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영상 뽀개기] ‘엄마 되기’ 과정서 엿본 모성 신화의 민낯, ‘산후조리원’
[김은영의 영상 뽀개기] ‘엄마 되기’ 과정서 엿본 모성 신화의 민낯, ‘산후조리원’
  • 김은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
  • 승인 2020.11.24 09:20
  • 수정 2020-11-24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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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월화드라마 ‘산후조리원’
tvN 월화드라마 ‘산후조리원’.
tvN 월화드라마 ‘산후조리원’.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 한다. 이 말은 우리 삶 속에 가장 힘든 시절도 훗날 시간이 흐른 후에 보면 웃음 지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는 것일까? 아니면 그때는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는데 지나보면 별거 아니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것일까? 현재 종영을 앞둔 tvN 드라마 <산후조리원>은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에게 출산과 그 직후의 상황을 패러디와 분장, 다양한 장르 혼합을 통해 담아내면서, 눈물과 웃음을 함께 자아낸다.

‘여자의 적은 여자’ 벗어나
‘엄마’로서 여성연대 보여줘

드라마 <산후조리원>의 주인공은 오현진과 조은정이다. 이들은 각자 영역에서 다른 사람들의 롤모델이 되는 인물들로 그려진다. 오현진은 '딱풀이 엄마' 이전에 최연소 임원에 오르면서 일하는 여성들의 우상으로, 사랑이 엄마인 조은정은 미모와 육아능력, 남편의 사랑까지 모든 것을 갖춘 SNS 인플루언서다. 이토록 다른 두 명의 여성이 만났으면 당연히 시기와 질투 속에 갈등이 정점으로 치달아야 하는데, 둘의 갈등은 고조되다가 어느새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협력하는 관계로 전환된다. 이는 기존 드라마 속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 갈등 전개 방식을 일찌감치 벗어나 ‘엄마’라는 이름으로 만난 여성들의 연대를 보여주는 반전이라면 반전인 이야기 전개다.

사진=tvN ‘산후조리원’
사진=tvN ‘산후조리원’

 

‘좋은 엄마’라는 허울 탈피해
주체적인 ‘나’로 성숙하는 과정

드라마는 상반된 두 명의 여성을 통해 워킹맘과 전업맘으로 살아가야할 여성들이 출산 후 겪는 불안과 좌절, 죄책감 등을 보여준다. 오현진은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인정받았지만 출산과 육아휴직으로 자신의 커리어가 무너질까봐 노심초사하고 아이 맡길 곳을 찾는 절박한 상황에 처한다. 그녀의 모습은 집과 가정 모두 충실히 잘 해내야하는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엄마는 ‘슈퍼우먼’이 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을 보여준다. 반면, 조은정은 SNS에 공개된 모습과 달리, 독박육아와 남편의 무관심에 지친 전업맘의 이면을 보여준다. 여기서 그녀는 엄마라면 아이를 위해, 그리고 아내이기에 남편을 위해 희생과 헌신을 당연하게 여기며, 심지어 제공받은 협찬을 홍보까지 하는 ‘생산적인’ ‘프로’ 전업맘이다.

그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함에도 언제나 아이에게는 부족한 엄마라는 죄책감을 갖는다. 이 둘은 결국 동전의 양면처럼 모성 신화의 앞뒷면일 뿐이며,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여성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이처럼 <산후조리원>은 ‘여적여’의 관계를 탈피하고 드라마는 현진과 은정 모두 우리 사회가 만들어놓은 ‘좋은 엄마’라는 허울에 휩싸인 피해자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당연히 그런 것은 없다’는 현진의 말처럼 주체적인 ‘나’로 성숙하는 과정으로 나아간다.

‘좋은 엄마’를 정의하는 방식은 역사적으로 변화해온 사회문화적인 구성물이다. 드라마가 재현하는 오늘날의 좋은 엄마의 자격은 자연주의 출산과 완모, 그리고 아이스아메리카노와 같은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는 것이다. 그리고 아줌마가 아닌 ‘미시족’으로 불리기 위해 성적 매력까지 유지해야 하는 새로운 짐도 짊어진 모습으로 그려진다. 아이를 낳은 여성들이 수행할 일들은 점점 과학화와 상품화의 그늘 밑으로 포섭되어 점점 늘어나는 것이다.

사진=tvN ‘산후조리원’
사진=tvN ‘산후조리원’

산후조리원은 모성 신화 전파하는
가부장제 대리인이자 실천 공간

이때 산후조리원은 모성 신화의 수행자로서 역할을 한다. 산후조리원은 출산으로 지친 여성의 몸을 쉬면서 회복시키는 공간이 아닌, 그 속에서 모유 수유법부터 아이의 양육 방법을 가르쳐주는 교육 공간이 된 것이다. 드라마는 산후조리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어떻게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좋은 엄마’라는 모성 신화를 전파하는 가부장제의 대리인이자 실천의 공간으로 역할하는지를 알려준다.

그동안 출산과 양육을 소재로 한 대부분의 드라마들은 워킹맘의 현실적인 문제들은 최대한 축소ㆍ배제하고, 전업맘들의 희생과 헌신을 ‘모성’이라는 미명하에 당연하게 그려왔다. 하지만 <산후조리원>은 차별화된 인물 설정과 관계를 통해 모성 신화를 폭로하고 이들의 현실적 어려움, ‘엄마 되기’의 힘듦 그리고 그 속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다. 또한 서로 다른 여성들이 ‘엄마’라는 이름 아래 연대하여 모성 신화에 저항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글을 끝맺으며 6화 마지막에 아이와 본인, 엄마를 위해 꼭 방법을 찾겠다는 현진의 다짐의 결과가 무엇일지 궁금하다. 지금까지 새로운 방식으로 모성 신화를 폭로한 <산후조리원>이 제시하는 제3의 길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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