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고 싶다고 하자 삶이 농담을 시작했다』

“삶이 구차하고 남루할수록 농담은 힘이 세다고 믿는다.”

저자 김현진의 소개에 적힌 문장이다. 가난과 구타를 비롯한 가정폭력, 심각한 자해, 불면, 우울증 등의 내력을 딛고 살아온 저자의 삶이 페이지 가득 펼쳐지지만, 놀랍게도 그 너머에는 폭소를 자아내는 유머가 자리한다. 어떻게 이런 일을 겪은 사람이 이토록 유쾌할 수 있을까, 묻게 되지만 이 또한 우울증 환자에 대한 편견임을 깨닫게 된다. 세계보건기구가 추산한 2016년 한국의 우울증 환자는 214만 명이 넘기에, 우리 곁에는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우울증에 가까이 있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아직도 우울증을 터부시하는 분위기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우울증에 대한 다양한 말하기는 더욱 많이 필요하다. 김현진은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유쾌하고 코믹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비참한 환경이나 상태를 블랙코미디로 승화해낸다. 다정한 사람들에 관한 일화나 용기 있는 자기 인식의 순간들 역시 진솔하게 적혀 있다. 경기도 우수출판물 제작지원 사업의 문학 1등작으로 꼽히기도 한, 기꺼이 많은 이들이 읽을 만한 책이다. 

김현진/프시케의숲/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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