않고 헌법정신에 의한 민주적 법치국가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개인과 집단의 독선과 오만에 빠져 제도를 왜곡하는 일 없이 예측 가능한 국가가 되길 바라는 것이고 촛불의 힘으로 정권을 획득한 문재인 정부는 시민들의 열망을 완수해야 할 도덕적 책무가 있다. 

이제는 뜻이 아무리 훌륭하여도 과정의 공정함 없이는 정의로운 결과를 세울 수 없다. 그 대상이 검찰개혁이어도 다르지 않다. 아니, 그동안 공정하지 못했던 이유로 개혁의 대상이 돼버린 검찰이기에 더더욱 그 과정은 민주적이고 합법적이어야 한다. 그렇게 완성된 개혁이야말로 검찰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이고, 비가역적 제도로 안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지금 진정한 검찰개혁을 방해하고 있는 사람은 추미애 장관과 살아있는 권력이다. 누가봐도 그들의 입맛에 맞는 ‘검찰 길들이기’를 검찰개혁이라고 계속해 주장한다면 그나마 쌓인 성과도 빛이 바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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