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성평등 어린이사전 발표
1053명 참여, 1406건 개선안 제안
성차별 1위 ‘선생님의 말과 행동’
형님반 → 7세반·나무반으로
‘여아는 분홍, 남아는 파랑’ 등
성별 고정관념 개선 필요

‘서울시 성평등 어린이 사전’.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서울시 성평등 어린이 사전’.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아빠다리 하고 앉으세요.”

어린이에게 바닥에 앉으라고 권할 때 주로 쓰는 표현이 ‘아빠다리’다. ‘양반다리’라고도 부르는데 ‘한쪽 다리를 오그리고 다른 쪽 다리를 그 위에 포개고 앉는 자세’(고려대 한국어대사전)를 일컫는다. 남녀노소 누구나 사용하는 이 자세는 왜 ‘아빠다리’라고만 부를까. ‘남자는 다리를 벌리고 앉아도 되고, 여자는 다리를 오므려야 한다’는 성차별적 인식이 언어에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세계 어린이날’을 맞아 ‘서울시 성평등 어린이 사전’을 펴내고 ‘아빠다리’처럼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어린이가 겪는 성차별적 말과 행동을 개선하자고 20일 제안했다.

이번 서울시 성평등 어린이사전에는 총 1053명의 시민이 참여해 총 1406건의 개선안을 제안했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생활 중 어린이가 겪는 성차별이 가장 심한 부분으로 '선생님의 말과 행동'(31.4%)이 1위로 꼽혔다. 이어 △교육 프로그램(26.1%) △친구들의 말과 행동(21.8%) △교재·교구·교육내용(19.1%)이 뒤를 이었다.

“아빠다리 하고 앉자”→ “나비다리 하고 앉자”

시민들은 성별을 지칭하는 ‘아빠다리’ 대신 다리 모양에 따라 ‘나비다리'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나비 날개 모양을 본뜬 말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제 형님반 올라간다”→“7세반이네” “나무반에 가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진급할 때 배정받는 ‘형님반’은 여아, 남아 모두 포함하는 ‘7세반’이나 ‘나무반’ 등 성별 구분 없는 언어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여아는 발레, 남아는 태권도’→ 성별 구분 없이 자유롭게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의 수업, 놀이, 학예회, 역할극, 체육대회 등에서 아직도 남아 있는 성별 고정관념을 이제는 개선하자는 요구도 높았다. 학예회에서 으레 여아는 발레를 시키고 남아는 태권도를 시키는 경우가 많다. 역할극에서도 여아는 토끼 같은 초식동물, 남아는 사자 같은 힘이 쎈 동물 역할을 맡긴다. ‘여아용은 핑크, 남아용은 파랑’으로 고정된 것을 아이들이 원하는대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다.

보호자 역할은 엄마만?… 부모 모두에게

‘여자는 얌전해야지, 남자는 울면 안 돼’ 등 여성과 남성에 대한 편견을 담은 말, '멋진 왕자님, 예쁜 공주님' 등 성별로 구분하는 수식어도 개선해야 할 성차별적 말과 행동이라는 게 시민들의 의견이다. ‘여자는 치마, 남자는 바지로 정해진 원복·교복’, ‘남자가 앞번호인 출석번호’, ‘짝의 성별을 고정한 남녀짝꿍’ 등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정해진 규정, 규칙에 대한 성차별 개선의 요구도 높았다. 가정통신문 등의 알림장에서 보호자의 역할과 아이 지도의 역할을 엄마에게만 부여하는 것도 성차별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어린이집 보육 교직원과 양육자가 성인지 감수성을 기르고, 영유아기 아이에게 성평등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세 살 성평등, 세상을 바꾼다!'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 신청은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보육서비스지원센터 홈페이지를 통해서 하면 된다.

백미순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는 “어린이들이 가정 외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생활에서 아직도 성차별 개선의 과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시민제안을 통해서 아동기부터 성평등한 돌봄과 교육이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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