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된 도시에 갇힌 페미니스트 활동가가 남긴 일기
봉쇄된 도시에 갇힌 페미니스트 활동가가 남긴 일기
  • 최현지 수습기자
  • 승인 2020.11.21 23:23
  • 수정 2020-11-21 2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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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책타래] 궈징 『우리는 밤마다 수다를 떨었고, 나는 매일 일기를 썼다』 (원더박스)

책의 제목만큼이나 부제도 흥미롭다. ‘어느 페미니스트의 우한 생존기.’ 이 성실하고 절박한 기록의 공간적 배경은 코로나19바이러스가 가장 먼저 강타한 지역, 중국 우한이다. 저자 궈징은 20대 페미니스트 활동가로, 이 책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도시가 봉쇄되고 일상이 무너진 상황에서 기록해나간 매일의 일기를 묶은 책이다. 2020년 1월 23일부터 3월 1일까지의 기록이 빼곡히 담겨 있다. 아직 우한 봉쇄가 해제되기 전이다.

“이렇게 터무니없는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그래도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 열심히 살아가는 것도 일종의 투쟁이다.” 궈징은 꾹꾹 눌러 적는다. 그는 우한으로 거처를 옮긴 지 고작 두 달 만에 비극과 아비규환의 한복판에 맨몸으로 내던져진다. 그런데도 그가 가장 깊이 느끼는 것은 죄책감이다.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그는 재난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는 진실을 눈으로, 몸으로 느낀다. 그는 재난 속에서 더욱 취약한 상황에 내몰리는 이들을 바라보고, 그들에게 다가간다. 

코로나19로 인한 무력감과 문득 엄습하는 공포, 어디에서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불안은 우리 모두가 겪는 감정이지만, 바이러스의 잔인한 습격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품을 수 있다면 바로 이러한 기록을 통해서가 아닐까. 밤마다 수다를 떨 수 있는 이들이 컴퓨터 화면 속에 존재하고, 무력감을 이겨내기 위해 일기를 쓰는 누군가의 문장들을 통해서. 친숙했던 일상이 일순간 생경해진 이 팬데믹 시대를 이 책과 함께 통과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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