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YWCA 유튜브 썸네일·제목 성차별 조사
국내 유튜브 상위 200위 채널
썸네일·제목 6000개 모니터링
조회수 위해 여성의 몸 강조도
단체 “성차별 인식 강화 우려”

ⓒpxfuel
유튜브 조회수는 곧 돈이다. 영상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영상 소개 이미지인 ‘썸네일(thumbnail)’과 영상 제목을 자극적으로 다는 유튜브 채널들이 많다. ⓒpxfuel

 

유튜브 조회수는 곧 돈이다. 영상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영상 소개 이미지인 ‘썸네일(thumbnail)’과 영상 제목을 자극적으로 다는 유튜브 채널들이 많다. 특히 일부 인기 유튜브 채널은 썸네일과 제목으로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강조하는 등 여성을 남성의 성적 욕구를 자극하는 성적 존재로 그려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YWCA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의뢰로 지난 8월 6일부터 9월 6일까지 국내 유튜브 조회수 상위 200위 채널(튜브몬 2020년 7월 기준) 최신순으로 30개씩, 총 6000개의 썸네일과 제목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발표했다.

모니터링 결과, 성차별성을 보인 썸네일·제목은 64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성적 대상화’ 사례가 52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외모에 따른 차별 내용’이 7건, ‘성차별적 고정관념 조장’ 사례가 3건이었다.

서울YWCA는 “유튜브 시청 시 수많은 썸네일 이미지를 접하게 되는데, 여성이 성적대상화 된 썸네일을 통해 영상을 시청하는 경우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된 성차별적 영상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성차별적 인식을 강화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일부 인기 유튜브 채널은 썸네일과 제목으로 여성의 신체 부위를 강조하는 등 여성을 남성의 성적 욕구를 자극하는 성적 존재로 그려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서울YWCA
일부 인기 유튜브 채널은 썸네일과 제목으로 여성의 신체 부위를 강조하는 등 여성을 남성의 성적 욕구를 자극하는 성적 존재로 그려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서울YWCA

 

여성 몸매 부각하고 특정 부위에 화살표까지

구독자가 50만명이 넘는 걸그룹 직캠 영상 유튜브 채널은 남성이 등장하는 영상과 비교해 여성 댄스팀이나 일반 여성의 댄스 영상에서 유독 여성의 몸을 부각하는 썸네일을 올렸다.

성차별 사례로 지적된 썸네일 이미지 31건을 살펴보면, 실제 영상에서는 여성의 몸을 강조하는 부분은 짧게 노출됐으나 해당 장면을 썸네일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YWCA는 “댄스팀이 주목을 끌기 위해 성적인 코드의 안무를 자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고, 유튜브 썸네일은 단지 이를 반영한 것인데 무엇이 문제인가?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성적인 코드가 소비되는 남성 중심적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과 더불어 댄스 전체가 아닌 특정한 신체부위만을 잘라 부각해 보는 것은 대상화의 차원이 다름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능/코미디 장르에서는 남성 채널 운영자가 여성 유튜버나 일반 여성이 게스트로 출연한 영상의 썸네일과 제목에서 성적 대상화 문제가 나타났다.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강조하고, 제목에서 말줄임표로 남성 채널 운영자와 여성 출연자 간 성적인 행위를 암시하는 경우가 있었다. 여성 출연자의 가슴에 화살표로 강조하거나,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바라보는 남성의 얼굴에 홍조 또는 당황 표시 등으로 노골적으로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경우가 많았다.

제목의 경우, 여성의 일상적인 행위를 ‘유혹’이라 칭하며, ‘유혹’에 어쩔 수 없이 넘어가는 남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발견됐다.

한 남성 유튜버는 ‘당신이 OO 못봤을 여캠들의 은밀한 사진 OOO’이라는 제목을 단 영상 썸네일로 벗은 것처럼 보이는 여성의 신체 위에 ‘유출사진’이라는 자막을 넣었다. 불법촬영과 비동의유포 등 사이버 성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출 사진’, ‘은밀한 사진’ 등의 표현은 사진 유출이 범죄가 아닌 자극적인 성적 도구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단체는 우려했다.

서울YWCA는 “이는 남성 중심적인 성규범과 왜곡된 여성상을 강화 및 재생산하기에 문제적”이라며 “이러한 썸네일들이 인기가 많은 상위 유튜브 채널에서 지속적으로 노출될 때 일상 속 여성의 행위는 쉽게 성적 유혹으로 해석되고,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여성은 침해 가능한 존재로 여겨지게 된다. 더불어 남성을 유혹에 약한 존재로 그리는 것은 성폭력을 정당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분홍색=여아용’ 성별 고정관념 담긴 키즈 채널

키즈 프로그램에서 여성과 남성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여성다움‧남성다움을 강조한 사례가 성차별적 사례로 지적됐다. 한 키즈 채널은 썸네일에 미용과 관련된 분홍색 장난감들과 함께 여자아이 인형을 배치하고 컨텐츠에는 이 장난감들을 시연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서울YWCA는 이 썸네일은 ‘분홍색=여아용’이라는 색깔을 바탕으로 한 성별 이분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봤다. 단체는 “미용과 관련된 놀이에 여자 아이 인형만을 배치시킴으로써 미용과 꾸밈을 성별과 연관 짓고 있다”며 “이러한 썸네일이 미디어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때 여성다움‧남성다움에 대한 잘못된 성별고정관념을 양산할 수 있으며, 아동들이 성별을 뛰어넘어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할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상 제작자는 단순히 여아용으로 판매되는 인형이나 기존 애니메이션을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장난감이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린이들이 여성의 색깔, 여성의 놀이, 여성의 미용과 꾸밈의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이미지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성별고정관념을 더욱 강화하는 부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유아의 외모를 품평하는 제목을 다는 채널도 있었다. 구독자 405만명의 ‘KBS Entertain’ 채널에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자 중 5세 여아가 등장하는 영상에 ‘앞으로 뒤테 여신’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서울YWCA는 “여아에게 ‘뒤태 여신’이라는 표현을 붙이거나, 여성의 ‘쌩얼’을 강조하는 것은 여성들의 외모를 평가하며 여성에게 특정한 미의 기준을 강조하기에 문제적”이라고 비판했다.

서울YWCA는 “유튜브 환경상 실제 영상을 보는 것만큼이나 추천 이미지나 검색 시에 떠오르는 썸네일 이미지들의 노출량이 많은 것을 고려할 때, 유튜브는 기존의 어떤 매체보다도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데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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