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 “녹음은 허위 미투와 무고에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수단” 주장
법조계 “음성파일 전후 맥락 따져야
증거 가치 증명되고 신빙성 확보” 반박

법원 이미지. ⓒ뉴시스·여성신문
법원 이미지. ⓒ뉴시스·여성신문

일명 ‘성관계 몰래 녹음 처벌’ 개정안에 대해 일각에서는 소위 '허위 미투'와 성폭력 무고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을 빼앗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반면, 여성을 중심으로 "동의 없는 녹음은 불법 촬영과 다를 바 없는 문제"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무고 입증은 음성파일 자체보다는 전후맥락을 따져 판단한다”면서도 “더 세밀한 논의가 필요해보인다”고 지적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 내용이 알려지면서 국회입법예고 홈페이지 게시판에서는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국회입법예고 홈페이지 ‘진행 중 입법예고’ 게시판
국회입법예고 홈페이지 ‘진행 중 입법예고’ 게시판.

개정안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음성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녹음하거나 퍼뜨린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영리 목적으로 배포하면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현행법은 성관계를 동의 없이 촬영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지만, 단순 녹음에 대해선 처벌 규정이 없어 녹음을 유포하면 비교적 형량이 낮은 명예훼손죄로 처벌해왔다. 

해당 개정안 내용이 남성 회원이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반대 목소리가 커졌다. 한 누리꾼은 입법예고 게시판을 통해 "명확한 증거도 없이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만 있으면 구속까지 되는 상황에서 최후의 자기방어를 할 수 있는 게 그나마 녹음이라고 생각한다"며 "성관계 시 녹음하는 것을 금지한다면 무고로부터 지켜줄 마지막 수단이 사라져 누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여성을 중심으로 한 개정안 찬성 측은 “불법 촬영과 다를 바 없는 문제”, “성관계 시 몰래 녹음하는 건 매우 사적인 영역을 타인이 침범하는 권리 침해다. 그것을 남성의 기본 권리로 인정해주면, 그와 함께 인터넷에서 공유될 온갖 성관계 영상과 음성들이 합법이 된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녹음 파일이 무고 입증 증거물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서혜진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여성들을 무고죄를 저지르는 잠재적인 사람인 것처럼 보는 것도 문제적”이라며 “음성파일만 있으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오산”이라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현장에서도 수많은 남성들이 성관계 녹음 파일을 제시하는데 음성 자체는 굉장히 단편적인 것”이라며 “오히려 음성파일을 제시했을 때 사건의 전후상황을 추측할 수 있도록 돕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피해자 입장에서는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관계를 녹음한 파일이 있다는 점에서 불법촬영과 동일하거나 최소 유사한 정도의 피해를 호소한다”며 “여성들은 성관계 시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녹취한 것을 처벌할 수 없다는 점에 두 번 피해 감정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어 “재판으로 갔을 때 이 녹음파일을 제3자도 들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디지털 성폭력 내 음성물은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백혜랑 법률사무소 서화담 대표변호사도 “음성 녹음 파일을 확보한 사람이 자신이 필요한 부분을 얼마든지 편집해 이용할 수 있다”며 “음성파일의 전후맥락을 따져야 증거 가치가 증명되고 신빙성이 확보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 변호사는 “성관계 음성도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들어가 있다”며 “특히 디지털화된 파일은 재생산이 손쉽기 때문에 음성이 기록된 입장에서는 충분히 불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불법촬영은 얼굴이나 신체가 드러나기 때문에 개인 신상이 명백할 수 있지만 음성은 영상이나 사진과는 또 다른 문제”라며 “더 세밀한 논의가 필요해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성폭력 범죄 중 무고죄로 기소되는 비율은 낮다. 대검찰청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2017~2018년에 검찰의 성폭력범죄 사건 처리 인원 수 총 8만677명 중 중복 가능성이 있는 8937명을 제외한 7만1740명 중 성폭력 무고죄로 기소된 피의자 수는 약 556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성폭력범죄와 성폭력무고죄로 기소된 인원수를 비교할 경우 0.78%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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