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보수 이미지 젊음으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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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39) 동서문제연구원 교수는 학자다. 서울대와 미국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딴 뒤 미국과 영국의 연구소와 대학에서 연구와 강의를 했고, 한국개발연구원에선 재정·사회보장 분야 연구위원으로 7년동안 일했다. 국제연합(UN) 정책자문위원, 재정경제부 자금세탁방지위원회 위원 등 현재 맡은 자문역만 9개다.

이런 그가 정치를 하겠다고 나섰다. “공부하고 논문 쓰면서 늘 정책조언자로서 살았죠. 그런데 조언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거예요. 정책이나 제도를 만드는 일에 직접 뛰어들면 어떨까 생각한거죠. 내년 총선에 나설 마음도 굳혔습니다.”

이 교수가 정치권에 얼굴을 알린 건 지난해 10월 이회창 대통령 후보 민생복지 특보로 전격 영입되면서다. 당시 주변에선 '공부만 한 사람이 뭘 하겠냐'고 수군댔다. 하지만 이 교수가 당 안팎과 학계를 오가며 조율한 복지분야 공약이 좋은 평가를 받았고, 걱정은 곧 기대로 바뀌었다.

거대야당 거듭나야 길이 보인다

“대선이 끝난 뒤엔 고민이 참 많았죠. 출근할 곳도 없어지고(웃음).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데 참여하고 싶다는 욕심은 더 강해지더라고요.”

2000년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일할 때 이 후보에게 의약분업 건으로 정책조언을 한 인연으로 특보가 됐던 이 교수한테 대선 패배는 큰 충격이었다. 올초 미국으로 건너가 '장고'에 들어갔던 그는 지난달 '결심'을 굳히고 다시 돌아왔다.

“새로 정치에 나설때 자질을 제대로 평가받는 것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가 전문적으로 해 오던 일이 정책전문가이니, 그 특기를 잘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지만 정치가 결심만으로 이뤄지지는 않는 법. 그가 지역구로 도전할지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갈지는 아직 미지수고, 변수도 여럿 남아 있다. 지금 이 교수가 바라는 건 그가 선택한 한나라당이 구태의연한 이미지를 벗고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

“한나라당이 보수적, 반여성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들 말해요. 젊은 여성이 한 명이라도 더 들어가면 좀 고쳐지겠죠.”

그러나, 이런 한나라당의 이미지 때문에 여성들의 한나라당행은 늘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왜 하필 한나라당이냐' 우문을 던졌다. “한나라당이 바뀌어야 나라가 바뀌지 않겠습니까. 의석 절반을 가진 거대야당이 거듭나지 않으면 발전은 없는거죠.” 돌아온 '현답'이다.

경제통답게 이 교수는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에 일침을 놨다. “경기가 무척 않 좋아요. 문제는 위기를 탈출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죠. 그런데도 정부는 신용불량자 구제책 같은 선심 정책을 펴고 있어요. 경제 체력을 키울 원칙을 바로세워야 합니다.”

이 교수는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 소속 기관에서 평가위원으로 일했다. 세입·세출, 기금운용 등이 그의 전공인 덕이다. 경제정책에 대한 '조언'이 계속됐다.

“여성 대통령 나와야”

“정부가 내년 균형예산을 짰다는데, 수입을 과다계상했더군요. 경제성장률은 무려 8%로 잡았어요. 공적자금을 2조원씩 상환하겠다던 약속은 첫해인 올해부터 지키지 못했죠. 이런 것들은 국민을 속이는 겁니다.”

이 교수는 '여성대통령' 지지자다. “노무현 대통령이 여성 장관을 4명 임명한 건 참 잘 한 일이에요. 고향인 마산에 내려가면 강금실은 대통령감이라고 합니다. 여성에 대한 편견을 없앤 결과죠. 여성대통령이 나오면 사회가 획기적으로 바뀔거예요.”

일곱달 남은 총선 구상은 어떨까. “아직은 제 분야에서 열심히 일할 뿐입니다.” 짧은 답이지만, 참여정부의 경제·복지정책을 비판하는 품에서 전문가의 '힘'이 보인다. 당 주변에서 비례대표 우선순위로 그를 꼽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 터.

이 교수는 “정치가가 되기 전에 인간의 소양부터 갖추는” 자세로 정치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남편인 김영세 연세대 교수와 세 아들이 든든한 힘이 된단다.

▲64년 마산 출생 ▲88년 서울대 경제학과 석사 ▲93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UCLA) 경제학 박사 ▲94∼96년 영국 레스터대 교수 ▲96∼2002년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2002년 이회창 대통령 후보 특보(보건복지) ▲2002년 한나라당 차세대여성단 단장 ▲98년∼현재 국제연합 정책자문위원 ▲2003년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교수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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