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책타래] 안주연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 (창비)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 이 질문에 힘없이 “그러게요”라고 자문자답할 이들이 꽤 많을 것이다.

번아웃은 사람이 지치고 소진됐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나 상태를 뜻한다. 심각한 냉소, 효능감 저하, 소진 등을 느끼는 경우를 통틀어 일컫는 ‘번아웃’은 2019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건강 상태에 영향을 주는 주요한 유해 요인으로 새롭게 분류하면서 더욱 주목받게 됐다. 안주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번아웃이 만연하다고 진단한다. 늘 피곤하고 지쳐 있으며, 일과를 마친 뒤 집에 왔는데도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고,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할 생각만 해도 지나치게 괴로워하는 모두에게 귀를 솔깃하게 할 ‘마음 보살피는 법’이 적혀 있다. 실제로 저자는 의료 현장에서 수많은 사례를 마주하며 과도한 업무와 치열한 경쟁, 주변의 평가와 잣대에 짓눌려 모든 일에 심한 무기력감을 느끼는 현대인들의 건강 상태를 면밀히 분석하고, 각성과 변화를 촉구한다.

‘겨우 이런 일로 힘들어해도 되는 걸까?’하고 자책하는 이들에게 저자는 피로의 자격이나 기준은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번아웃의 근본 원인은 개인이 취약하기 때문이 아니라 개인을 착취하는 기업과 사회 전반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번아웃에 다각도로 접근하는 의료 전문가의 신뢰도 높은 진단과 별개로, 이 얇고 가벼운 책은 여러모로 지쳐있는 우리에게 담담한 위로를 건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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