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끄는 짐승들』

수나우라 테일러는 작가이자 예술가, 그리고 장애운동가이자 동물운동가다. 장애운동과 동물운동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저자는 장애인과 동물들 모두 ‘오랫동안 짐짝 취급된 존재들’로 억압돼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선천성 관절굽음증이라는 장애를 가진 당사자로서, 수나우라 테일러는 장애해방과 동물해방이 함께 이루어지는 세계를 꿈꾸며 이 책을 썼다. 비장애중심주의에 대한 강력한 비판에서 출발하지만, 동시에 테일러의 사유는 그 비판의 ‘인간 편향성’을 넘어선다. ‘자립’ ‘생산성’ ‘효율성’ ‘정상성’ ‘자연스러움’ 등의 의미를 규정하는 비장애중심주의가 지구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자신의 몸 이야기에서 시작해 비인간 동물들이 겪는 억압과 폭력으로 확장되는 논의는 여러 페미니스트 작가들과 장애학자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지금까지 현실 속 장애운동과 동물운동이 반목해왔음을 고려하면, 이는 전례 없는 교차성의 사유를 보여주는 값진 저술이다. 병리적으로 취급되는 존재와 폭력에 취약한 존재를 연결함으로써 서로 다른 삶들의 가치를 대립시키는 일에 저항하는 테일러의 목소리는 깊은 통찰을 선사한다. 

수나우라 테일러/이마즈 유리 옮김/오월의봄/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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