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책타래] 에바 일루즈 『사랑은 왜 끝나나』 (돌베개)

『사랑은 왜 아픈가』, 『사랑은 왜 불안한가』를 잇는 감정사회학의 대가 에바 일루즈의 ‘사랑’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연구 저작이 출간됐다. ‘사랑의 부재와 종말의 사회학’이라는 부제답게 에바 일루즈가 탐구하는 대상은 사랑이 끝나는 과정이다. 이때 ‘사랑의 끝남/끝냄(unloving)’이 뜻하는 것은 개개의 이별의 구체적인 과정과 원인이라기보다는, ‘사랑의 부재’가 어떻게 사회학적으로 일종의 형식으로 자리 잡았는가에 대한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자본주의가 성적 자유를 점령해, 성적 관계와 낭만적 관계를 유동적이고 혼란스럽게 만들었는가”에 대한 에바 일루즈의 답, 그 사유가 이 책에 빼곡이 제시돼 있다. 

사랑이라고 대변되는 감정과 관계를 구매하고 소비하는 세태, 관계로부터 고립되고자 하고 쉽게 선택을 포기하는 일련의 행동 양식,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대상화하고 착취하는 경제 구조 등이 현대 사회의 관계를 구성하는 패턴의 일종이 됐다는 감정사회학자의 분석이 자못 씁쓸하다. '나는/그 사람은 왜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고 관계로부터 멀어지려 하는가?' 그 질문을 언젠가 품어본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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