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인터뷰] 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학자 출신의 육아정책 전문가
육아정책의 싱크탱크 이끌어
주거환경 조성에 육아친화적 요소
반영한 ‘육아친화마을’ 개념 제시
SH·LH 등과 아파트 모델 논의
“육아정책에 기여할 융합연구 집중”

 

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홍수형 기자
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홍수형 기자

 

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은 국가적 차원의 이슈로 떠오른 ‘저출산(저출생)’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행복한 사회, 육아가 부담이 아닌 행복으로 느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육아친화마을’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주거환경을 조성할 때 육아친화적 요소를 반영하자고 제안했다.

육아정책전문가인 백 소장은 서울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일하던 지난 2017년 12월 육아정책연구소장으로 선임됐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에서 육아정책 자문역할을 해오던 그는 지난 3년간 정책 연구·개발기관을 이끌어 왔다. 육아정책연구소는 국무총리 산하 국책연구기관으로 저출산 이슈가 국가적 위기로 대두되던 2005년 설립된 육아정책의 싱크탱크(Think Tank)다.

어린이집 등 시설 중심 정책 넘어
육아하기 좋은 주거환경 조성으로

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홍수형 기자
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홍수형 기자

 

백 소장은 “시설 중심의 정책을 넘어 한 지역을 육아하기 좋은 마을로 만드는 방식으로 정책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와 육아하는 사람이 행복한 문화와 사회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육아친화마을은 기존 아동친화, 가족친화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육아’에 초점을 두고 아동의 권리와 부모의 부모권과 노동권을 모두 고려하고, 물리적 공간과 환경, 안전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내 육아 지원, 인식 개선, 공동체적 지원을 중요한 요소로 포함한다. 즉, ‘육아하는 일에 가치를 두고 육아를 지원하는 서비스 인프라와 물리적 환경을 갖추고, 온 마을이 조화롭게 협력할 수 있는 구조와 기능을 지닌 마을’을 뜻한다.

“2030세대 중에는 아이를 낳는 것이 아이에게 죄를 짓는 것 같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어요. 육아를 부담으로 느끼고, 또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라고 해요. 아이가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사회 환경이 마련돼 있고, 부모의 육아부담을 덜어주고, 육아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사회라면 출산과 육아에 대한 인식도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동안 육아정책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중심의 정책’으로 여겨졌다. 돌봄과 교육서비스 정책으로 바라봤기 때문이다. 백 소장은 “보육·교육 정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백 소장이 취임 이후 육아정책의 범위를 넓히는데 집중한 이유다.

아이가 자라려면 ’마을‘이 필요
다학제, 산·학·연 간 융합연구 중요

“‘한 아이가 자라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아이와 부모가 모두 행복하려면 육아하기 편한 지역사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육아친화마을’이죠. 아이를(가) 키우는 데는 어린이집, 유치원뿐만 아니라 병원과 문화체육시설 등도 가까이 있어야 하고, 어디서든 유아차가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도로에는 턱이 없어야 하고 유아차가 탈 수 있도록 대중교통도 정비돼야 해요. 아이들이 건강하게 뛰어놀려면 환경 문제도 신경 써야 하고요. 육아정책은 보육과 교육 정책뿐 아니라 복지정책, 보건정책, 문화정책, 고용정책, 국토정책, 환경정책 등의 다양한 정책과 연계돼야 합니다.”

현재 육아정책연구소는 육아친화마을 조성을 위해 객관적 환경진단을 위한 평가지표와 수요자의 체감요구가 반영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개발하고, 광명시·남양주시·공주시를 대상으로 지역별 모델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육아친화 아파트 단지 조성을 위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 SH서울주택도시공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과 함께 육아친화주거단지조성포럼을 열고 구체적인 조성 방안을 논의했다.

올해로 소장 임기를 마치는 백 소장은 대학으로 돌아가 ‘융합연구·협동연구’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육아정책은 사회 각 분야와 연계되기 때문에 집단지성이 필요하고, 보육・교육뿐 아니라 다학제 간 및 산·학·연 협동연구가 중요한 영역입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지난 15년 동안 육아정책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취임 당시 구상했던 부분들을 지난 3년간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하는데요, 특히 구성원들과 함께해서 가능했습니다. 연구원들이 보육·교육정책은 물론 육아친화마을 등 새로운 정책연구를 해나가고 있는데,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다시 연구자로 돌아가 네트워크를 통해 인적·물적 자원의 한계를 넘어 연구영역을 확장하고 연구 내용을 구체적으로 실현해보면서 정책에 기여하고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습니다.” 백 소장은 정책의 종착지는 국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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